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믿고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어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믿고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어
  • 유지은 기자
  • 승인 2014.03.07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수연 선박안전기술공단 기술연구실 차장

일하는 분야는 자신의 선택, 여자라고해서 특별하다는 생각 버려야

▲ 권수연 선박안전기술공단 기술연구실 차장
인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배를 보며 자라 자연스럽게 선박 설계 일을 시작했다는 권수연 차장.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여성의 불모지인 엔지니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으며 꿈을 향해 달려온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간 것.

그동안 쌓인 내공 때문일까. 작은 체구와 조용한 말투에서 남자에게는 느낄 수 없는 강인함이 묻어났다. ‘외유내강’은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권수연 차장은 선박안전기술공단 인천 본부의 유일한 여성 연구원이다. 요즘에는 여성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권 차장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만 해도 여성인력을 뽑는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작은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설계 보다는 사무, 회계 등의 업무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 끝에 선박안전기술공단에 입사한지 12년 째, 이제는 올해의 KST상(2008년), 과학의 날 기념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2011년) 등을 받으며 능력 있는 연구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것에서 만족했다면 지금의 권수연 차장은 없었을 것이다. 성별을 떠나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그녀의 열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기술연구실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설계와 연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선형, 즉 선박을 3D로 생각했을 때 배의 모양이나 배안의 선원실, 화장실 등의 배치, 승선했을 때 어떤 위치가 편한지, 배의 용도에 따라 어떤 모양이 효율적인지 등 전체적인 틀을 잡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배가 기울거나 파손됐을 때 어떻게 하면 피해가 적을지 안전을 위한 계산도 한다. 선박 개발 등의 해양레저 분야도 함께 병행 돼 선박에 관한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다룬다고 보면 된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인천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배를 보며 자랐다.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과 미술이 복합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선박 쪽에 오게 됐다. 그런데 처음에는 기술업무 분야는 예전에는 아예 여자를 뽑지 않았다. 그래서 업무보조 등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으면서 계속 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애착이 있고 12년 동안 근무하고 있다.

▲ 권수연 차장은 선박 설계와 연구를 하고 있다. 선형, 즉 선박을 3D로 생각했을 때 배의 모양이나 배안의 선원실, 화장실 등의 배치, 승선했을 때 어떤 위치가 편한지, 배의 용도에 따라 어떤 모양이 효율적인지 등 전체적인 틀을 잡는 등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만에 하나 배가 기울거나 파손됐을 때 안전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연구도 그녀의 몫이다.

연구실의 홍일점으로 불편한 점은 없나?

업무의 특성상 현장을 뛰어다녀야 한다. 작은 배를 타고 큰 배에 오르거나, 사다리를 타고 배 사이를 뛰어다녀야 하는 등 남자들도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살짝 힘든 부분이 있다. 또 성별이 달라서 조금 외로울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성격이 워낙 털털한 편이라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회식자리에서도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스러워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스타일이다. 술은 얼마 전에 끊었는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더라.

직장생활과 가사를 병행하기 힘들 것 같은데...?

모든 여성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 아이냐 자신의 일이냐 하는 문제에서 일반적으로 아이가 우선시 된다. 그런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여성들이 일하는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워낙 어른스럽고 독립심이 강해서 엄마를 먼저 생각해준다. 또 어머니가 많이 봐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엄마와 할머니의 역할은 다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학교에서 부모님을 필요로 할 때나 챙겨야 할 때가 있는데 출장이 많아서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한다. 직장생활과 가사 문제는 계속된 숙제 같다.

엔지니어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이 분야에 여자가 적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공을 해도 중간에 바꾸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간판만 보거나 쉽게 생각해서 들어오는데, 남자와 경쟁을 해야 하고 보수적인 환경이라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을 해결해 나갈수록 매력 있고 재밌는 일이다. 어떤 분야를 하던 자신이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가능하면 오래도록 일을 하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게 된다. 자격증을 따거나 학위를 취득하는 등 공부를 계속해서 가능하면 뒤처지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가정과 일 모두를 만족하는 것이 목표다.

<인천=유지은 기자, 사진=박종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