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법 시행과 앞으로의 과제
갯벌법 시행과 앞으로의 과제
  • 이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
  • 승인 2020.03.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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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

갯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현대해양] 갯벌은 과거 쓸모없는 곳으로 여겨졌고, 농업용수 또는 농지 확보, 산업단지개발 등을 위해 간척되거나 매립되었다. 대규모 간척・매립사업은 일제강점기부터 시행되었고 일제강점기 때 사라진 갯벌의 면적은 약 570로 추정된다. 광복 이후 1980년대까지 사라진 갯벌의 면적도 약 5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식적인 갯벌면적 통계가 시작된 1987년부터 1997년 사이에 새만금(208), 시화지구(180) 등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약 810의 갯벌이 파괴되었다. 일제강점 후 서울면적(약 606) 3배의 갯벌이 간척과 매립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조사와 연구를 통해 갯벌은 사람뿐만 아니라 해양생물에게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갯벌은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공간으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그 생산성은 먼 바다에 비해 10~20배, 농지나 산림지역에 비해 3~10배 정도 높다.

ⓒ신병문

갯벌의 기능

또한, 갯벌은 연안으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자연적으로 정화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홍수와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와 같은 갯벌의 환경적・생태적 기능 외에 갯벌은 어민들에게는 각종 어패류를 생산하는 삶의 터전으로, 일반 국민들에게는 휴식, 관광 등을 제공하는 레저공간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지자체, 지역주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현재의 갯벌은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과거 개발사업등으로 훼손된 갯벌은 원래 상태로 복원하자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생활하고 있는 어업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갯벌이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적 기능과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인식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갯벌법 제정 및 시행

그동안 정부는 「습지보전법」에 따라 첫째, 자연 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둘째,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거나 나타나는 지역, 셋째 특이한 경관적, 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 등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해 왔다.

2019년 12월말 기준으로 총 13개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총 면적 1,422 km²) 되었으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갯벌은 우리나라 전체 갯벌면적 2,482km²의 약 57%에 해당된다.

한편, 그동안 추진되어 온 갯벌 관련 정책은 규제를 통한 갯벌 보호와 보전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수산업, 생태관광 등 갯벌이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적 가치와 서비스의 지속가능한 이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2019년 1월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이하 갯벌법)」을 제정하고 갯벌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함으로써 2020년 1월부터 갯벌법을 본격 시행하였다.

 

갯벌 건강성 유지하기

갯벌법은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갯벌을 유지하는 것’을 법 제정 및 시행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이용’, ‘갯벌의 보전・관리’, ‘갯벌 복원’ 등을 갯벌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주요 정책 방향 또는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 정책 방향 및 수단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3대 핵심축인‘사회발전’, ‘경제성장’, ‘환경보존’의 개념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갯벌의 다양한 기능과 생태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그간 대규모 매립・간척으로 훼손된 갯벌을 원래 상태로 복원하여 갯벌의 생태적, 경제적 가치를 회복하고 높이기 위한 갯벌복원사업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갯벌법의 시행에 맞추어 앞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게 될 정책과 사업에 대해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갯벌관리기본계획 수립

갯벌법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갯벌을 종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5년마다 ‘갯벌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갯벌 관리・복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갯벌 관리・복원 기본계획은 갯벌 관리 및 이용의 기본원칙과 추진방향, 갯벌 생태계와 갯벌생태서비스 등의 이용현황, 갯벌생물 서식환경의 보호, 갯벌관리구역의 지정 및 관리, 갯벌어업등의 활성화, 갯벌 복원 및 추진계획 등을 포함해야 한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제1차 갯벌 관리・복원 기본계획 2021~2025’ 초안을 2020년 말까지 마련하고, 관련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1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갯벌관리구역 제도 도입

갯벌법에 포함된 ‘갯벌관리구역’은 갯벌의 특성과 관리목표 등에 따라 해당 갯벌을 ‘갯벌보전구역’, ‘갯벌안전관리구역’, ‘갯벌휴식구역’, ‘갯벌생산구역’, ‘갯벌체험구역’ 등 총 5개 관리구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갯벌관리구역 지정을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또는 지자체는 해당 관리구역 지정계획서를 작성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청취한 후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 해양수산발전심의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처야 한다.

