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뉴딜300은 그저 방파제 만드는 사업 아냐”
“어촌뉴딜300은 그저 방파제 만드는 사업 아냐”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3.0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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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배우는 마을 경영능력 함양
어촌뉴딜300사업 중 지역역량 강화사업
어촌뉴딜300사업 중 지역역량 강화사업 현장

[현대해양] 지난해부터 어촌뉴딜300사업이 본격 시행됐다. 어촌뉴딜300사업은 전국 300개 어촌을 대상으로 3조원을 투입,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3년이다. 이는 어촌분야에서 최대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어촌개발사업이기도 하다.

기자는 경남 통영시 어촌뉴딜300사업 대상지 중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주최하고 연구용역사 (주)베토가 주관하는 지역역량 강화사업 현장을 찾았다.

흔히 어촌뉴딜300사업을 방파제 등 시설 중심의 토목공사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어촌뉴딜300사업은 기존의 어항개발 사업과 달리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트프웨어를 강조하는 ‘마을 가꾸기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즉 낙후된 어촌·어항을 연계·통합해 접근성 및 정주여건 개선, 해양관광, 산업발전, 주민역량 강화 등을 통해 사회·문화·경제·환경적으로 지역에 활력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기능이 매우 중시되는 사업인 것이다. 어촌뉴딜300사업은 엔지니어링사에 맡겨두면 끝나는 시설물 공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향식 사업이다. 주민 역량강화를 통해 시설 개발과 연계한 시설물 운영관리 및 마을 경영능력을 배양하며, 주민 스스로 지역현안문제 해결과 장기발전방향을 수립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번 교육은 지역역량강화사업 중 핵심리더교육 프로그램이다. 첫날 교육은 연화항 구역이다. 연화항 구역은 통영시 욕지면 연화리 연화항, 동두항, 우도항 권역을 묶은 구역이다. 연화항 구역 주요사업은 여객선 접안장 확폭(擴幅), 여객선 터미널 증축, 해안 산책로 설치 등에 146억 원이 투입된다.

용초항 현장조사에 나선 주민대표들과 연구진
용초항 현장조사에 나선 주민대표들과 연구진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이남권 연화어촌계장, 이순돌 연화리 이장, 김강춘 우도어촌계장을 비롯해 연화항, 우도항, 동두항 지역 지도자들이 하나 둘 교육장인 연화리 마을회관으로 들어선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이날 교육의 책임자인 (주)베토 한지영 소장(주거학 박사)은 “앞으로 2년간 어촌뉴딜300사업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같이 하자”며 지역역량 강화사업으로 △교육 △컨설팅 △홍보·마케팅 △정보화 △경영지원 등이 있음을 설명했다. 한 박사는 특히 교육으로는 핵심리더교육, 서비스교육, 마을 유튜버 양성, 주민공동체 활성화 교육, 국내 선진지 견학이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은 마을 공동체를 이끌어가거나 함께 할 주민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또한 주민공동체 활성화 교육은 서예, 연극, 영화, 중창단, 캘리그라피, 수지침, 탁구 등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기 위한 배움이라고 했다. 마을 공동체 리더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있다는 것이다.

연화리어촌계장 등 지역리더들이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연화리어촌계장 등 지역리더들이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또 한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컨설팅에는 어촌체험, 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및 컨설팅, 시설물 운영관리와 경관협정 컨설팅, 사업추진 모니터링이 포함된다고. 그 외 브랜드 개발, 스토리텔링 개발, 홍보물 및 동영상 제작이 홍보·마케팅에 해당되며, 정보화는 홈페이지 제작과 운영을 뜻하며, 경영지원은 사무장 활동 지원을 뜻하는 것이라고.

본격적인 교육 첫 순서는 ‘어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리더의 역할’ 강의였다. 강사는 ㈜베토 대표 송영택 수산해양정책학 박사다. 송 박사는 최신 어촌 트렌드, 공동체 활성화와 리더의 역할 위주로 강연을 이어갔다. 송 박사는 어촌의 공간이 과거 수산물 생산기지에서 요즘 관광, 물류, 유통 등의 종합기능공간으로 변모, 고도화 됐음을 강조했다.

