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수산협력, 어떻게 할 것인가
남북 수산협력, 어떻게 할 것인가
  • 윤인주 부연구위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북방·극지연구실)
  • 승인 2020.01.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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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필요성, 당위성 측면에서 찾아야
윤인주 KMI 부연구위원

[현대해양] 우리나라는 수산물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연간 1인당 평균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 1위이고 수입량은 세계 9위를 차지한다. 특히 우리 국민이 회, 초밥으로 즐겨먹는 대서양 연어(노르웨이산) 수입량은 2005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대서양 연어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된 상태이다. 수정란 수입을 할 수 없어 국내에서는 양식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어선어업 및 양식어업 생산량은 각각 세계 14위를 차지한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2016년부터 100만 톤을 밑돌다가 작년에 겨우 회복됐다. 기후온난화와 남획 등으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동해 오징어 어획량 급감으로 인해 강원·경북 어민의 한숨이 늘고 있다.

 

식량문제 해결 급한 북한

북한은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연평균 80만 톤 이상의 수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선·어구가 낡고 유류가 부족하여 생산량 증대는 한계에 이르렀고 한국에 비해 근해 수산자원상태(stock)는 양호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제재로 인해 수산물 수출과 조업권 판매는 금지된 상황이다. 토종어종인 태평양 연어는 함경남도 신포원양수산연합기업소에서, 노르웨이 아쿠아젠(AquaGen)을 통해 수입한 대서양 연어는 함경북도 낙산바다양어사업소에서 양식 중이다.

북한 동해 수역에 입어하는 중국어선은 2004년 114척에서 2018년 2,162척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오징어철에 입어하여 쌍끌이저인망으로 강도 높은 조업을 한다. 이를 피해 먼 바다로 나가는 북한 어민들은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 배와 함께 발견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어족자원이 풍부한 동해 대화퇴 어장에는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에 이어 중국 어선까지 진출하고 있어 과거 서해 꽃게 어장 갈등이 동해에서 재현될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부터 신년사에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축의 하나로 수산업을 강조해왔다. 신년사에서는 ‘어로 전투’, ‘양어·양식 확대’, ‘어선·기자재 확보’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2019년에 들어 어로 전투 문구가 ‘수산자원 증식·보호’로 대체된 것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과학기술 강조는 수산 부문에도 드러나 어로의 과학화·현대화가 강조되고 있으며 내수면 가두리양식이 확대되고 있다. 해면 양식은 조류·패류 중심이며 고도의 자본과 기술이 요구되는 어류의 해면 양식(북측에서는 양어로 표현)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수산물 수출 시 원물 대신 저차 가공을 통해서라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남북 공동 치어 방류
남북 공동 치어 방류

 

자원조성과 자원이용 측면에서 협력 가능

이러한 남북 양측의 수산 여건을 볼 때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수산 자체의 정의와 범위만큼이나 넓고 다양하다. 잡는 어업과 기르는 어업, 내수면어업과 해면어업, 근해어업과 원양어업, 수산물 생산·유통·가공·수출, 어촌 정주여건 개선, 어선·어구 현대화, 자원조사·회복·방류를 비롯해 자원관리형 어업, 과학기술화, 공동어로 등에 협력이 가능하다. 향후 남북 수산협력의 가능성은 이러한 분야에서 과거에 나타난 실효성, 현재의 필요성, 미래의 당위성 측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남북 수산협력은 크게 자원조성과 자원이용으로 이뤄졌다. 자원조성은 남측 강원도가 북측 강원도에 연어 부화장, 사료장 등을 건립하고 연어를 방류한 사업 등이다. 자원이용은 남측 어선의 북측 수역 입어 또는 공동어로 방식으로 논의되었으나 실제 사업에 이르지는 못했다.

대표적인 이유는 수산부문의 특성과 남남갈등 문제이다. 수산물 거래는 현금 가용성이 높고 어항과 어선은 유사시 국방 유지에 기여하는 기간시설에 준한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 및 남북 간 신뢰·평화가 단단하게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내 감척 어선을 북측에 지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북한 수역에서 조업한 수산물이 저가(低價)에 국내에 반입될 경우 일부 어종의 어가(魚價)하락으로 우리 어민의 반발이 예상되는 측면도 있다. 성공적인 수산협력의 대표사례는 북한 수산물, 특히 패류 반입이다. 북한 패류가 국내 반입되면서 우리 국민들은 신선한 바지락 등을 저가에 구매하는 편익을 누렸다.

