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1] 어장 위치가 겹치면 어업권은 어떻게 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1] 어장 위치가 겹치면 어업권은 어떻게 될까?
  • 김태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3.09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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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어업권사건

[현대해양]

<아홉 번째 여행의 시작>

어업권은 참 독특한 권리입니다.

육지는 눈에 보이는 형체가 있어서 금을 그어 누구 땅이라는 점을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다는 금을 그을 수도 없고, 설령 금을 긋더라도 그 아래는 출렁이는 바닷물과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있기 때문에 소유권도 국가의 것입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어업권을 일종의 ‘바다 소유권’ 내지 독점적인 ‘바다 전세권’으로 보고 소유권이나 전세권처럼 강력한 보호를 해 주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사건은 어업권 불법 이전으로 인해 중복 어업권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대법원에서 어업권의 본질을 다루게 된 사안입니다.

A는 1987년 5월 경 정치어업 관련 어업권(이하 ‘제1어업권’)을 취득하였습니다.

B는 2001. 1. 4. 제1 어업권을 A로부터 양수하였다는 계약서와 A명의의 어업권이전 인가신청서를 위조하여 C시장에게 제출하였고, 그 결과 제1어업권에 대해 B명의로 이전등록이 되었습니다.

B는 2001. 1. 20.경 제1어업권에 관해 D수협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여러 건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돈을 빌렸습니다.

이후, 위 어장을 포함한 근방의 어장에 대해 어장각도 변경 요청이 들어와 C시장은 제1어업권의 명의자인 B에게 변경된 어업권에 대한 1순위 우선순위 통지를 하였습니다. 이에 B는 2001. 10. 9. 제1어업권을 포기하고 어장각도 변경에 따른 신규 어업면허 신청을 하였고, 2001. 10. 24. 새로운 어업권(이하 ‘제2어업권’)을 취득하였습니다.

이런 사태를 알게 된 A는 B, D수협 등을 상대로 제1어업권 이전등록의 말소와 제1어업권에 등록된 근저당권 말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자 B는 이미 제1어업권은 없어졌으니 A가 제1어업권 관련하여 한 청구들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다투었습니다.

과연 A는 새로 만들어진 제2어업권을 없애고 제1어업권을 깨끗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쟁점>

먼저 설정되어 있는 어업권의 목적인 어장과 위치가 중복되는 어장에 관하여 뒤에 이루어진 어업권 면허의 효력 및 그에 관한 어업권설정등록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다8211 판결>

어업권은 어장(면허를 받아 어업을 하는 일정한 공유수면)을 전용하면서 그 수면에서 배타적으로 수산동식물을 채포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리이다.

구 수산업법 제15조 제2항은 어업권은 물권으로 하고 민법 중 토지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6조는 어업권의 설정, 보존, 이전, 변경, 소멸 등에 관한 사항은 어업권원부에 등록하도록 하고 이러한 등록은 등기에 갈음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어업권의 목적이 되는 어장에 관해서는 1물1권주의의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먼저 설정되어 있는 어업권의 목적인 어장과 위치가 중복되는 어장에 관하여 뒤에 이루어진 어업권 면허는 당연무효가 되고, 그에 관한 어업권설정등록은 중복등록에 해당하므로 원인무효로 귀착된다.

이 사건 제1어업권과 제2어업권은 그 어장의 위치가 사실상 동일하고 각도(어장의 방향)만 달리하는 것으로서 제1어업권의 포기와 제2어업권의 면허는 사실상 면허의 갱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사건제 1어업권의 어장과 같은 위치에서 어장의 각도만 변경하여 중복 설정된 제2어업권에 관한 면허는 결국 1물1권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당연무효라고 보아야한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에서 A는 크게 2가지를 주장하였습니다.

첫 번째 주장은, B가 한 제1어업권 이전은 위조서류로 인한 것으로 무효라는 것이고, 두 번째 주장은 1물1권주의 원칙상 하나의 어장에 2개의 어업권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제2어업권은 역시 당연무효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은 원고의 첫 번째 주장을 받아들여 위조서류로 인해 제1어업권이 B에게 넘어간 것은 무효이고, 따라서 B 명의의 제1어업권 이전등록은 말소되어야 하며, 그에 기반한 근저당권들도 모두 말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07. 1. 4. 선고 2005나11816 판결)

그러나 제1어업권과 제2어업권은 어장의 위치와 각도를 달리하는 별개의 어업권이며, 제2어업권면허 처분은 행정소송법상 처분인 이상, 그 하자가 중대하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명백하지는 않으므로 무효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행정소송법상 처분은 위법하더라도 ‘취소’시켜야만 없어지는 것이고,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가 있어야만 당연히 ‘무효’가 되는데, 제2어업권면허 처분은 취소사유에 불과하고 무효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아 별도의 취소소송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우선 어업권은 소유권, 전세권과 같은 물권으로서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물권만이 존재한다는 1물1권주의(一物一權主義)가 적용된다, 1물1권주의 원칙상 하나의 물건에 이미 유효한 물권이 존재한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뒤에 이루어진 중복 물권은 당연 무효이므로, 하나의 어장에 2개의 어업권이 있다면 나중에 설정된 어업권은 당연 무효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이를 전제로 대법원은 B가 위조된 서류로 한 제1어업권 포기는 무효로 여전히 A는 제1어업권자이고, 제1어업권과 제2어업권은 기존 어업권의 포기와 면허로서 사실상 면허의 갱신에 해당하여 결국 동일한 어장에 관한 것이어서 뒤에 설정된 제2어업권이 1물1권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열한 번째 여행을 마치며>

결국 대법원은 육지에서 이루어지는 소유권, 전세권 등 물권의 법리를 바다에까지 확장하여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의 땅에는 하나의 물권만 설정될 수 있다는 1물1권주의가 바다에도 적용되니 하나의 어장에는 하나의 어업권만 존재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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