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엔 지금 외국인선원 쟁탈전 중
어촌엔 지금 외국인선원 쟁탈전 중
  • 최정훈기자
  • 승인 2020.02.18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허가제 및 외국인선원제 통합하면 공급 확대돼"

[현대해양] 어느새 어업을 지탱하는 근간이 된 외국인선원들의 근무지이탈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당장조업에 나서야하는 어선주간에는 불법도 마다않고 외국인선원을 빼가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어업의 주역으로

한국 어선원 특히, 연근해어선 선원의 노령화 심각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19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연근해어선 기준 50세 이상 선원이 67%로 이는 지난 2014년 60%, 2008년 57%에 비해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세 이하가 10%가 안 될 정도로 청년들이 연근해어선 승선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선원 도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현행법상 10톤이상 어선은 전체선원 중 60%까지 외국인선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 20톤이상 연근해어선 기준 도입초기인 1997년 550명이었던 외국인선원은 2018년 9,730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요즘 어촌에는 20여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국적 마을풍경이 양산됐다.

국적은 도입초기 조선족, 중국선원 위주였다가 최근에는 아세안 국가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인이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선원 보급을 위해서 20톤이상 연근해어선의 경우 해양수산부 고시인 ‘외국인선원 관리지침(외국인선원제)’에 따라 선원노동조합연합단체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이 해마다 업종별 어선주들로부터 외국인선원 수요를 조사·취합해 법무부에 제출한다. 이를 통해 한해 3,000~4,000여명이 어선에 공급된다.

조합이 직접 운영하는 4개소를 비롯해 위해연교, 제화, 용임 등 20여개소 민간선원관리업체가 외국인선원의 선발, 이송, 사후관리 등 체류관리를 담당한다. 이들 민간업체는 현지에서 외국인선원 선발을 위해 언론매체 공개모집을 진행하거나 한인 소개를 통해 어촌에 거주하는 승선 유경험자를 찾아나서기도 한다. 외국인들은 현지교육시설에서 승선교육을 거쳐 한국 고용주의 도입 희망시기와 관리업체별 고용계약에 따라 선원취업(E-10) 비자를 받고 입국하게 된다. 

국내 2,300여척의 20톤이상 연근해어선과 달리 1만2,000여척에 달하는 5톤이상 20톤미만의 어선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에 따라 비전문취업(E-9)비자를 받은 선원이 도입된다. 선원뿐만 아니라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현장, 농축산업 등 비전문적 노동을 포괄하는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노동자들 중 일부가 선원으로 선발되는 것. 이 중 약 800여명 정도는 내항 화물선에 선원 또는 부원으로 근무한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관계자는 “올해 E-9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자 쿼터는 5만6,000여명으로 예상되는데 선원으로 배정될 인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대형선망수협 외국인선원 위문행사
▲대형선망수협 외국인선원 위문행사

 

어선 벗어나려는 외국인선원들

외국인선원들도 위험하고 열악한 어선작업에 손사래를 치며 불법으로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매년 법무부, 해경과 근로실태조사를 통해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인권침해, 고충상담, 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이탈은 지속되고 있다. (사)한국수산어촌연구원이 조사 결과 지2017년 외국인선원 평균 이탈율에서 고용허가제는 49.2%, 외국인선원제는 26.8%로 나타났다. 20톤미만 어선의 경우 선원 절반이 도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근해어선의 90% 가량이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한 20톤미만 어선인 점을 감안한다면 대부분 어선들에서 외국인선원들이 이탈하고 있는 셈이다. 어선주 A씨는 “어촌에 갈수록 고령화가 심해 50~60대 부부가 소형선박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 한명의 젊은 외국인 선원을 구하지 못해 몇 달씩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20톤미만 어선의 외국인선원의 경우 애초부터 제대로된 선원교육도 못 받고 어업에 종사할 의사도 없이 일단 입국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승선한 경우다보니 이탈률이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입국 전 고작 한국어, 한국문화 이해 등 45시간 가량의 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이고 어업과 관련된 기초적인 이론 및 경험이 전무하다. 본인도 어선 작업에 난감할 수밖에 없고 어선주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더욱이, 20톤이상 어선의 외국인선원들과 달리 고용후에도 이들 선원들은 전문 위탁기관의 사후관리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에서 명확하게 선원은 어느 수준으로 쿼터를 지정해두지 않아 어선주들이 구인신청을 해도 배정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다행히 배정을 받는다고 해도 고용까지 평균 10개월이 소요되는데, 비수기와 성어기 중 원하는 시기와 도입시기가 맞물리길 바라며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선원 통계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외국인선원만 따로 관리하는 담당자는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탈자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성렬 (사)한국연근해어선 외국인선원관리협회 회장은 “일본의 외국인선원 이탈률이 100명중 1명꼴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40%가 넘는다. 이는 타 산업에도 배치되는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선에까지 면밀한 단속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이왕이면 한국어선에 고용되길 원하는 이유가 도망을 가도 후한이 별로 없기 떄문이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귀한 외국인선원 쟁탈전

