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재해보험료 어디까지 치솟나?
양식재해보험료 어디까지 치솟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3.0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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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농작물재해보험 만큼 요율 올려야”

[현대해양] 자연재해 부담을 줄이고 재해복구를 돕기 위해 만든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요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어업인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양식수산물 보험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2008년. 양식 어업인들이 자연재해로부터 입은 실제 피해 복구비, 각종 비용손해까지 보상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08년 당시 0.49%로 출발한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보험요율은 지난해 말 기준 3.4%선까지 올랐다. 손해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험요율(保險料率; 보험 계약을 맺을 때 보험료를 설정하는 비율. 보험사가 부담하는 위험의 확률을 계산해 정한다) 인상은 곧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어업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라 수협이 보험사업자로 선정돼 운영하는 정책보험으로 운영은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의 약정에 따라 이뤄진다. 이 보험은 넙치부터 전복, 굴, 참돔, 김, 미역, 다시마 등에 이르기까지 28개 품목에 적용되며, 태풍(강풍), 해일, 적조, 고수온, 저수온, 이상조류 등의 다양한 자연재해 피해까지 보상해준다.

대표적인 예로 2016년 10월 태풍으로 해상가두리 감성돔 8억 2,000만원의 피해를 입은 A어업인은 6억 5,600만원의 보험금을, 2016년 8월 적조로 전복양식장에 6억 3,100만원의 피해를 당한 B어업인은 5억 6,700만원을, 2017년 8월 고수온으로 넙치양식장 7억 500만원의 피해를 본 C어업인은 5억 4,000만원의 보험금을 각각 수령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손실 증가

보험가입률 또한 증가 추세에 있는데 정부는 순보험료의 50%, 부가보험료의 100%를 지원하고 보험특약을 세분화해 특약보험료의 40∼60%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자기부담 순보험료 20~30% 가량을 지원해주고 있다.

수협중앙회와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양식재해보험 2019년말 기준 누적 손해율은 244%에 달한다. 2016년 274.6%, 2017년 200.6%, 2018년 184.1%, 2019년 461.4%(지급 준비금 포함)로 최근 3년간 평균 손해율은 280.2%에 육박한다.

이처럼 손해율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갖가지 자연재해로 인해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손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에 따른 고수온 피해 때문에 양식재해보험의 지급대상과 지급액이 연이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손해율도 높아졌던 것.

양식재해보험은 기준손해율 140% 이내 손실에 대해 수협과 민간 재보험사에서 책임을 지고, 기준손해율을 초과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재보험은 보험사가 인수한 계약의 일부를 다른 보험회사가 인수하는 것을 뜻한다. 재보험은 보험사를 위한 보험이라 할 수 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경우 수협중앙회가 보험회사가 되고 코리안리(Korean Re) 등이 재보험사가 되어 수협중앙회의 보상 책임을 분담하는 역할을 해왔다. 보험사(수협중앙회)의 리스크를 나누는 역할을 재보험사가 했던 것이다.

 

발 빼는 재보험사

하지만 어업인들의 자발적인 조직체인 수협중앙회와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재보험사의 경우 자연재해가 많고 손해율이 높아지면 영업이익이 적고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에 사업 참여를 꺼리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8년까지 재보험의 80%를 점유했던 국내 유일의 재보험 전문 글로벌 회사 코리안리가 2019년도부터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 참여 포기를 선언했다. ‘수익 못내는 사업은 정리한다’는 방침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 재보험의 참여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고 그 부담을 수협중앙회가 떠안게 됐다.

다급해진 수협중앙회와 해수부가 지난해 제도개선, 참여 유도 등의 노력으로 삼성화재, 서울보증보험, 현대해상, R+V사(독일) 등의 민간 보험사를 재보험사로 참여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민간 재보험사 분을 다 합쳐도 그 비중은 36.5%에 그치고 있다. 민간 재보험사의 참여 저조로 수협중앙회 보유분 25%를 제외한 나머지 38.5%에 대해서도 수협중앙회가 보험금을 책임지게 된 상황이다.

보험 운영 자체에 애로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애로는 곧 보험 가입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 보험료 인상이 없다면 운영을 맡은 수협도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험료를 무한정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험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보험 가입 기피와 이탈현상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당초 보험 제정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행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처럼 어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정책보험제도가 오히려 어업인과 어업인들의 협동조합인 수협중앙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형국이니 정부, 수협 모두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19년 계약에 대한 손실액(추정)은 165억 원(손해율 140% 기준)으로 예상되고, 이중 수협이 부담할 손실은 의무보유 41억, 출재부족분 63억을 포함한 10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중앙회 부담 가중

