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어민 해난구조 보상체계
터무니없는 어민 해난구조 보상체계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2.1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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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사고 피해 낮추려면 보상 챙겨야

[현대해양] 일촉즉발 어선사고 현장에서 최일선으로 나서 해난 사고의 60%에 달하는 구조활동을 수행하는 어민들이 5~6만원 선의 보상금액을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난구조’ 기능, 가치평가액 약 3,200억 원 달하지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장영태)에 따르면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은 수산관련 종사자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긍정적 기능을 의미하며, 크게 △식량 및 자원 공급 △생태계 보전 △재난 구호 및 해역 감시 △국격(國格) 제고의 기능으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도 수산업에는 농업이나 임업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한 기능이 존재하는데 바로 ‘재난 구호 및 해역 감시’ 기능이다.

그러나 재난 구호 및 해역 감시기능 중 어선에 의한 사고를 막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해난 구조 및 구호’기능이 그 역할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구조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어민들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MI는 우리나라 생명과 안전측면을 담당하는 해난구조 및 구호 기능에 대한 가치평가액을 약 3,188억 원으로 추산했다. 가치평가액 산정은 KMI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해난구조 및 구호기능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본인 기준 얼마의 금액을 지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조사 결과 1인당 약 7,400원의 지원금(가칭, 해난구조특별부담금)을 낼 수 있다고 집계되어 이를 납세가능인구수와 곱한 결과치다. 그러나 3,000억 원이 넘는 높은 금액으로 책정된 가치평가액에도 불구하고 ‘해난구조’ 기능에 최일선으로 나서고 있는 어민들에 대한 보상은 미비한 상황이다.

 

고작 보상금은 약 5만원

어민들의 해난구조 역할의 중요성은 지난 2014년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실종자 구조작업에 나선 진도 인근 어민들은 목숨을 걸고 개인 소유의 어선을 끌고 바다로 나섰다. 어민들은 당시 구조에 대한 포상 및 보상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보다 먼저 사고현장으로 향했다.

발 벗고 사고현장에 나서는 어민들의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제주 대성호·창진호 침몰 실종사 수색에도 어민들이 가장 먼저 나서면서 해난 사고의 최일선에서 구조기능을 담당했다.

고동훈 KMI 부연구위원은 “경주 감포항 인근에는 어민들이 자의로 설치한 ‘임의구조선’이 있다”라며 “이는 어민들이 해난사고의 긴급 구조를 위해 임의로 지정해 놓은 구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제대로 된 보상체계가 없음에도 어민들은 구조를 위해 힘쓰고 있다”라며 어민들의 해난 구조 기능에 대한 재평가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9) 어민이 긴급구조건을 접수 받아 인근 어선을 구조한 참여비율은 59.1%로 집계됐다. 즉, 어민이 어선을 이용해서 구조활동을 진행하는 비율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결과였다.

그렇다면 구조활동에 도움을 준 어민들에게 주어지는 보상금액은 얼마나 될까.

박지훈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8년 12월 31일자로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 돼 기존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조업손실비용(해난구조활동으로 조업하지 못해 발생되는 금액)이 보상금에 포함되게 되었으나 실제로 받는 액수는 개정 전 5~6만원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금액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어선사고 인명피해 낮추려면 제대로 된 보상 체계 갖춰야

한편, 어민들이 수행하는 구조 기능으로 얻게 되는 사회적 비용 및 보험금 절감의 효과는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중앙회 어선안전조업국 관계자는 “어민들이 사고발생시 즉각적으로 구조 및 수색작업을 위해 나서면서 국가적 차원으로 진행되는 구조활동에 쓰이는 사회적 비용은 절감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민들의 구조 활동은 사회적 비용 절감 뿐 아니라 정책보험금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라며 “지난 3년(2016~2019)간 어민들에 의해 긴급 구조된 332여 명의 1인당 보험금을 2억여 원 정도로 환산하여 계산하면 약 660억 원의 보험금이 절감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보상체계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어선사고인명피해 또한 절감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지훈 책임연구원은 “현재 인도적 차원에서 어선구조기능을 수행하는 어민들도 많다”라며 “제대로 된 보상체계가 갖춰진다면 어선 구조 활동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 져 어선 사고 인명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업만이 가지는 특수한 공익적 기능인 ‘해난 구조 및 구호’기능의 재평가로 어선사고에 최일선으로 나서는 어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보상체계가 촉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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