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크루즈선 입항
코로나19와 크루즈선 입항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 승인 2020.02.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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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대해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에 대한 우려로 크루즈선 입항이 외국 여러 나라에서 거부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연안국의 자국민 보호 정책과 크루즈선의 항구 기항권이 부딪치는 형국이다.

바다에서 위난에 처한 인명이나 재산을 구하기 위해 선장은 연안국의 항구에 피항해야 한다. 이런 피항 행위는 바다에서 오랜 관습으로 인정되어왔다.

자국선박이 아니라도 외국선박이 이런 피항을 희망하면 연안국은 피난을 허락해주는 관행이 있었다. 인도적인 차원이었다.

그런데, 유조선이 피항을 요구할 경우 연안이나 항구에서 대형유류오염사고가 날 수가 있기 때문에 연안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은 사례가 생겨났다. 그런데 침몰 직전의 선박을 연안국이 입항을 거부한다면 그 선박은 더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되고 만다. 2002년 스페인의 프레스티지(Prestige)호 사고가 대표적이다.

프레스티지호 사고 이후 국제해사기구(IMO)와 세계해법학회(CMI)는 유류오염사고의 경우 피난처를 제공하는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었다. 연안국의 피난처 제공을 의무화하고 입항 후 발생하는 유류오염 손해 등은 기금으로 처리해주자는 내용이었지만, 연안국들의 주저(躊躇)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IMO에서 가이드라인만 만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현재 유류오염관련 피난처 제공의 문제는 각 국가에 일임되어있다. 피난처를 제공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비스케이만에서 발생한 모던익스프레스(Morden Express), 그랜드아메리카(Grand America)호의 경우가 피난처가 허용된 경우라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마리타임메이지(Maritime Maisie)호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은 대표적인 경우다.

 

전염병 발생한 크루즈선이 피난처를 요구한다면?

그렇다면 전염병이 발생한 크루즈선에서 선장이 피난처를 요구한 경우 연안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위 피난처에서 말한 인명과 재산에 가해진 급박한 바다의 위험에 포함할 수 있을까? 국제해상관습법상 피난처를 제공해주는 관습은 있지만, 연안국의 법적 의무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몇 가지를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개항(open port)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외국선박의 입항이 허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특수한 경우에 대비해 국간 간에 항해통상조약을 맺어 상대선박의 입항을 허용하고 외국국민을 보호한다는 약속을 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연안국은 선박의 입항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국의 안보와 위생과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선박에 대한 입항이 허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국내법이 해당국가에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전염병 발병 우려 때문에 연안국이 크루즈선의 입항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 책임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선박이 긴급할 때 피난처를 제공하던 관행을 법적 의무로까지 판단하게 되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결과로 발생한 손해는 국가가 부담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여지도 있다. 연안국의 입항 불허로 크루즈 여객에게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연안국에 손해배상 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비한 법제도도 빨리 보완돼야

IMO, CMI, WHO(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전염병 발생의 경우에 연안국은 크루즈선의 입항을 허용하여 절차에 따라 전염병을 치료하고 여객을 본국으로 송환시키고 비용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국제조약으로 만들어야 한다.

통제불능 상태로 전염병이 창궐하지 않는 이상 연안국은 크루즈선의 영해 내 진입을 허용해 외항에 닻을 놓게 하거나 부두에 접안하더라도 전염원의 국내 이동을 통제하면 된다고 본다. 선박의 승객을 인도적인 차원으로 격리 상태로도 충분히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루즈 승객에 대한 물, 식량, 의료품의 공급 등을 통해 국가적인 신뢰도가 올라가고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인도적 배려로 크루즈선 기항하기 좋은 나라, 좋은 항구로 정평이 난다면, 그 나라의 크루즈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비한 법제도도 빨리 보완돼야 할 것이다. ‘선박 기인 전염병 처리를 위한 국제조약등도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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