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밋밋했던 ‘KMI 해운데이터 분석론’
기대보다 밋밋했던 ‘KMI 해운데이터 분석론’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2.0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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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써먹을 수 없어

[현대해양] 불확실성, 변동성이 커져 좀처럼 짐작하기 어려워지는 해운경기에 대한 예측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에서 선진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제시했지만 업계의 미온적인 반응이 나온다.


해운업에 부는 데이터경영 바람

기존 해운업체들은 주식, 기상 등과 유사하게 시간 순서대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시계열분석’ 방식을 근거로 경영방침을 정했다고 하나 경영진의 직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중언이다. 이에 잘못된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인 경영을 초래하고 급기야 2008년 금융위기처럼 메가톤급 폭풍이 휘몰아치면 수많은 업체들이 주저앉게 됐다.

이와 같은 전통적인 예측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선진분석방법이 대두되고 있다. 고병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 센터장은 “글로벌 해운물류 시장은 오래전부터 데이터 기반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CT 등 4차산업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빅데이터 분석법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다”고 설명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운 경쟁국들은 방대한 수준의 축적된 데이터를 확보하여 자체 시황예측모델 개발, 활용중이며 국적선사인 현대상선도 경영상 독자적인 해운빅데이터분석시스템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방법론으로는 해운시황을 패턴으로 인식·분석하는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과 비정형 데이터를 추출하여 유용한 정보를 도출하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등이 대표적이다. 즉, 선박운항 기상, 연료소비량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운항경로나 속도를 유추할 수 있으며, 운임, 유가, 환율 등 다양한 시계열 자료에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시황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통해 번거로운 설문조사 없이도 언론보도, SNS 자료 등을 근거로 업계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판단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선진기법의 활용이 일부 해운기업에 국한되며 대부분 중견·중소선사들은 시황예측 전담부서가 없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KMI는 업체들이 보유한 빅데이터에 대해 맞춤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석기법을 개발해 업계의 부담을 덜겠다고 나섰다.

29일 KMI는 「해운기업 예측역량 강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 선사, 금융, 석유화학, 정보분석 등의 업체를 비롯해 학계 관계자 총 6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는 지난 2018년 3월에 설립돼 그해 10월부터 업계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의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체 '미가공 데이터(Raw Data)'를 확보·가공해 왔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는 이러한 선진 분석기법을 적용한 ‘주간 시장 예측 서비스’를 배포하고 있다.


당장 써먹을 수 없어

이번 세미나는 영국, 그리스 등 해외 선진교육기관에서 제공되고 있는 해운시장 분석 방법론을 우리나라 해운기업에 안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KMI는 지난 2018년 KMI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업체측으로부터 예측모형을 요구받고 지난해 6월 해운기업 3개소를 대상으로 2시간 가량의 이날 세미나와 유사한 행사를 개최한 이후 이번에 규모를 더 키웠다. KMI는 세미나를 통해 연구기관이 방법론을 제공하고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사업전략을 개선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KMI 세미나에 대한 참석자들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참석자 36%는 주위 동료에게 동 세미나를 매우 추천하고자 했으며, 45%는 심화 세미나에 참여할 의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KMI는 「해운기업 예측역량 강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29일 KMI는 「해운기업 예측역량 강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반면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안을 들여다보니 당장 현장에 적용할 실효성 있는 내용이 없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참석자 A씨는 “해운시황을 잘 예측해 불황의 파고를 잘 극복하자는 세미나 주제에 걸맞는 선진 분석기법을 기대했다”며, “KMI 자체 예측모델이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부족했고, 8시간 내내 통계학 이론에 치중된 강의 형식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통계상 문제가 있다면 결과치가 무의미할 수 있다는 등 예측모델 활용 과정 상  주의사항 등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통계학을 전공했다는 그도 이날 세미나가 학부생 수준이 아닌 대학원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했다는 반응이었다.

KMI측에서도 사실상 해외교육기관에서도 해운분석기법이 포함된 과정이 학기당 45시간 이상 이수한다는 것을 감안해 단시간 방법론을 전달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며 참가자들의 기본적인 이론학습 유무에 따라 강의 수준을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참가자 B씨는 “사실상 이론이 빈약한 저같은 사람은 좀처럼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됐다. 또한 당장 실무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은 없었다”며, “추후에 통계학 이론이 겸비된 유무에 따라 실무 관계자와 전문가로 구분하여 투드렉으로 세미나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고병욱 센터장은 “혁신적인 개념을 정립하는데 작은 시도로 사업의 효과가 드러나면 규모를 키우는 과정을 반복하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수정,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계속적인 조언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KMI는 20시간 가량의 심화세미나를 오는 3월 말부터 4월까지 5주간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빅데이터 연구 정책적으로 KMI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별개로 진행되는데 대해 업계의 반응도 곱지만은 않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정보센터를 설립해 선종별 시황, 선박가치 등의 데이터를 생산,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 센터장은 “전망하는 눈이 두 개여야 한다. 눈이 하나면 입체적으로 볼 수 없다. 한국시장에서 3개면 많은 것이고 하나이면 외눈이라고 본다. 해양진흥공사는 기업밀착형으로 현업중심의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KMI는 데이터를 객관화하여 한국형 기업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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