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어야 ‘국민행복시대’
꿈이 있어야 ‘국민행복시대’
  • 이준훈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4.05.08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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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미국의 노엄 촘스키 교수는 언어학자이며 대표적인 진보적 지성인입니다. 그는 현대 미국경제에 대해 아주 비판적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체제가 제3세게 서민들을 수탈하는 야만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 문명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비판요지입니다.

MIT의 특강에서 한 학생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교수님이 보기에 현재 이상적인 모습에 가깝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까? 지구상에 그런 사례가 있을까요?”

촘스키 교수는 생각에 잠겨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그리고 곧 대답했습니다.
“한국(South Korea)이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국민들은 제국주의 식민지배를 딛고 일어났습니다. 다른 나라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동시에 독재정권에 항거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해냈습니다.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할 정도로 온 국민이 첨단기술을 골고루 누리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시민저널리즘이 발달하면서 네티즌의 힘으로 개혁적인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그만큼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는 놀랄 만큼 성장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52년 67불, 60년에도 79불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못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2년에 아시다시피 2만 4,000불을 넘어섰습니다. 기업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던 나라가 반도체와 휴대전화, 자동차와 철강을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을 보유한 나라가 됐습니다.

이렇게 산업화되고 민주화 됐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경제성장이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완전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후생지표가 몇 개의 기관에서 발표되고 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신경제재단(NEF)은 몇 해 전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조사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부탄은 1위를 차지했습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00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탄은 응답한 국민 가운데 97%가 행복하다고 답변했기 때문입니다. 부탄에 비해 1인당 국내총생산이 10배나 높은 대한민국은 143개국 가운데 68위에 그쳤습니다.

98년도에 런던정경대학(LSE)에서도 조사를 한 바 있는데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가 1,2,3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1995년 4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힐러리가 방글라데시 농촌마을 마이샤하티를 방문해 그곳 여인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 끝에 시골 여인들이 힐러리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파(자매님), 당신은 암소가 있나요?” 힐러리가 대답합니다.
“아뇨, 저는 암소가 없어요.”
“그럼 소득은 있나요?”
“전에는 있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일을 그만뒀어요.”
“애들은 몇이나 되나요?”
“딸 한 명이요.”
가난한 시골 마이샤하티의 여인들은 자기들끼리 중얼거렸다. “불쌍한 힐러리! 소도 없고, 소득도 없고, 딸도 하나밖에 없다네.”

힐러리는 그라민 은행(빈민을 위한 소액대출은행)이 소문처럼 가난한 농촌여성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되는지 확인하고, 또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가난한 여인들은 오히려 힐러리에게 연민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자산을 가지고 있었고 소득이 있었으며 미래에 대한 꿈으로 자녀들을 여럿 키우고 있었습니다.

자, 누가 더 행복한가요.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국민행복지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 의하면 OECD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33위입니다. 한마디로 최하위 수준입니다. 왜 우리는 높은 국민소득에도 불구하고 피곤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까요.

OECD에서도 ‘더 나은 삶 지수(Your Better Life Index)를 발표한 적 있습니다. 여기서도 우리나라는 행복과 관련된 지표에서 대부분 최하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장시간 근로자 비율 31위, 주관적 건강상태 34위, 삶의 만족 25위, 대기와 물의 질 등 환경 26위 등이었습니다. 국가의 소득수준이 높아도 개인은 불행할 수 있다는 단적인 증표입니다.

대통령이 제시한 5년간의 국정모토가 ‘국민이 행복한 시대’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이 행복해질까요? 그래서 경제가 양적으로 성장했나요?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 분배가 개선되면 행복하게 될까요? 그렇다고 질적으로 개선된 분배가 뭐 있나요?

암소와 소득과 아이들이 있으면 행복해집니다. 작은 재산과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꿈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꿈,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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