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관련 법규 정비 시급하다
수산관련 법규 정비 시급하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4.04.04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계와 여론의 오류·함정에 빠져서는 안돼

새 장관에게 거는 기대

▲ 김성욱 본지 발행인
해양수산부가 출범한지 1년을 맞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일도많고 탈도 많았다. 박근혜정부 인사난맥상(人事亂脈相)의 정점(頂点)에 섰던 윤진숙장관이 1년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장관직에서 물러난 것은 우리 해양수산계 전체에 충격과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윤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정무적(政務的) 감각이 부족하고 ‘여의도생리’에 걸맞지 않은 눌변(訥辯)과 꾸밈없이 소탈한(?) 처신 때문에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끊임 없이 흔들기를 당했다.

수산계는 모처럼 정치장관이 아닌 해양수산계 인사가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만 해도 기대반(半), 우려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위기에 빠진 해양수산계를 추스르는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과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원칙과 규범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기위해서는 여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보다는 행정관료가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또 다시 정치장관이 임명됐다. 국내외적으로 수산환경이 날로 열악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신임장관의 정치적 영향력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해양수산계 전체의 분위기임에 틀림없다. 수산업도 어차피 경제원칙에 따라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 수 밖에 없고, 국가의 총합적 경제정책관점에서 해양수산행정이 재단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정치력이 있는 장관이 해양수산행정을 맡아주는 것도 결코 나쁜선택만은 아니라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해양수산부는 수산인들이 합심단결해 만들어 낸 조직인 만큼 이제 더 이상 외생적변수나, 신문의 가십(Gossip)거리에 지나지 않는 자잘한 실수로 조직전체가 흔들리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1년동안 해양수산계의 변화와 재건을 위한 큰 그림은 그려졌다. 이제는 신임 장관이 그 그림을 어떻게 다듬고 부가가치를 높여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가로놓여있다. 수산산업을 단순히 투입 산출의 경제논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생명산업, 식량산업의 관점에서 수산산업을 재조명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신임장관 앞에 놓여있음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어업인과 수산계 저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기득권 세력과 특정집단을 대변하는 왜곡된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한다. 수산관련 법률을 현실에 맞게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장관이 추진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현행 수산업법을 수산업·어촌발전기본법, 양식산업발전법, 그리고 어업법으로 재정비하는데 있어서 과거의 잘못된 기준과 관행을 과감히 혁파하고 수산업의 개념자체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수산업을 생산, 가공, 유통, 관광을 아우르는 제6차융복합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농안법을 그대로 둔 채로 수산물유통혁신을 논하는 것 자체가연목구어(緣木求魚)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농산물과 수산물을 동일한 잣대로 규정하고 있는 농안법을 그대로 둔 채로 FPC(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사업이나 산지유통 개선을 논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다만 농안법 가운데 농업과 수산업을 분리해서 규정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농안법상에 그 조항을 그대로 살려두고 특별법으로 수산물유통법을 새로이 제정한다면 아무문제가 없을 것 으로 생각된다.

권두언을 쓸 때 마다 누누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우리 수산계나 어업인들도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사고(思考)의 대전환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어업인 스스로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경제주체로의 마인드를 가져야한다는 얘기다. 과거처럼 정부나 상급단체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어업인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지않으면 수산업자체가 더 이상 발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별법으로서의 수산물 유통법

지난달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수산물유통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발제자(發題者)들 모두가 지금의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는 수산업에 관한 법규정들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지적하고, 수산물 유통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법 제정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김춘진 의원(민주당, 고창·부안)은 기존 수산업법 등 수산 관련 법규에는 수산업의 범위가 어업과 어획물 운반업, 그리고 수산물 가공업으로 제한돼 있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유통법에서는 이 규정 이외에 ‘수산물 유통’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추가함으로써 수산물유통에 관련된 조항을 명확히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산지 유통의 핵심적 부분을 전담하면서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던 3,000 여 명이 넘는 산지위판장 중도매인에 관한 법적 지위와 역할, 운영방안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시행돼 온 농안법에서도 중앙도매시장의 개설허가에 관한국가사무를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정가매매, 수의매매를 경매와 동등한 정상거래행위로 규정함으로써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통용돼왔던 유통의 문제점들을 현실에 맞도록 개선한 점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유통에 관한 근원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수십 년 동안 방치해 왔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지금 정부와 국회에서는 수산업제도의 재정비를 위해 수산 관련 법규의 제·개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법규라는 것은 규제와 보호라는 양면의 칼날을 지니고 있는 만큼, 규제에 의해 어느 누구도 억울한 희생을 당해서도안 되겠지만, 과잉보호나 편향된 보호도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끝으로 신임 장관과 수산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통계의 오류와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제한된 정보, 부적합한 증거, 대표성을 결여한 사례를 근거로 어떤현상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얘기다. 예를 들어 에스키모에게는 생명유지의 수단으로 전통적으로 해왔던 고래잡이를 허용하듯이 기업형 부정어업과 생계형 부정어업을 가려서 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뿐만아니라 처음에 이러했으니까 나중에도 처음과 같으리라고 판단하는‘발생학적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신임 장관은 백지(白紙)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초발심(初發心)의 자세로 해양수산업 혁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