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보다 비싼 밀수품이 된 실장어(새끼 장어)
코카인보다 비싼 밀수품이 된 실장어(새끼 장어)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2.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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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 7일 영국에서 역대급 뱀장어 어린고기 밀수 건에 대한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 동안 뱀장어 어린고기 약 2,000만 마리, 6.5 톤 가량을 스페인을 통해 동아시아로 밀수를 단행한 수산물유통업자 길버트쿠(Gilbert Khoo)가 그 대상이다. 어린고기들이 상품가치가 있는 큰 고기로 다 자랐다고 가정하면 약 25억 파운드(33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자 코카인보다 수익성이 높은 살아 있는 밀수품이라고 영국 일간지 'Inews'가 보도했다.

미국도 뱀장어 어린고기 불법거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인주, 케롤라인주에서 면허자에 한해 뱀장어 어린고기 포획이 가능한데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주축으로 허용치를 초과하는 어린고기를 싹쓸이해 홍콩 등 아시아 루트로 빼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11년부터 미국어류 및 야생동물법 집행국은 뱀장어 밀수와의 전쟁을 선포(Broken Glass), 뱀장어 어린고기의 불법조업과 불법거래를 단속한 결과 지금까지 19 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서양사람들은 거의 먹지도 않는 뱀장어를 잡으려고 불법도 마다않고 쌍심지를 켜고 강으로 달려가게 된 이유는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공급이 바닥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뱀장어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주변 국가들로 뱀장어 어린고기 공급처 역할을 한 곳은 일본과 유럽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과 유럽 모두 공급량 90%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3~5년마다 야생동물의 멸종위기 등급을 매기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전세계 19종 중 지난 2014년에 극동산, 유럽산 뱀장어를 레드리스트(멸종위기종)에 지정했으며, 지난해 말 13종까지 늘렸다.

여전히 장어소비는 줄고 있지 않는 가운데 현재 뱀장어 어린고기 1kg(대략 3,000 마리)에 약 2만5,000 유로(3,200만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뱀장어보호단체 'Sustainable Eel Group'에 따르면 뱀장어 어린고기의 불법 거래는 매년 약 33억 달러(4조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멸종위기 정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강도 높은 멸종 등급 판정을 받게 될 소지가 크다는 것. 김신권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양식부 박사는 “내년쯤 IUCN의 레드리스트 지정이 재개될때 멸종위기 종들이 늘어나고, 현재 종들이 더욱 강도 높은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되면 수출입에도 제약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내수면 뱀장어 양식장
▲우리나라 내수면 뱀장어 양식장

양식으로 돌파구 모색하는 韓-日

양식으로 개체를 보존하고 대량생산하면 되지 않겠냐고 싶을법하지만 현재 뱀장어 양식기술은 상업화 근처에도 가지 못한 국면이다. 연어와 정반대로 강으로 올라와 민물에서 5~10 년간 살다 산란기에 바다로 가는 뱀장어는 서부 태평양 깊은 곳(유럽산의 경우 케리비안 해역 버뮤다)에서 알을 낳고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1년간 난류를 타고 북상해 강 하구 부근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이 밝혀낸 것은 여기까지이지 뱀장어 성숙메커니즘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뱀장어가 어떻게 자라고 어떤 자연조건에서 제대로 양육되는지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 죽은사체, 플랑크톤을 먹는다는 가설만 있을 뿐이다. 

40여년 전 일본수산연구교육기관(Fishery Research and Education Institution)이 뱀장어 완전 양식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상업화로 연결을 진전시키 못하고 있다. 한해 양식생산량은 100~300 마리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집념은 뜨겁다. 일본은 장어 성장 비밀을 캐내기 위해 해마다 마리아나 해구로 조사선을 보내고 있으며, 또한, 굴지의 식품기업인 도요수산이 10여 년째 이 연구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뱀장어 양식연구인원만 100여 명이 넘는다는 일본에 비해 국립수산과학원 양식관리과 내 3명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연구팀이지만 장어 인공부화 및 사육분야에서 일본을 턱밑까지 쫒아간 상황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민물장어 종묘생산을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 2012년 1세대 인공종묘 부화에 성공, 현재 자체 기술개발로 부화 후 어린고기를 30 일 가량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6년에는 2세대 인공부화에도 성공하며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양식생산량이 한해 100~250 마리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상업화 진전은 요원한 상황이다. 인종종묘 생산, 배양에 성공한 세번째 나라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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