문제는 남북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가지 수가 많고 다양한 육상 이슈에 묻혀 수산협력이 뒷전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거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서 공동어로 협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한 데는 이러한 요인이 작용했음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공동어로 문제는 꽃게 이슈로 인해 초점이 서해로 넘어가면서 북방한계선에 대한 남북 간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탓도 있다.

중국어선의 남획으로 인한 생산 저하 문제를 남북협력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중국어선의 남획으로 인한 생산 저하 문제를 남북협력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동해, 남북 수산협력 필요성 높아

10여 년이 넘게 지난 현재 시점에서 남북 수산협력의 필요성이 높은 공간은 오히려 동해이다. 강원·경북 어민들은 중국 어선의 강도 높은 조업 때문에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남북 간 동해 공동어로가 논의될 당시에는 북측이 제안한 어장의 경제성과 안전조업 규정 등을 협의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어선이 이미 해당 어장에 들어가 조업 중이며 우리로서는 러시아 수역 입어 모델을 준용할 수 있다. 물론 북측 수역 입어는 북한의 조업권 판매를 금지하는 대북제재 때문에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에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하고 각자 조업 후 귀환하는 방식으로 우리 어민이 이용 가능한 동해 어장을 넓혀주는 방식은 가능할 것이다. 향후 우리 어선의 북측 입어 사업은 시범사업을 필요로 할 것이므로 그 중간 단계 정도의 예비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명태, 연어 등 수산자원조성과 내수면 양식 유력

이제 미래로 눈을 돌려보자.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남북협력의 당위성은 지속가능 발전과 경제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14번 해양생태계(Life Below Water)는 해양 및 해양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지향한다.

수산부문에서는 어족자원 회복, 남획에 기여하는 어업 보조금 금지, 영세 어업인의 해양자원 및 시장접근성 증대 등이 해당한다. 남북 수산협력사업으로 환언하자면 자원조성·회복·방류와 자원관리형 어업 도입, 어촌 개발 등이 될 것이다. 경제협력 측면에서 남북 공동어로는 남측 자본과 기술에 북측 노동력을 조합하는 ‘해상 개성공단’이 될 수 있다. 공동어로를 통해 생산한 수산물을 처리할 수출가공단지를 만들고 북한이 필요로 하는 기술 전수를 통해 바다양식에 협력할 수 있다. 외해 플랜트형 양식 등 국내에서는 규제나 이해관계자 문제로 도입이 어려운 사업의 테스트베드를 북측에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지금부터 수산 분야에서 남북협력 이슈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명태와 연어 등 수산자원조성과 내수면 양식이 유력하다. 명태는 북측에서도 자원이 고갈되어 어미 확보와 연구협력이 절실하다. 연어 등 국내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냉수성 어종의 양식은 우리보다 차가운 바다를 접하고 있는 북측 해역이 유리하다. 내수면 양식은 수출이 아니라 내수, 즉 식량생산에 목적이 있으므로 대북제재 하에서도 인도지원 협력으로 예외·면제 신청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수산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동·서해를 막론하고 자원관리형 어업 방식이 추진되어야 한다. 동·서해 접경을 중심으로 남북한이 공동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불법·비보고·비규제(IIUU)어업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수산업은 농업에 비해 남북 간 협력의 진전이 더딘 편이다. 북한은 2013년부터 지정해 온 경제개발구에 농축수산의 고리형 순환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연안에 위치한 북청농업개발구, 어랑농업개발구, 강령국제녹색시범지대 등을 중심으로 농축수산업을 망라한 1차 산업 패키지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부분 해제 제안에는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및 해외 북한노동자 송환의 해제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분들은 현재 북한이 외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주요 경제 부문이라고 하겠다. 정세 상 허락되지 않고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을 굳이 정치적인 이유로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과거를 통해 본 실효성, 현재의 필요성, 미래의 당위성이 확인된다면 남북 수산협력을 굳이 주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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