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9] 경매로 어업권 취득할 때도 어업권 이전인가가 필요할까?
[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9] 경매로 어업권 취득할 때도 어업권 이전인가가 필요할까?
  • 김한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2.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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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장 인도명령사건

[현대해양]

<아홉 번째 여행의 시작>

바다는 그 광대함에도 불구하고 유한한 자원입니다.

특히 수산업법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면, 바다는 육지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선’들로 구분되어 있고, 그 위에 육지 못지 않은 ‘권리 등기’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바다는 육지와 다르게 개인들이 소유할 수 없지만, 우리는 흔히 바다에 관한 권리가 어민이나 어촌에 자연적으로 속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업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어업권’을 다른 사람이 ‘경매’로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사건에서 어민인 A는 1988. 2. 8. ‘이 사건 어장’에 관하여 B군수의 어업면허를 받아 ‘본 사건 어업권’을 등록하였고, 이 사건 어업권에 관하여 1990. 10. 25. 채권최고액을 20억 원, 근저당권자를 C수협으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었습니다. 그 후 C수협이 이 사건 어업권에 대한 임의경매 신청을 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되었는데, D는 1999. 6. 28. 위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어업권에 관하여 대금 20억 3,000만 원에 낙찰허가결정을 받은 다음, 2001. 3. 23. 그 대금을 완납하였습니다.

그런데도 A가 D에게 이 사건 어장을 넘겨주지 않고 우럭 치어 양식을 계속하자, D는 2001. 3. 30. A를 상대로 이 사건 어장의 인도(引渡) 명령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B군수는 2001. 5. 26. 이 사건 어장에 관한 D의 어업권이전 인가신청에 대하여 인가를 거부하였습니다.

과연 D는 A로부터 이 사건 어장을 인도받을 수 있었을까요?

 

<쟁점>

1. 경매절차에서 어업권을 취득할 경우에도 B군수의 인가를 필요로 할까요?

2. 어업권 이전 인가를 받지 않고 경락대금을 납부한 D는 인도명령을 받을 수 있을까요?

3. D가 나중에라도 B군수의 인가를 받으면 하자가 치유될까요?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02. 1. 21.자 2001마6076 결정 [어장인도명령]>

[1] 구 수산업법 제18조 제1항은 어업권을 이전할 경우에는 어업권의 등록일부터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시장ㆍ군수 등 관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바, 사인 간의 법률행위에 의한 경우는 물론이고 민사소송법에 따른 경매에 의하여 어업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도 시장ㆍ군수 등의 인가가 필요하다고 해석된다.

[2] 최고가의 입찰인이 낙찰허가결정에 즈음하여 시장ㆍ군수의 인가를 받지 못한다면 유효하게 어업권을 이전받을 수 없을 것이고, 이러한 사유는 인도명령의 발령에 있어서도 장애가 된다.

[3] 낙찰인이나중에라도 시장ㆍ군수의 인가를 받는다면 유효하게 어업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되고 인도명령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결정의 의의>

우선 대법원은 구 수산업법 제18조 제1항(현 제19조 제1항)의 취지상, 경매의 경우에도 어업권이전 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위 [1]항).

따라서, D는 A의 어업권을 경매에 의해 형식적으로 취득할 수는 있지만, B군수의 어업권이전 인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결국 이 사건 어업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위 [2]항).

그렇다면 법원의 입장에서는 D가 B군수의 어업권이전 인가처분을 받아오지 못하는 이상, D의 어장인도명령을 내릴 수는 없게 됩니다(위 [2]항).

다만, 대법원은 나중에라도 B군수의 인가를 받게 된다면,이 때에는 인도명령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였습니다(위 [3]항).

정리해 보면, ① 어업권은 경매로도 취득할 수 있습니다. ② 그러나, 경매와 별도로 시장, 군수의 어업권이전 인가는 있어야 어업권이 실제로 이전됩니다. ③ 다만, 경매 시 어업권이전 인가가 없더라도, 나중에 인가를 받게 된다면, 그 하자는 치유되어 어업권은 이전되게 됩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하자의 치유라는 쟁점까지 판단되게 된 것에는 아래와 같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 사건을 시간적으로 다시 살펴보면, ① D는 2001. 3. 23. 대금을 완납하고, ② 제1심 법원에 2001. 3. 30. 어장인도명령을 신청하였는데, ③ 2001. 4. 17. 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이 진행된 후, ④ 제1심 법원은 2001. 5. 30. 어장을 인도하라는 D 승소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B군수가 위 법원의 결정 전인 2001. 5. 26. 인가 거부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이러한 어장인도명령 결정에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A는 위 제1심 법원의 결정에 항고를 제기하였고, D는 또 별도로 B군수의 어업권이전 인가거부처분에 대해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행정심판에서 대법원의 위 결정 이전인 2001. 10. 4.경 B군수의 어업권이전 인가거부처분 취소 재결이 내려졌고, B군수는 어업권이전을 인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최종적으로는 B군수의 어업권이전 인가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D의 어업권이 A에게 경매로 이전되고, D는 A에게 어장을 이전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홉 번째 여행을 마치며>

어민이 영위하도록 한 어업이라도, 어업권이 엄연히 재산인 이상 경매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수산업법이 어업권 및 그 이전 인가를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경매로 인한 어업권이라도 그 이전에는 인가가 필요하다는 점, 인가가 없다면 어장의 인도도 구하지 못하는 점, 만약 인가가 거부된다면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여 추후에라도 인가를 받게 된다면 그 하자가 치유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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