인력이 없어 이대로 조업도 못 나가고 방치만 하면 영세한 연안어선은 곧바로 생계에 위협을 받기 때문에 불법적으로라도 다른 어선의 선원을 빼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같은 일이라도 임금을 더 주는데 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선주들이 직접 혹은 브로커들이 외국인선원에 접근해 지금 여건보다 돈을 더 얹혀준다며 집요하게 설득해 이탈을 부추긴다. 특히, 어촌마을에 상주하는 외국인선원들의 부인들이 친근감 있게 다가가기도 한다. 건 당 수수료가 100만원 이상으로 한몫 크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원은 근무지를 변경할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허가를 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이 서류까지 위조해준다.

20톤미만 어선의 외국인선원들은 고용허가제의 맹점을 이용해 어선이 아닌 아예 타 분야로 도피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일은 고되고 위험천만한 어선작업이 제조업, 건설업, 농업 등 육상의 조건보다 임금 수준이 떨어지는 현시점이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어선의 봉급은 보합제 즉, 수산물 생산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작금과 같이 수산물 고갈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어떤 업종이든 예전만치 높은 임금을 줄 여건이 안된다. 전성렬 회장은 "2020년 선원최저임금은 210만원(2,153,720원)인데 육상은 180만원(1,795,310원)이다. 하지만 선원최저임금은 통상 숙식비, 여비 등이 포함돼 오히려 고용허가제의 육상최저임금보다 더 부담이 적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류, 금융비용 등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해 본인도 먹고살 형편이 안 된다는 어선주들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어선주 B씨는 “대만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60% 수준, 일본 70~80% 수준이다. 생산량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데도 우리가 인건비 부담을 더 져야 하나”며 불만섞인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은 산업연수생제도로 외국인선원을 유입하는데 정식근로자가 아닌 인턴식으로 140만원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법 일원화하면 공급 확대 가능해

20톤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현행체제는 선원무단이탈, 불법 수급 인력으로 인한 사고와 범죄를 방치하겠다는 처사와 같다며 고용허가제와 외국인선원제를 통합해 외국인선원을 실효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어선주들의 주장이다. 즉, 5톤이상의 어선이라면 외국인선원제 적용대상에 모두 포함시켜 제때 승선교육을 받은 자질있는 외국인선원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

이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오히려 어선주의 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고 주의한다. 해양수산부 소득복지과 관계자는 “5톤 이상 모든 산박이 선원법 상에 포함되게 되면 기존 20톤미만 선박들도 20톤이상의 선박과 같이 출항전 검사, 실업수당, 선원교육훈련 등 선원법에서 요구하는 동일한 기준들을 충족시켜야 하므로 되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는 전체적으로 통합이 되면 공급이 늘어나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당장 인력난으로 인한 조업에 차질을 빚는 문제부터 타개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전성렬 회장은 “법이 이원화돼 고용노동부에서 외국인선원 쿼터에 관심이 저조하다. 어선주들이 원하는 시기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15년 7월 해양수산부 소득복지과 및 선원정책과와 고용노동부 간 양 제도 통합을 위한 부처 간 협의 추진이 진행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반대로 2017년 이후 중단됐다. 지난 2015년 11월 이종배 의원 대표 발의로 고용허가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어업의 존폐를 결정할 외국인선원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