손해율도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민간 재보험사의 참여마저 부족한 상황이 되니 수협에서는 손실누적이 계속 지속된다면 사업을 계속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회 지적도 있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대상품목 확대와 제도개선 △보험가입률 제고를 위한 보험료 지원 수준 상향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감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호(더불어민주당, 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양식산업의 재해 발생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민영보험사가 양식재해보험을 거부하고 있다”며 “민간보험사들의 가입(참여)을 유도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민간 재보험사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고 정부의 건의로 재보험의 비율을 150%에서 140%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하고 “본 회의 보유율도 작년에 10%에서 25%로 확대하고 손해율을 저감하기 위해 제도개선 및 코리안리 대표 면담을 해서 계속 참여를 유도했으나 최종적으로 참여를 포기했다. 그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부족함도 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양식산업재해보험 민간사의 미가입(참여)이 계속된다면 기본적으로 수협이 재정적으로 힘들어지고 바로 어업인의 위기로 빠지게 되는 순환 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풍  피해 현장

올해도 보험료 인상

지난해 30% 인상에 이어 올해도 보험료 인상이 보험가입 시기에 맞춰 예정돼 있다. 2020년 양식어업재해보험으로 정부가 마련한 예산은 518억 6,8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해수부는 518억 6,800만원 중 순보험료로 401억 8,700만원을, 부가보험료지원(운영비)으로 116억 8,1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수부가 이처럼 올해 예산을 증액한 이유는 보험료 인상에 대비한 것이다.

양식어업재해보험은 정책보험으로 보험료는 정부, 지자체의 지원과 자부담으로 이뤄진다. 보험료가 인상되면 정부, 지자체의 부담이 늘고 자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누적손해율을 반영해 2023년까지 양식어업재해보험의 수지균형을 위해 보험요율을 약 40% 인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보험요율 인상요인 중 하나로 낮은 보험요율을 들고 있다. 2008년 양식보험 도입 당시 어업인의 부담완화와 가입율 제고 등을 위해 보험요율을 낮게 설계했다는 것. 2008년 0.49%로 출발한 보험요율은 2018년 2.65%, 2019년 3.4%를 기록했다.

이를 더 올리기 위한 조치로 해수부는 올해 순보험료 287억 500만원에 인상률 40%를 적용해 114억 8,200만원을 증액하기로 하는 한편, 지난 3년간 동결했던 정부 100% 지원의 부가보험료(운영비)도 10억 7,000만원 인상한 116억 8,100만원으로 책정했다.

변혜중 해수부 소득복지과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예산을 확보했다”며 “농작물재해보험 요율이 4.4%인데 같은 1차산업인 농업만큼 올린 다음 수지균형을 맞춰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협, 기준손해율 하향 희망

변 과장은 또 “농작물재해보험에 비해 양식재해보험 손해율은 2~3배 높은데 보험료는 조금 내는 것이니 합당치 않다. 농업 수준인 4.4%까지 보험요율을 올린 다음 리스크가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보험요율 인상요인이 계속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리지 않아 한계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손해율이 높다보니 요율을 현실화해서 농작물보험 수준까지 올리자는 입장이다. 작년에 30% 가까이 인상했고 올해도 그 정도 인상할 예정인데 최종 인상율은 심의회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올해 또한 두 자리 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보험요율, 보험료 인상 계획에 대해 양식 어민 김주원 씨는 “자연재해 요인은 늘 있기 때문에 보험이 필요하다는 것도, 보험료가 오르면 정부 지원도 같이 늘어난다는 것도 알지만 사실상 매년 큰 폭으로 보험료가 오르면 자부담이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수협중앙회는 손해율 증가에 따른 재보험사 이탈 등에 대한 부담으로 기준손해율 조정을 바라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수협 부담이 늘어나 한계가 있다. 지난해에는 어쩔 수 없이 재보험 미참여 부분을 수협이 안고 갔는데 올해에는 더 많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참여했던 재보험사 손해액이 50억이 넘었다. 수협 입장에서는 재보험사가 안 들어오니까 요율 인상을 많이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면 어업인들이 가입을 꺼리고 정책보험 취지에도 맞지 않으니 국가가 더 많은 부담을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해기준율을 140%에서 130%으로 10%만 내려도 38억원 정도 절감된다”며 정부 지원을 희망했다.

 

“어민들에게 짐지워선 안돼”

이에 대해 해수부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준손해율을 낮추면 책임범위가 줄어드니 좋겠지만 국가 부담은 늘어난다”며 “작년에 제도 개선한 것을 2년 정도 운영해서 보험사가 감당이 안 되고 재보험이 안 되는 수준까지 간다면 국가가 손익을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올해까지 같은 조건으로 최소 2년간 운영한 뒤 차후에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해수부, 수협중앙회 모두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제도개선과 도덕적 해이 방지 등의 조치가 따라야겠지만 어업인 부담이 늘고 보험 가입율이 낮아지면 어업 경영 안정화라는 궁극적 목적에 대치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식 어업인 이용수 씨는 “우리 헌법에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제도개선으로 보상범위는 줄고 해마다 계속 보험료가 오르면 보험에서 보장해주는 게 뭐가 있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해수부는 지난해까지 풍랑, 폭우, 폭설 등의 피해를 보상범위에서 제외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감행했으며, 앞으로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고위험 시설 할증제’ 신설 등의 제도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래저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박완주(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을) 국회 농해수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업의 손해율이 높아진 것은 연이은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지만 재해보험은 사회보장적 성격의 정책보험인 만큼 보험요율을 높여 어어민들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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