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해야 합니다!
긴장해야 합니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4.05.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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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관 취임에 부쳐

갑오년 정월 초하루부터 사고의 연속이다. 설날인 지난 1월 31일에는 여수에서 유류 유출사고가 터지더니 보름 뒤 부산에서는 유류 유출사고가 발생해 해양을 오염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해양뿐만 아니라 육상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 부산 유류사고 이틀 뒤에 경주의 마우나 리조트에서 10명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한 체육관 붕괴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와 같은 날 여수에서는 또 다른 사고가 있었다. 여수산업단지 낙포항 석탄부두에서 지은 지 5개월 밖에 안 된 금호티엔엘 석탄저장 사일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며칠 전엔 울산의 한 자동차부품업체에서 폭설로 샌드위치패널 지붕이 무너져 특성화고 학생이 숨지는 등 7개 공장 지붕이 무너지고 2명이 사망하는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대형사고로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다. 사고도 사고지만 여수 유류 유출사고 수습 과정에서 취임 10개월 밖에 안 된 해수부 장관이 경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수부 장관의 경질에는 그의 말실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업인의 아픔을 먼저 보듬어야 할 정부 부처의 수장이 가해자를 1차 피해자라고 했으니 실수도 이만저만 실수가 아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내정된 장관 후보라고는 하지만 인사청문회 때부터 실실 웃으며 진중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지만 웃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윤 진숙 전 장관은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피해 어업인들 얘기를 할 때도 웃음을 보였다.


앞서 나열한 안전사고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거론되는 안전 불감증에서 온 인재라는 것에 이견을 내놓을 수 없다. 조금만 더 조심하고 긴장했으면 충분히 대비하고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윤 전 장관도 조금만 더 진지하고 긴장했다면 자질문제는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고, 경질을 부르는 실수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 전 장관이 사석에서 한 말 중에 지워지지 않는 말이 있다. “당장 옥동자를 잉태하라 하니...” 이는 갓난아기에게 일어나 걸으라고 보채는 것과 같은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말임을 안다. 그렇기에 주변엔 응원하며 기다리자는 우호적 의견도 많았다.

윤 전 장관 후임은 4선의 국회의원이다. 전문성보다 정무 능력과 행정 경험을 우선시 한 인사임을 알 수 있다. 정무 능력, 친화력, 리더십에 전문성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건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강한 추진력과 친화력을 갖추고 관련 부처, 국회, 청와대 등과의 관계에서도 밀리지 않는 노련하고 힘 있는 수장이 더 절실한 때이다. 전문성은 차차 배우고 익히며 갖춰가길 바란다. 다만 앞서 전임 장관이 했던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갓 부활한 해수부를 위해서라도 불명예 퇴진은 한 번으로 끝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느슨해지면 안 된다. 긴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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