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산업사 박물관 건립을 위한 제언
세계적 수산업사 박물관 건립을 위한 제언
  • 채동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0.03.09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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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이란?

박물관이란 고고학적 자료, 오래된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를 수집·보존·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다. 수집품의 내용에 따라 민속·미술·과학·역사박물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전국에 수 십 개소 이상의 국립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박물관의 수는 더 많다. 사설 박물관까지 하면 수 백 개소 이상의 박물관이 설립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세계를 대표할 만한 박물관은 없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 가장 대표적이며, 자연사박물관은 뉴욕에 위치한 150년 전통의 미국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박물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도 아시아문명을 보여주는 박물관은 싱가폴의 아시아문명박물관(Asian Civilasations Museum),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문명을 전시한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The National Museum of Anthropology) 등 특별한 주제를 다루는 박물관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을 건립해 인류 역사와 문화 발전 및 관련 분야의 학술 연구와 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면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의 위상에 맞는 품격을 갖추게 될 것이며, 이러한 박물관은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선진국형 문화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냄으로써 국가 밎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박물관을 건립해 세계적인 대표성을 가진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수산업사 박물관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수산업사 연구에 이어 세계적 박물관 건립 필요

인류의 어로 행위는 농경보다도 오래된 것으로 어로기술의 변천을 통해 초기 인류의 발달사를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농경 및 농업생활사에 대한 역사·문화적 연구는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되었으나 어로 및 해양생활사에 대한 연구는 문헌기록의 부재와 전해지는 유적 및 유물의 한계로 인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수산업 역사를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심해 탐사, 인공위성 관측, 수중 드론, 인류 유전자 분석 등 과학기술의 진전과 ‘물’이라는 미지의 자연 영역에 대한 도전 의식이 고취되어 세계적으로 선사시대 인류의 수산업 역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생활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수산업사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나 아직 세계를 대표할 만한 수산업 역사 박물관은 없다. 수산업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에는 각각 스코틀랜드 어업박물관(Scottish Fisheries Museum), 노르웨이 어업박물관 (The Fisheries Museum), 대서양어업박물관 (Fisheries Museum of the Atlantic)이 건립되어 있으나, 이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각각 그 나라에서 특정 시기에 번성한 어업에 집중되어 있어 세계 인류의 어업 역사를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규모도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에 미치지 못한다. 이 외에 스페인령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의 전통어업박물관(Traditional Fishing Museum), 피지박물관(Fiji Museum) 등 그 지역의 독창적인 전통어업과 어로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으나, 이 역시 세계적인 대표성을 인정받기에는 전시 범위나 규모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수산업 역사와 어업유산의 세계적 가치

우리나라의 수산업 역사는 전 세계 인류의 어업 역사를 대표할 만큼 오래되었고 우리 민족의 어업 활동은 전 세계 어느 민족보다 다양하며,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선조들이 고안한 여러 가지 지혜로운 전통어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반도는 한강, 낙동강과 같은 크고 수량이 풍부한 하천이 형성되어 있고 리아스식 해안으로 해안선이 복잡하며 갯벌과 도서가 발달되어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어로를 통한 식량 획득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또한 어로행위를 위한 해안가의 집단 거주 및 해안선을 통한 교류가 활발했음이 여러 유적을 통해 입증되었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것 중 세계적으로 독보적 가치가 있는 어로 유적으로, 세계 최고(最古)의 그물추, 선사시대 고래 어획의 증거(울산 반구대 암각화), 신석기시대 고선박 유물, 세계적 어살 유적(죽방렴)을 들 수 있다.

 

유일무이한 수산업사 박물관 건립 추진해야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통적인 해양국가에는 수산업 박물관이 건립되어 있으나 어선과 그물을 사용한 어업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으며 그물사용 이전 단계의 원시어업과 전통어업을 다루고 있지 않는다. 그 외 일부 국가의 원주민 생활사 박물관에서는 그 지역의 전통어업과 어법을 전시한 공간이 있으나 소규모이며, 전시유물도 지엽적인 것으로, 인류가 축적한 전 세계 수산업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 온 어로기술과 전통어업 및 이와 관련된 문화와 생활사를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꾼다면 수산업 역사 분야의 세계 대표급 박물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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