산등항 구역 핵심리더교육
산등항 구역 핵심리더교육

또 송 박사는 “어촌개발 방향으로 어업인 중심의 참여가 전제된 쾌적한 공간 조성, 수산업의 융·복합화, 즉 6차산업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교육과 개방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 강화와 역량 강화로 어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강의는 ‘어촌 6차산업’ 강의였다. 강사는 박수진 우석대 관광경영학과 객원교수. 박 교수는 6차산업의 개념을 비롯, 6차산업은 왜 필요한지, 또 6차산업은 어떻게 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6차산업은 1차산업(수산물 생산), 2차산업(수산물 가공), 3차산업(수산물 유통·음식·관광)을 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1+2+3차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1, 2, 3차산업 중 하나라도 0이 되면(빠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특히 1차산업이 빠지면 6차산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2차산업이 빠져도 6차 산업이 곤란하다고. 예를 들어 생선을 잡아서(1차) 가공하고(2차) 유통하는(3차) 과정을 거쳤을 때 6차산업, 혹은 융·복합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진두항 구역 대표들이 연구진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진두항 구역 대표들이 연구진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사업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박 교수는 “어촌뉴딜300사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눠지는데 공통사업, 특화사업, 역량강화사업(소프트웨어)이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중 △공통사업에는 어항 등의 각종 시설과 관리시설, △특화사업은 해산물, 약초, 관광자원 등 그 마을의 자원을 활용해서 하고 싶은 소득사업, △역량사업은 공동체 구성원인 주민들이 사업을 이어나가고 앞으로 이어갈 사업의 밑바탕이 되는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 주민석에서 질문이 나왔다. 연화리 주민 A씨는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주민들이 알고 있는 어촌뉴딜300사업과 같은 것이냐”고 물었다. 어촌뉴딜300사업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음을,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A씨의 질문에 박 교수는 “재작년에 어딜뉴딜300사업지로 선정된 이 곳의 경우 공통사업은 이미 설계단계까지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특화사업은 음식·마을체험 등을 의미함을, 역량사업은 용역사업을 맡은 사업체가 만든 프로그램에 맞춰 진행하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우도리 B씨는 “이런 교육이 (공통사업 이전에) 먼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강의 뒤에는 차후 역량강화사업을 위한 주관사와 참석자들 간의 소통의 시간이 마련됐다. 분임조가 나눠지고 주관사측에서 나온 2명의 연구원들이 분임조를 이끌었다.

주민 C씨는 “리더만 교육하면 안 된다. 주민들 다 모아놓고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주)베토 한 소장은 “지난달에 사업 착수 보고를 했고, 오늘은 본격적인 교육 첫 날이라 핵심리더 교육을 하고 본 일정은 앞으로 2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주민 D씨는 “늦었지만 성숙한 발전을 이뤄보자”고 제안했다. 또 주민 E씨는 “뉴딜300사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 뉴딜300사업이 주민 소득창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열정 어르신들까지 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열정 어르신들까지 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한 박사와 프로그램을 이끄는 두 연구원들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이뤄질 ‘마을 유튜버’ 양성, 주민공동체 활성화 교육, 선진지 견학 등에 참여할 인원과 의사 등에 대해 다음 교육까지 의견을 달라고 당부했다.

핵심리더교육 이후에는 주민들과 강사진, (주)베토 연구원들과의 현장 조사가 이뤄졌다. 이들은 연화항에서 동두항까지 함께 했다. 연화항은 여객선 접안장 폭이 좁아 확폭(擴幅)과 여객선 터미널 증축이 예정된 곳이다. 연화항을 둘러본 주민들과 연구원들은 승용차를 나눠 타고 동두항으로 향했다. 연화항에서 동두항까지는 약 3km의 시멘트 도로다. 가는 길을 연화도 4대 비경 중 하나인 연화사 방향으로 정했다. 출렁다리 부근 고지에서 동두마을 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두항은 화물선 접안장, 매립식 물양장, 어구 보관장, 파라핏 연장, 마을 뒷편 파도막이, 해수욕장 공사가 예정돼 있다. 공사 사업자도 최근 선정했다고 한다. 이 구역의 주요산업은 가두리양식과 여름철 민박 등이다. 방송에 고등어회가 유명하다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실제는 우럭 양식 어가가 가장 많다. 주민들과 연구진은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튿날에는 진두항 구역(진두항·용초항·죽도항), 그 다음날에는 산등항 구역(산등항·상리항·하리항) 핵심리더교육이 이어졌다. 핵심리더 혹은 리더를 꿈꾸는 어업인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왜 이런 교육을 이제야 하는지, 토목공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부드러운 교육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섬을 떠나 배에서 내렸지만 여전히 한 소장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촌뉴딜300사업은 방파제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을 가꾸기 사업입니다. 주민 스스로 커뮤니티 디자인하기 위해 리더를 교육하는 것입니다.”

한 박사는 “성공적인 지역역량 강화사업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개진, 마을 지도자, 협의체 위원, 운영진 등 주민들이 각자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하드웨어적 시설과 소프트웨어적인 정신이 갖춰진 살기 좋은 어촌마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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