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재정과 공익형 직불제
수산재정과 공익형 직불제
  • 장영수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20.03.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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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교수는 부산수대(현 부경대)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수산대학에서 수산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부경대에 임용돼 수산물유통론, 마케팅, 수산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국회 해양수산 분야 입법지원위원, 해수부 정책자문위 수산분과위원장, 국무조정실 식품안전정책 전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농어업특위 농어업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영수 부경대 교수

[현대해양] 수산업은 양질의 단백질을 국민에게 공급하는 식품산업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산업은 개발도상국의 수산업 성장, FTA 자유무역 확대, ·중 무역분쟁 및 한·일 분쟁 등 대외적인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로 변화해가고 있다.

작금의 수산업은 내부적으로는 연근해 수산자원 감소, 어가인구 감소, 어업인구 고령화 현상, 인건비 등 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수입산 수산물 시장잠식 현상, 수산물 무역수지 적자 확대, 저연령층 수산물 소비 감소 등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 수산재정(水産財政)은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공공기관이 수산업 육성을 위해 수행하는 회계적·재무적·정책적 활동을 통해 수산업을 지원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수산재정은 예산과 기금의 운용을 통해 수산업의 대내외적 환경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산업적 성장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산재정에도 지속 가능성 위협받고 있어

지난 10년 간 해양수산부의 수산재정은 크게 어촌·어항 활성화, 수산자원 관리 및 조성, 어업인 소득안정지원 3개 부문 예산이 전체 80%를 차지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수산재정의 핵심 정책 대상은 어항, 어장, 어촌, 어업인에 집중되어 있다. 수산재정은 어업활동이 이루어지는 어항·어촌 인프라 개발, 어장을 중심으로 한 어업활동 및 자원관리 조성, 그리고 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보험·교육·기술 지원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한편, 수산재정은 구조적으로 가치사슬의 전방에 해당하는 유통, 가공, 소비, 서비스 단계로 갈수록 예산 투입이 줄어드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수산재정은 수산식품 고부가가치화, 수산물 유통 및 안전관리, 해양수산 연구개발 지원 부문을 편성하고 있으나 이들 부문에 대한 예산 편성은 과거보다 정체 또는 축소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수산업의 육성을 위해 다각적인 육성정책과 예산 사업 추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어가인구 감소, 어업인 고령화 등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 제고돼야

수산재정은 지금까지 수산업의 본연의 기능 중 수산물의 생산과 식량 공급적 측면을 우선순위에 두는 예산 편성을 지속해 왔다. 수산재정이 추구해왔던 정책 및 재정사업의 방향은 수산물 생산 증대를 통한 어업인 소득 향상, 어촌·어항 개발을 통한 정주환경 및 어업환경 개선, 수산자원관리 및 조성을 통한 생산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온 것이다. 반면에 그동안 수산업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성과에 대한 중요성은 인지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사업은 조건불리지역직불제 등 일부 소득보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수산업은 수산물의 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산업은 연안을 중심으로 한 바다 고유의 가치 보존, 자연보존, 연안수역 관리, 관광자원 기능, 어촌 문화유산 보존, 국토방위, 지역 활성화, 어촌경관 형성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그동안 이러한 산업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기능과 가치의 창출보다는 수산물의 양적인 생산과 성과만이 본연적 기능으로서 주목받아 왔다.

수산업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기능은 양적인 수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생 산업으로 연계되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촌의 뛰어난 자연경관과 연안 환경을 바탕으로 파생된 낚시산업, 해양레저스포츠, 지역관광산업 등을 들 수 있다. 낚시산업은 2016년 낚시인구 767만 명을 돌파하는 등 전국적인 유행이 일어나 새로운 여가활동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연안에서의 서핑이 강원도 지역 등을 중심으로 붐이 일어나면서 서핑교육, 서핑용품, 게스트하우스, 카페, 숙박시설 등 다양한 상업시설로 연계되어 지역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어촌사회를 중심으로 한 공익적 기능을 통한 가치창출에서 어업인과 어촌사회는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촌을 방문하는 낚시관광객들은 어촌사회의 새로운 가치창출원이 되기보다는 수산자원 고갈 문제, 쓰레기 유발 등 어업인들과 갈등에 직면하고 있으며, 새로운 해양레저스포츠로 각광받는 서핑 산업 또한 어업인과 어촌사회는 외면된 채 도시 등 외부인이 투자한 상업시설이 대부분의 가치를 흡수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관광의 경우도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하고 있으나 어촌계의 역량 부족으로 이러한 가치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 확대 필요

이러한 배경 속에 공익형 직불제 도입은 지금까지 수산업이 수행하고 있는 고유의 사회적·문화·경제적·자연적 가치와 보존, 그리고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어촌사회와 어업인들의 노력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조명하는 새로운 산업적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어촌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산업이 수행하고 있는 공익적 기능의 가치를 어촌사회가 흡수·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익형 직불제 도입 및 확대를 통해 어촌의 공익적 가치가 어촌사회로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적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 수산업은 공익형 직불제에서 더 나아가 공익적 가치의 유지·발전을 위한 지원사업과 같이 다양한 범위의 정책 및 재정사업으로 연결하여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유지·발전해나가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수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비로소 현실화될 때 수산업이 우리나라의 바다와 어촌사회를 통해 유지하고 있는 본연의 가치들이 지속되고, 계승되어 나아가 산업적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장영수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부산수대(현 부경대)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수산대학에서 수산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부경대에 임용돼 수산물유통론, 마케팅, 수산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국회 해양수산 분야 입법지원위원, 해수부 정책자문위 수산분과위원장, 국무조정실 식품안전정책 전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회위원회 위원과 농어업특위 농어업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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