[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2] 타인 명의로 수산물가공업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2] 타인 명의로 수산물가공업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3.3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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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가공업 신고 사건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열두 번째 여행의 시작>

[현대해양] 법은 참 복잡해서 비슷한 것 같은데도 특허, 허가, 인가, 등록, 등기, 신청, 신고 등 수많은 용어와 개념들이 존재합니다. 또 같은 단어라도 어떤 영역의 법이냐, 어떤 뜻으로 들어왔느냐, 어떻게 쓰이는 것이 맞느냐 등을 따져서 그 성격이 달리 보기도 합니다.

굳이 이런 어려운 것들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는 합니다. 그러나, 자기 땅에 씨를 뿌려 키우는 육지의 삶과 달리 바다는 그 자체가 국가의 소유여서 어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국가와 어떤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와의 관계는 모두 법으로 정해지다 보니 결국 어업이란 숙명적으로 법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신고라는 독특한 개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A, B, C는 근처 김 양식업자로부터 김을 공급받아 평온하게 각자 김 가공업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D가 인근에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그 사업시행지구 안의 김 양식업자들에게 보상을 하고 김 양식어업권을 소멸시켰습니다. 그러자 사업시행지구 밖에서 김 가공업을 하던 A, B, C는 원료를 공급받을 수 없어 폐업을 하게 되었고, D1995. 8. 25. 보상계획을 공고하면서 A, B, C에게도 보상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A1995. 3. 31. 담당 공무원에게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수산제조업 신고서를 제출하였는데, 담당 공무원은 폐수배출시설 허가가 없다거나 공장부지의 지목이 대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신고서를 반려하였습니다(신고서 제출 후 반려).

B1991. 12. 17. 유효기간 1993. 10. 30.까지의 김 가공업 신고를 마쳤고 그 유효기간이 만료된 뒤 다시 신고서를 제출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관계 법령에 규정되지 아니한 서류를 요구하여 결국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하였습니다(신고서 미제출).

CE와 공동으로 김 가공업을 하면서 수산제조업 신고는 E 명의로만 하였는데, 1994. 6. 20. 김 가공공장 건물 및 부지를 모두 인수하였습니다(타인 명의 신고).

그럼 이 중에서 누가 보상을 받았을까요?

 

<쟁점>

[1] 수산제조업 신고에 있어서 담당 공무원이 관계 법령에 규정되지 아니한 서류를 요구하여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2] 김 가공업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수산제조업 신고를 한 경우 구 수산업법에 따른 적법한 신고로 볼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2. 3. 12. 선고 200073612 판결>

[1] 수산제조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춘 수산제조업 신고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이 관계 법령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유를 들어 그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하고 반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신고서가 제출된 때에 신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담당 공무원이 관계 법령에 규정되지 아니한 서류를 요구하여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

[2] 구 수산업법의 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김 가공업자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수산제조업 신고를 한 경우, 그 신고가 같은 법에 따른 적법한 신고로 볼 수 없다. 이는 김 가공업자가 신고 명의자와 동업으로 가공업을 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자기 명의로 수산제조업 신고를 하지 아니한 김 가공업자는 영업폐지에 대한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

 

<판결의 의의>

법에서는 우선 허가신고를 구별합니다. 허가는 우리가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합니다. 반면, 신고는 국가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어 국가에 제출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국가가 허가를 거부하는 것과 같이 신고를 거부하거나 돌려보내는 경우 신고가 효력이 있을지가 문제됩니다(B의 경우). , 국가가 너무나 강하게 필요도 없는 서류를 요구하여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도 문제됩니다(A의 경우). 한편, 신고는 했지만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 역시 문제됩니다(C의 경우).

대법원은, 우선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춘 신고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이 관계 법령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유를 들어 그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하고 반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신고서가 제출된 때에 신고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신고의 독특한 면은 바로 이것으로,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었다면, 담당 공무원이 거부하더라도 그대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허가는 아무리 적법하더라도 국가가 거부하는 이상 허가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고서가 반려된 A는 그 반려에도 불구하고 신고는 적법하고 효력이 있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록 담당 공무원의 잘못된 지침이 있었더라도 신고가 제출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습니다.

B는 담당 공무원이 불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이를 낼 수 없어 결국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신고서를 제출한 바가 없으므로 신고가 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수산업법이 타인으로부터의 어업 지배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동업자라고 하더라도 자기 명의가 아닌 이상 신고는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열두 번째 여행을 마치며>

결국 A, B, C 중 반려된 신고서를 제출한 A만 보상을 받고, 신고서만 제출했더라면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나 미제출한 B, 동업자 명으로 신고한 C 모두 보상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자신의 명의로 신고를 해야 하고, 담당 공무원이 방해하더라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요건이 맞다면 신고서를 제출해야만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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