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출신으로 선장 조합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화장 출신으로 선장 조합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4.02.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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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구기선저인망수협 하대훈 조합장

60여 년 어업활동과 의견 담은 ‘도루묵의 양심’ 출간 예정

▲ 하대훈 동해구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전국 92개 수협 회원조합장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동해구기선저인망수협 하대훈 조합장일 것이다. 하 조합장의 이름과 얼굴은 수산 전문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수산업 발전, 정부 정책 등에 대한 의견과 소신을 활발히 발표하기 때문이다. 하 조합장은 2001년부터 80여 편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팔순의 최고령 조합장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수산업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많음이다. 18세부터 60여 년을 바다에서 살았으니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하 조합장은 배에서 밥 짓는 사람을 일컫는 화장(火匠)으로 출발해 선장, 조합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60년 전 청년시절에 저인망어선에 승선해 파도와 싸우며 선장, 선주가 됐고, 수협 조합장이 돼 살아온 삶이 책에 나오는 성공한 사람들의 삶과 상통하는 것이 있음을 자부합니다.”

하 조합장은 저인망어선의 선장, 선주가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10대에 뱃사람이 됐다. 힘든 선원생활 속에서도 매일 조업일지를 작성하고 해도海圖) 판독법을 공부해 10년 만에 선장이 됐다. 20대 어린 선장은 그 열성만큼이나 조업실적도 뛰어났으며, 지난 1977년에는 저인망어선(대성호)을 공동인수해 자선장이 되는 기록도 세웠다. 지난 1998부터 조합 비상임 이사로 활동 하던 중 2001년 7월 발생한 동해구기선저인망수협의 상호금융 사고를 수습하고자 조합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눈물나는 구조조정 감행

▲ 하대훈 조합장은 수협과 수산업발전은 위해 공헌한 공을 인정받아 2004년 바다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조합장이 된 이후 조합 회생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눈물겹다. 우선 만성적자인 상호금융점포 1개소를 폐쇄하고 22명의 직원을 반으로 줄였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를 수차례 방문해 56억 원의 경영개선자금을 지원받아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출자금 납입을 기피하던 조합원들을 만나 설득했으며, 예산 30% 긴축운영하고 불건전 채권 감축과 공제사업에 공을 들였다. 불건전채권 연체비율은 0.4%대로, 공제수익은 연간 1억6,000만원 상당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직원들의 고생도 빼놓을 수 없다. 하 조합장은 “조합을 살리고자 매월 1일 직원 전체회의, 매주 월요일 간부회의 등을 통해 소양교육을 철저히 함으로써 직원들이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탈피, 조합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는 것 외에 봉급도 제대로 못 받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소회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1년 45억 원 자본 잠식상태에서에서 2009년에는 자본잠식 전액을 전액 상환하고 2010년부터는 흑자를 시현했다. 이를 통해 자본금 6억1,000만 원을 적립하고 자본잠식으로 한 번도 배당하지 못했던 출자배당 10%(1억1,000만 원)을 실시할 수 있었다. 특히 2012년에는 조합원에게 어선원 공제료의 10%를 조합 지도사업비로 지원하는 등 어업인을 위한 조합으로 거듭나면서 전국 수협 경영대상을 수상했다. 금융사고로 존재 자체가 불투명했던 경영상태 5등급에서 4년 연속 경영상태 1등급 조합으로 환골탈태하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지도경제사업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하 조합장은 상호금융보다 수익사업인 공제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물론 선두에서 조합장이 솔선수범한다.


자본잠식조합에서 4년 연속 1등급 조합으로

▲ 동해구기선저인망수협은 2012년 경영대상 수상을 비롯, 4년 연속 1등급 조합으로 선정됐다.

저인망어선 39척, 트롤 39척으로 조업하고 있는 동해구기선저인망수협(조합원 76명)의 근심은 4~5년 후면 선기관장 인력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하 조합장은 “3년간 배를 타면 군면제 혜택을 받는 상선처럼 어선에도 군면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과거 하 조합장이 선원이 되기 위해 선장에게 잘 보이려고 선장 집을 돕는 일을 했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 된 것이다. 대체인력으로 채용하는 외국인 선원들도 문제가 많다. 정상조업을 위해서는 한 배에 8~9명의 선원이 필요한데 기껏 필요한 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워놓으면 이내 이탈해버리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니 어려움이 많다고. 특히 당일치기 조업이 많은 저인망어업 특성상 이탈이 더욱 쉽다는 구멍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지는 수산고등학교를 육성해야 한다고 하 조합장은 주장한다.

하 조합장은 평생 수산인답게 수산업의 대(對) 중국 경쟁력 강화 방안도 내놨다. “앞으로 우리가 중국어선 세력에 맞서려면 연안어선은 감척하고 대형선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합 차원에서 어선 구조조정 자금도 예치해뒀다. 

얼마 전에는 포항성모병원(병원장 손경옥)과 포항을 비롯한 경북동해안 지역어업인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01년부터 3선 연임한 하 조합장은 대외적으로는 2005년부터 2년간 중앙회 비상임 이사를, 2008년에는 중앙회 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4년에는 그동안 수협과 수산업을 위해 눈물나는 공헌을 한 대가로 바다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2011년 11월에는 포항시민의 날을 맞아 포항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 조합장은 “어획고 부진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어업인들을 위해 13년 전 취임사에서 말했던 ‘발로 뛰는 조합장’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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