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김 대란 일어날까… 양식 어업인 발동동
[르포]김 대란 일어날까… 양식 어업인 발동동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2.06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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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물김 채취서 위판까지
진도 수품항에 정박한 물김 운반선
진도 수품항에 정박한 물김 운반선

[현대해양]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에서 20%대 안정세를 유지해 온 반도체 비중이 지난해 수출액이 26% 가량 급락하면서 10%(17.3%)대로 미끄러졌다. 이렇게 잘나가던 반도체가 예년치 못한 성적을 내면서 한국경제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어업인들도 수산업의 반도체라 할 수있는 김 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한창 물김 생산 철인데도 예년만 못한 부진한 생산량이 양식장 어업인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물김 양식장에서 어떤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지 현장을 들여다 봤다.

 

김 양식장 가장 많아

새벽 4시경 진도군 도목항에 도착했을때 먼저 도착한 김 양식장 어업인 박연환 씨는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검색하고 있었다. 박 씨는 그럭저럭 양식장으로 나가도 괜찮은 날씨라면서 바다에 나갈 채비를 했다. 그는 이후 해상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기상상태를 거듭 확인했다.

외국인 노동자 6명을 태운 트럭이 도착했다. 박씨와 선원들은 도목항에 계류된 작은 보트를 타고 항내 묘박된 김배에 접근했다. 제법 먼 연근해까지 나갈 수 있는 14톤급 양식관리선이다. 선원들은 타고 온 작은 보트를 예인할 수 있도록 밧줄로 연결했다.

박 씨는 곧바로 2층 선교로 올라가 자동식별장치(AIS), 레이더(RADAR), 초단파무전기(VHF) 등 각종 항해통신기기를 켜고 엔진 시동을 걸었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켜면 자동으로 출항보고 된다.

AIS상에 정사각형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양식장들을 의미하는데 각각 면허번호가 표시됐다. 주로 다시마, 미역, 김 양식장인데 요즘은 값을 제일 잘 받을 수 있는 김 양식장이 가장 많다고 한다. 박 씨도 1970년부터 미역양식을 하다가 1990년 이후부터 30여년동안 김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물김을 채취할 양식장은 꾀 먼 외해에 있다. 연안에 이미 각종 양식장들로 포화상태가 되다 보니 신규 양식장들은 외해에 자리를 틀고 있다.

김배는 항내 방파제를 빠져나가 20노트(약37km/h)까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외해 양식장까지 나가려면 이 속도로 50여분을 가야 했다.

선장의 눈과 방향타를 잡은 손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 박씨는 “방향타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넓은 바다에서 양식장 부이들이 갑자기 튀어 나온다”며, “대부분 김배들이 선박 통항이 뜸한 새벽에 항해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확인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방에 부이들과 그물들이 있어 배 추진기에 걸리게 되면 기관고장 등 안전사고로 번질 수 있어 경계태세를 늦출 수 없다.

1층 선실에서 커피를 올려준다. 베트남 선원 5명, 인도네시아 선원 1명이 쉬고 있었고 스리랑카에서 온 29살 쿠모르씨가 선미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아주 간단하게 한국말을 했고 영어는 잘했다.

그는 쉴 수 있는 날은 비가 오거나, 파고가 높아 기상이 안 좋은 날이라고 했다. 휴일에는 읍내에 나가 아시아마트에서 쇼핑을 하거나, 동료들과 노래방을 가고,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한단다. 비수기 7월경에 한 달 정도 고국에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쿠모르씨는 김배 선원으로만 8년차다. 부양할 가족들이 많아 계속 이 일을 하는데 앞으로도 김 양식장일을 하길 원했다.

항해중
항해중

생산라인 사방이 위험

이미 도착할 시점이라며 선실의 선원들은 갑판으로 나와 채취작업을 준비를 한다. 선수 앞으로 비추는 불빛으로 박씨가 양식장 부이를 찾았다.

선원 2명이 예인하고 온 보트에 탄다. 보트는 그물망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김배가 그물망을 용이하게 건져낼 수 있도록 사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선원 1명이 선수에 서서 그물망에 김배 선수가 다가가도록 박씨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김배가 첫번째 그물망을 건질 준비를 한다. 이전에는 손으로 건졌지만 지금은 선교에서 올렸다 내렸다 조종할 수 있는 현측에 설치된 긴 꼬챙이로 건진다. 그물망 첫단을 꼬챙이로 건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김배는 좌우로 이동은 안되지만 전후진은 가능하기 때문에 후진해 다시 시도했다.

건져진 어망이 롤러처럼 생긴 채취기계를 지나 선미로 빠져나갈때까지 선원들은 재빠르게 손으로 이동시킨다. 김배가 천천히 전진하면 물김이 엉기성기 달린 그물망이 올라오고 채취기계를 통해 물김들이 갑판 상에 떨어진다. 이렇게 채취하고 25일 정도 뒤에 다시 원래만큼 자라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다분히 발생한다. 물김들이 사방으로 튀기 때문에 온 갑판에 미끌거리는 물김이 깔려있다. 워낙 미끄러워 물김을 밟고 바다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또한 손, 발 등 신체가 선체 구조물과 어망사이에 끼거나 어망이 갑자기 날아와 머리, 주요 신체부위를 가격하는 사고도 일어난다.

이날은 그물망 끝단이 터지는 바람에 선교 유리가 깨지고 선미에 그물이 빨려 들어가 한바탕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인명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선원들은 수습하느라 10여분 애를 먹었다.

이렇게 사방이 위험 천만하지만 위판시간까지 최대한 많은 물김을 가지고 가기 위해선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선원들은 능수능란하게 그물망을 건져 올리고 내리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의사소통이 안된다데 있다. 박 씨는 오직 한국어만으로 지시하는데 좀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는 고성을 내는 등 억양을 높이는 것 이외에는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물김 채취
물김 채취

김 가뭄에 동요하는 어업인들

아침 8시가 되자 물김들이 갑판상에 제법 찼다. 그간 새벽부터 분주하게 그물망을 올리고 내린 노력의 결실들이다. 하지만 박씨는 불만족한 표정이다. 원래 이것보다 3배정도 많다고 했다.

(사)한국김생산어민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기온상승과 환경오염 등으로 작황이 안좋아 전국적으로 김 생산에 적색등이 켜졌다고 했다. 2019년 수산물 전체 수출규모 25억1,000만달러 중 김 한 종류가 5억8,000만달러, 전체1/4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수출 효자품목 김 생산이 지난해보다 여실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김 생산량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의 강세가 예상되고. 김 생산과 수출 증가세는 뚜렷하나 공급기반이 불안해 수출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위판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박씨는 아쉬움을 남기고 위판장이 있는 수품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선원들은 선창에 덩어리로 놓여진 물김들을 따로 포대에 담고 경매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오전 9시경 수품항에 도착했다. 선원들은 늦은 아침을 먹었다. 박씨의 김배 주위로 다른 김배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박씨가 채취한 정도 물김을 싣고 왔다.

11시 중도매인들과 경매사가 나와 접안된 배들을 돌며 경매를 시작했다. 중도매인 A씨는 “최근 들어 이렇게 텅빈 물김배를 본 적이 없다. 눈이 펑펑와야지 올해 너무 눈이 적게 왔다”고 말했다.

수품항 어업인사무실 한켠에는 현재 부두에 있는 척수보다 훨씬 많은 배들이 꽉찬 물김을 싣고 정박한 사진이 벽에 걸려 있었다.

추진기에 걸린 그물망 걷어내는 선원들
추진기에 걸린 그물망 걷어내는 어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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