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뉴딜300사업, 제2의 산토리니를 꿈꾸는가?
어촌뉴딜300사업, 제2의 산토리니를 꿈꾸는가?
  • 김기업 농어촌공사 원주지사장
  • 승인 2020.03.0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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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사라진 산토리니

201812월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도사곡리 마을에서 지식봉사활동인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을 개최하였는데, 특별히 프랑스 파리 서부 낭떼르 라 데팡스 대학교의 지리학자 뷔르젤 교수께서 함께 하였다.

뷔르젤 교수는 특강을 통하여 도사곡리는 과거에 자신이 연구했던 어느 마을과 자연 및 인문환경이 매우 유사하다고 하며, 그 마을의 변화과정을 소개하면서 도사곡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40여년 전 처음 그 마을에 갔을 때에는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경사가 심한 도사곡리처럼, 그 마을 역시 화산지형으로 경사가 심하고 바다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으며 경작할 수 있는 농지가 적어 주민들의 삶이 넉넉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잦은 이민족의 침입과 독립전쟁 등을 거치며 피폐되어 빵 한 조각 얻기 힘든 나날이 연속되었고, 항구에 배가 들어올라치면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의 여건 속에서도 주민들은 공동체를 형성하여 전래 놀이와 음악 등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아이들을 다함께 돌보는 친절함으로 서로 도와주며 즐겁게 사는 아름다움 모습을 이어 갔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이 지역의 지질과 역사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고고학자와 역사학자 및 지질학자들이 들어오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해안경관과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산업이 시작되어 재건축과 현대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작은 배들만이 드나들던 항구에 대형 여객선과 크루즈여행객들이 들어오고, 전 세계의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진 산토리니다.

산토리니는 이제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유명 관광지로 부상하였으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관광산업에 종사하며 많은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산토리니 주민들은 전통놀이와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아이들을 마을주민들이 함께 돌보지 않으며, 서로 경쟁자가 되어 인사도 잘 하지 않는 관계로 살아가는 등 주민공동체가 와해되었다고 뷔르젤 교수는 설명했다.

또한 오래전부터 그곳에 터를 잡고 살던 원주민들과 지역의 엘리트들은 거대자본과 상업화에 밀리거나 싫어서 모두 떠나버렸고, 현재는 외지에서 장사꾼과 관광업자 및 거대자본가들이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뷔르젤 교수는 도사곡리 주민들에게 마을발전에 있어 지금처럼 오지로 남아있는 것도 옳은 것은 아니지만, 산토리니처럼 전통문화와 공동체를 잃어버리고 원주민들이 외지인들에게 쫓겨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 전통적인 삶과 경제적인 삶이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형SOC, 어촌뉴딜300사업

해양수산부가 생긴 이래 역대 최대의 어촌지역 발전사업인 어촌뉴딜300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바다, , 자연경관, 해양레저, 수산자원 등 다양한 해양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어촌지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본적 인프라와 콘텐츠를 보완하여 활력 넘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통해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게 300여개 어촌·어항을 현대화하여 해양관광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어촌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등 혁신정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그동안 도로, 철도 등 대규모 기간시설 위주의 투자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제성장과 소득향상에도 기여를 하였으나, 교육·복지·문화·체육시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인프라는 양적·질적으로 부족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 하에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로서 생활SOC 확충을 추진하고 있으며, 어촌뉴딜300사업 역시 이와 맞물려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농촌지역개발사업 시행착오, 성공경험 참고해야...

이러한 어촌뉴딜300사업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경험한 농촌지역개발사업들의 시행착오와 성공적인 경험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다양한 농촌지역개발사업들을 지역의 공간적 행정적 위계와 규모는 물론 주민역량에 따라 범위와 규모를 달리하며 맞춤형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지 못하거나 완료되었더라도 지속되지 않는 사례를 보이는 곳이 있는데, 이는 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와 의식전환 및 역량강화가 부족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에 2012년부터 지역주민들에 대해 농촌현장포럼을 실시하여 문제점을 해소하였고, 2016년부터는 의무적으로 현장포럼을 시행토록하여 교육 사업시행의 패러다임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 과정은 1년간의 주민역량강화와 소액사업 시행, 3~4년간의 중규모사업 시행, 그리고 4~5년간의 대규모사업으로 진행되는 단계적 추진과정으로서 사업준비는 물론 시행과정에서 주민들의 역량강화와 함께 성공의 과실을 맛보게 함으로써 다음단계의 사업도 성공하도록 하며 공동체를 형성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주민들이 즐거운 행복어촌마을 만들기 되어야...

어촌뉴딜300사업에서 사전교육이나 소액사업 추진경험 등 역량강화 과정 없이 100억이라는 거대규모사업을 투입한다면 어촌주민들이 과연 잘 추진할 수 있을까? 그것도 3년 만에 사업을 완수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혹시 농촌지역에 수억~수십업짜리 시설물이 덩그러니 놓여 주민과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고 거미줄만 쳐있는 실패사례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이 실패사례를 성공사례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주민들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전철을 밟을 것인가?

또한 제2의 산토리니를 건설하여 원주민들과 지역의 전통문화는 사라지고 외지의 장사치들만 들어와 사는 일반관광단지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브뤼젤 교수의 주장처럼 전통문화와 경제가 균형을 이루어 주민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그런 행복어촌마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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