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리더십
수평적 리더십
  •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20.03.0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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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달에는 일선 수협 조합장님 몇 분을 만났습니다.

항만, 모래채취, 해상풍력 등 해양개발 수요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수산업의 중심인 수협은 어업인 고령화와 경제사업의 부진 등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조합장님들과 대화 도중 수협중앙회와 해수부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말들이 귓전에 오래 동안 맴 돌았습니다.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상위 기관들이 어업인에게 진정어린 배려보다는 위계로 업무를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해 이에 대한 섭섭함을 표한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현재 우리 해양수산계 전체가 관료주의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해양수산업 자체가 남성 중심의 산업구조라 그동안 중앙집권적 관리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사실이고, 바다라는 공간 특성상 통합적인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다 보니 그 체계가 정교해질수록 관료의 힘이 세지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마케팅 커뮤니티케이션 전문가 포사이스는 리더십은 권력에서 나오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상권, 처벌권, 합법성, 참조성(reference), 전문성, 정보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합니다.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고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외부와의 네트워크가 용이해짐에 따라 정보력과 전문성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고, 사회가 다원적 소통형태로 변해가면서 구성원들을 배려하는 관계지향적인 수평적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 해양수산계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리더십을 주문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 시작은 행정의 정점에 있는 해양수산부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면 합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피아라는 조어까지 만들어졌던 해양수산부 관료주의가 직후 반짝 민간 전문가들을 등장시키며 순화되는 듯 했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원래대로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기관들의 수장은 대부분이 해양수산 출신 퇴직 공무원들이 다시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전문성을 고려하지도 않은 인물도 눈에 띕니다. 또  특정 인사를 밀어붙이다 잡음을 일으켜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수협중앙회 전 회장 비위 고발사건이 결국 무죄 결론이 난 예와 같이 산하기관·단체 길들이기로 비쳐지는 무리한 감사권 행사도 해수부의 리더십을 해치는 일들이 아닐까 합니다.

해양수산계 전체가 활기를 잃은 상태에서 업계로서는 합법적으로 막대한 처벌권과 보상권을 쥔 정부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그 힘의 쓰임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사람이 먼저다’라는 공약처럼 우리 해양수산계도 과거 중앙집권적인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말단의 어업인까지 보살피는 따뜻한 사람중심의 소통행정이 추진되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그 탈권위적 관료문화가 해양수산계 전체에 널리 퍼지길 기대합니다.

해양수산부가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업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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