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싸움...초대형선 경쟁 발주 여전
출구없는 싸움...초대형선 경쟁 발주 여전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3.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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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선사 OOCL 등 줄줄이 신조 나서
▲ MSC 초대형컨테이너선
▲ 광양항 접안하는 스위스 선사 MSC의 초대형컨테이너선

[현대해양] 코로나19 여파에 저유가까지 물동량이 늘 기미는 안 보이는 상황에도 글로벌선사들이 초대형선 확보로 선복량을 불리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홍콩 컨테이너선사 OOCL은 12일 2만3,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 5척을 2023년부터 순차적인 인수를 목표로 중국 난퉁코스코가와사키조선(NACKS)과 다롄코스코가와사키조선(DACKS)에 발주한다고 공표했다. OOCL은 지난 2018년 삼성중공업으로 2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인도받아 운용하고 있는 가운데 또 선대를 가세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태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사들은 차별성 없는 서비스, 영업, 마케팅 등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 시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여 선사들은 앞다퉈 선박의 TEU를 늘려 나갔다. 최근 2만4,000TEU급 선박은 컨테이너박스 당 연료소모량이 1/2이 안될 정도로 효율적이며 선원비 등 여타 비용면에서 경제적이다. 

점차 화물이 다품종 소량생산화되면서 선박도 그에 걸맞춰 소형화돼야 한다는 시그널이 나오고 있지만 선사들은 당장 판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기댄 채 경쟁사들의 행보에 초대형선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국적선사인 현대상선(HMM)은 4월부터 2만3,000TEU 12척과, 1만5,000TEU 8척, 도합 20척을 순차적으로 인수할 예정이다. 영국 선박가치평가기관인 배슬스밸류(VesselsValue)는 지난해 7월 1만3,400TEU급 이상 초대형컨선 전체 수주잔량 TEU중 현대상선이 33%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막강한 선복량은 지난해 현대상선이 세계적인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정회원으로 합류하는데도 영향을 줬다.

▲ 삼성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현대상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 삼성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현대상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당시까지만해도 배슬스밸류는 2020년에 전세계 초대형선 40여척 가량이 인도된 후 2021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상선의 기세가 경쟁사들에겐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만 4,000TEU급 초대형컨선과 관련해 대만 에버그린(Evergreen)이 10척, 프랑스 CMA CGM가 9척 등 글로벌 선사들이 잇다라 발주계약을 체결했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이미 2만TEU 가까운 선박을 보유한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2022년부터 2만3,000TEU급 초대형선 도입을 준비중이며 최근 중국 코스코(COSCO)와 일본 원(ONE)도 발주 계획을 논의중이다.  

한편, 1만3,400TEU 이상 초대형컨선을 가장 많이 보유한(50척) 세계 최대선사 머스크(MAERSK) 발주계획 소식은 없다. 머스크가 4차산업기술이니 디지털화를 운운하고 있으나 원가 경쟁력 확보에 자유로울 수 없어 단연 경쟁사들의 몸집불리기를 달가워할리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조 초대형선이 들어서는 만큼 폐선돼 나가는 선박이 없어 공급과잉의 정체가 가장 큰 문제이다. 업계관계자는 “초대형선이  지난 2006년 머스크의 1만1,000TEU급 'Emma MAERSK'가 처음으로 등장한 만큼 대부분 젊고 성능이 좋아 당분간 현존선들의 퇴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유가가 폐선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올해부터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로 연료 경제성 없는 노후선박의 폐선이 늘어나 공급과잉 해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OPEC 감산합의 불발로 유가전쟁이 시작되면서 3월 12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이 32달러선으로 떨어지는 등 노후선 운항에 부담이 줄게 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TO)가 현재 코로나19 감염이 더 빠르게 진행될 울려가 커졌다며 팬더믹을 선언, 세계 각국도 올해 예상 GDP를 낮추는 등 수요(물동량)가 늘어날 가능성은 더욱 희미해졌다. 예정된 화물도 없는 마당에 속절없이 초대형선을 발주해야 하는 선사들의  출구없는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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