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0]등선, 부속선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기선선망어업 허가가 적법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0]등선, 부속선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기선선망어업 허가가 적법할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2.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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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의 본질 사건

<열 번째 여행의 시작>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현대해양] 행정관청이 면허나 허가 등을 할 때, 일정한 조건을 붙이거나 기한을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이나 기한 등을 법률용어로는 부관(附款)’이라고 합니다.

수산업법의 경우에도, 어업조정이나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어업면허를 제한하거나 어업면허에 조건을 붙일 수 있고(12), 역시 어업조정이나 공익의 보호 또는 수산자원의 번식·보호를 위해 어업허가의 제한 또는 조건을 붙일 수 있는데(43조 제2), 이러한 조건들이 바로 부관입니다.

그러면, 행정관청은 어업조정이나 공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내용의 부관이라도 마음대로 붙일 수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 A도지사는 1988. 5. 4. B에게 제1대영호와 제38청룡호에 대한 기선선망어업(어업의 종류와 명칭: 기선선망어업, 조업의 방법과 어구명칭: 소형선망어업, 기간: 5, 조업구역: 전국 연해)의 허가를 하면서 등선, 운반선 등 일체의 부속선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을 붙였습니다.

B는 어쩔 수 없이 허가받은 내용에 따라 조업을 해오다가 1988. 9. 9. 38청룡호(기존 허가어선)와 제3대운호를 제1대영호(기존 허가어선)의 등선으로, 22대원호, 3선경호 및 한진호를 제1대영호의 운반선으로 각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어업허가사항변경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A도지사는 1988. 9. 13. 수산자원보호 및 다른 어업과 어업조정을 위해 앞서 한 제한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는 사유로 위 어업허가사항변경신청을 불허가하였습니다. 과연 B는 등선과 운반선도 없이 계속 기선선망어업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쟁점>

기선선망어업의 허가를 하면서 부속선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 부관이 적법할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90. 4. 27. 선고 896808 판결>

수산업법에 의하여 어업의 면허 또는 허가에 붙이는 부관은 그 성질상 허가된 어업의 본질적 효력을 해하지 않는 한도의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허가된 어업의 내용 또는 효력 등에 대하여는 행정청이 임의로 제한 또는 조건을 붙일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수산업법 시행령의 규정 내용은 기선선망어업에는 그 어선규모의 대소를 가리지 않고 등선과 운반선을 갖출 수 있고, 또 갖추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기선선망어업의 허가를 하면서 등선, 운반선 등 부속선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 부관은 그 어업허가의 목적 달성을 사실상 어렵게 하여 그 본질적 효력을 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위 시행령의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더욱이 어업조정이나 기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없는 이상 위법한 것이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의 원심인 부산고등법원은 선망어업을 아래와 같다고 보았습니다(부산고등법원 1989. 9. 12. 선고 89312 판결).

 

선망어업은 그물의 아랫전(아래殿)에 죔고리를 달고 거기에 죔줄을 꿰어 어군을 둘러싼 후 죔줄을 죄어 어군을 가두는 건착망을 이용하는 어업이다.

통상 근해선망어업에 종사하는 어선은 본선인 1척의 그물배와 2척의 등선(불배) 2, 3척의 운반선이 그물배를 중심으로 하여 하나의 선단을 이루어 조업한다.

그물배가 선망어구를 선미에서 투망한 후 우현에서 죔줄죄기와 양망을 하게 되는 바, 등선은 어군을 탐색하고 집어등을 사용하여 어군을 모을 뿐 아니라 그물배가 죔줄을 당겨 올릴 때 그물배가 어망의 포위권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등선이 그물배의 좌현 쪽에서 예인하는 등의, 운반선은 어획물의 빙장과 운반뿐 아니라 건착망의 고기받이에 집결된 어획물을 반두그물을 사용하여 떠올리는 등의 각 작업을 하게 된다.’

 

또한 당시 수산업법 시행령 역시 선망어업의 허가 조건으로 등선과 부속선을 갖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선선망어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본선과 등선 그리고 운반선을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등선과 운반선은 기선선망어업의 본질적인 내용에 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A도지사는 기선선망어업의 허가를 하면서 위 어업의 본질적인 내용인 등선과 운반선의 사용자체를 금지 내지 제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도지사가 B에 대하여 이 사건 기선선망어업의 허가를 하면서 등선, 운반선 등 부속선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 부관은 그것이 비록 수산업법의 규정에 터잡은 것이라 하더라도 위 어업허가의 목적달성을 사실상 어렵게 하여 그 본질적 효력을 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관을 삭제하여 등선과 운반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내용의 B의 어업허가사항변경신청을 불허가한 A도지사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이를 취소시켰습니다.

 

<열 번째 여행을 마치며>

법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공익을 위해 현실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도 어떤 현상의 본질적인 내용까지는 건드릴 수는 없다는 한계를 갖게 됩니다.

이 사건을 통해 대법원은 어업의 본질적인 효력을 건드리는 조건은 부관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낚시를 하게 하면서 낚싯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이, 어떤 행위를 하게 하면서 실제로는 제대로 못하게 하는 부당한 것이라면 위법하여 취소를 구할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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