특히, ‘갯벌 생산구역’은 수산종자의 방류, 산란장 조성 등 생물자원의 생산증대 조치를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구역이며, 해당 갯벌의 관리주체와 관리방안이 명확하고 일정한 환경기준을 충족한 갯벌은 ‘청정갯벌’로 지정이 가능하다.

또한, 갯벌법은 ‘청정갯벌’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판매 및 소비촉진을 위해 포장등에 ‘청정갯벌 수산물’표시, 홍보, 우선 구매 등을 위한 규정을 포함하였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 및 갯벌 조사 결과를 분석 및 평가하여 청정갯벌의 환경기준을 마련하고 지정절차 등을 고시할 예정이다.

ⓒ신병문

갯벌복원사업 확대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2008년에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해양생태계 복원대상지 수요 조사를 실시하였다. 지자체가 제출한 총 81개소 대상지 중 우선복원대상지 17개소를 선정하여 2010년부터 해양생태계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9개소의 복원사업이 완료되었으며, 2019년말 기준으로 총 7개소 갯벌에서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간 갯벌을 대상으로 추진된 복원사업의 유형에는 과거 갯벌이었으나 제방등을 설치하여 양식장 또는 염전으로 활용되다가 방치된 폐양식장과 폐염전 등을 원래 갯벌의 상태로 되돌리는 ‘갯벌 재생형 사업’과 노둑길, 연육교, 방조제 등 구조물에 의해 해수 유통이 단절 또는 저해된 곳의 물길을 회복시키는 ‘해수 소통형 사업’이 있다.

반면,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추진된 갯벌복원사업의 목적은 해양생태계의 한 단위인 갯벌의 환경 및 생태 개선에 초점을 뒀으나, 갯벌생태계의 복원으로 얻게 될 다양한 편익을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갯벌법은 갯벌복원을 통한 갯벌생태계의 건강성 증진 외 갯벌의 지속가능한 이용 측면에서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 사항을 갯벌복원의 기본원칙에 포함하고 있다.

 

갯벌생태관광 활성화

갯벌법은 갯벌관리구역, 갯벌복원이 시행된 인접지역, 해양보호구역 등을 ‘갯벌생태마을’로 지정하여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 근거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갯벌생태마을로 지정된 곳에 공공시설 등 해당 지역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및 주민 소득증대 방안을 우선적 시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조하여 갯벌생태관광 활성화에 필요한 교육, 관광자원의 조사ㆍ발굴 및 건전한 이용 등을 위한 시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현재 해양수산부는 갯벌생태관광, 갯벌생태마을, 갯벌생태해설사 및 갯벌생태해설사 양성기관 인증 및 지정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갯벌생태해설사 양성기관의 지정하고, 양성기관에서 육성될 갯벌생태해설사를 갯벌의 홍보・교육, 생태탐방안내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갯벌의 무한 가치

해양생물의 서식지 기능, 환경정화 기능, 재해방제 기능, 활발한 어업활동의 공간, 생태관광의 잠재성 등을 고려해 보면 갯벌의 잠재적 생태적·경제가치는 무한하다 할 수 있다. 참고로, 갯벌 1에서 연간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는 약 63억원에 달하며,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총 가치는 약 1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갯벌법은 갯벌의 가치와 갯벌이 제공하는 생태서비스를 5년마다 평가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갯벌의 가치와 기능은 더욱 인정받게 될 것이다. 갯벌법 시행을 계기로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갯벌 보전·관리 정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갯벌이 제공하는 무한한 혜택과 가치를 일반 국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누릴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누릴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 사진제공 : 신병문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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