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兩極에서는 무슨 일이?
양극兩極에서는 무슨 일이?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14.01.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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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으로 북극통제권 강화하는 러시아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지구에는 북극(北極)과 남극(南極)이 대칭적으로 존재한다. 지리상 반대편에 위치하다보니 여름과 겨울이 엇바뀌어 나타나는데, 여름이면 하루 스물네 시간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로 이어지는 반면, 겨울이면 그 반대 현상으로 칠흑의 밤만 계속되고 있다.

양극(兩極)은 구성요소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북극은 평균수심 1,600미터의 광활한 바다를 만년빙이 뒤덮고 있어 북극해(北極海)라 일컫는 반면,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육지를 얼음 속에 파묻고 있는 남극은 남극해가 아닌 남극대륙(南極大陸)으로 불리는 게 그것이다.

먼저 북극 이야기부터 하자. 지난 9월 중국과 덴마크 선적의 두 화물선이 북극항해(北極航海)를 성공시키고 종전의 항해기간을 4분의 1이나 단축시키면서 세계의 상선들은 해도실에다 새삼 북극해로도(北極海路圖)를 챙기는 법석까지 떨고 있다. 지금까지 동양에서 유럽으로 가려면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항로가 유일했는데, 그 경우 40여 일이나 걸리던 게 북극항로를 택할 경우 적어도 열흘은 단축시킬 수 있다는 답이 나오면서부터다. 이로써 마젤란 이후 지금까지 인식되어 온 항해개념은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면서 그간 망망대해로만 여겨오던 세계의 바다를 단숨에 일의대수(一衣對水)로 좁혀버렸다. 그게 가능해진 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빙(解氷)의 덕분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북극항해를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그간 해저에 묻혀 있던 천연자원의 개발에 대한 기대감까지 부추긴다.

북극해 해저에는 전세계 잔존 석유자원의 3분의 1가량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양이 원유와 천연가스를 합쳐 1백억 톤가량 된다는 미국 지질조사국의 보고가 나오자 연고를 가진 여러 연안국들이 기득권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뉴스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북극해에서의 자원개발은 두꺼운 얼음 때문에 사업성이 희박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지구온난화에다 눈부신 기술적 발전이 그 장애물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게 만들었고, 현 추세로 보면 향후 20년 후에는 아주 쉽게 채굴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하여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영국의 로열더치셸, 미국의 코노코필립스, 러시아의 가스프롬 등 각국 메이저 오일컴퍼니들이 관련 사업추진에 수십 억 달러씩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원유뿐 아니라 광물자원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풍부하다. 조사 결과 금과 은, 다이아몬드와 백금 등 노다지는 말할 것도 없고, 구리·아연·니켈·납·망간 등 다양한 종류가 넘쳐나 그간 자원고갈로 허덕여온 세계 산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거기에 해빙에 따른 새로운 어장 형성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 북극개발에 대한 기대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금껏 미국인들이 소비해 온 생선의 태반이 베링 해와 알래스카 산(産)이었음을 고려한다면 각종 고급어류의 회유도 촉발될 것으로 보여 연안국들의 선점경쟁은 가히 새로운 양상의 해양쟁탈전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나라가 단연 러시아다. 북극해야말로 전략적 의미가 높은 자원보고라면서 맨 먼저 군사력을 동원, 통제권 확보에 나선 게 그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한 것이지만, 요처에 함대(艦隊)를 상시 주둔시키기 위해 지금껏 방기하다시피 해온 여러 공항의 기능을 복구시키는 작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북부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의 템프 공항과 동시베리아 북쪽 틱시 공항의 활주로 길이를 연장하는 등 복구공사를 마침으로써 향후 일류신(II)-70 등 대형 수송기 이착륙이 가능해졌고, 이로써 북극해 전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선점하기에 이르렀다.

해군력 현시(顯示)에도 적극적이다. 연중 최고 해빙기인 지난 9월 중순, 러시아 서북부 무르만스크에서 출동한 표트르 벨리키함 등 10여 척의 북해함대가 3,200km나 동진, 노보시비르스크 제도 인근에서 가상적함을 상대로 한 군사훈련을 벌이고 난 다음 지금껏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대규모 함대의 기동은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더욱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러시아의 그 같은 군사적 기동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미국이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 행동에 나설 게 명확해 더욱 북극해 만년빙을 녹이는데 일조할지도 모른다.

제2의 남극시대를 예고하는 사람들

반대편인 남극도 조용하지 않다. 한국 과학자 및 기술진에 의해 두 번째 연구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 완공’을 앞두고 있고, 인근에 남극 최초의 ‘암반공항(巖盤空港)’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1988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세종과학기지’는 멀리 북쪽 사우스조지아 섬에 위치한 관계로 극지를 무대로 한 조사·연구활동을 수행하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착수한 것이 이번의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이었다. 계절적으로 남극의 여름철인 지난 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넉 달 동안 1단계 공사를 마무리 지은 상태에서 기온하강으로 잠시 숨을 고른데 이어, 다시 날씨가 풀리기 시작한 11월부터 150여 명의 기술진이 투입된 가운데 내년 2월까지 의장 등 마무리공사를 완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 내년부터는 1차의 세종기지와 함께 장보고기지가 피차 보완적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면서 제 2의 남극 과학시대를 개막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한 가지 희소식이 추가된다. 지금까지 각국 과학기지는 연구활동에 소요되는 필수품들을 항공기 편으로 공급해 왔는데, 마땅한 활주로가 없어 계곡 사이의 눈밭에 조성한 ‘빙원 활주로’(미국·러시아·호주·노르웨이 등)나 얼음이 녹는 여름철 동안 한시적인 ‘해빙 활주로’(이탈리아)를 개발, 활용해 왔다(그 동안 한국은 칠레를 경유, 사우스조지아 섬의 영국 기지 활주로를 빌려 써왔다).

남극대륙은 99%가 빙상(氷床)으로 덮여 있고, 뾰족뾰족한 바위가 드러난 노암(露岩)이라야 겨우 1%에 불과해 단단한 기반의 공항을 건설할 수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눈밭이나 빙판을 활주로로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도 여름철 3~4개월 동안은 얼음이 녹으면서 제기능을 못했다. 그런데 일부변경선(日附變更線)에 해당하는 로스해의 장보고기지 인근(1.2㎞)에서 한국 건설진(남경건설)이 폭 200m 이상, 길이 1.8km에 달하는 편평한 암반(巖盤)을 발견해내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 면적이면 연중 이용이 가능한 국제규격의 활주로 건설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장을 답사하고 분석한 극지연구소(소장 김예동) 측은 “거기에다 활주로를 만들면 한국은 남극대륙에서 암반 활주로를 보유하는 유일한 나라가 된다”면서, “향후 연구원의 독자적 투입과 철수는 물론 타국 연구진에까지 편의를 제공하는 등 경쟁력 향상에도 훌륭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10월 3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활주로 건설에는 500여 억 원이 소요될 테지만, 필요로 하는 여타국으로부터 받아낼 사용료를 포함, 연간 기대되는 부가가치가 최소 1,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해수부는 즐비한 현안으로 그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으로 관계자들의 기를 꺾어버렸다.

그 같은 해수부의 미온적 반응이야말로, ‘남극 첫 암반 활주로 선점’, ‘한국의 극지활동, 역사에 남을 쾌거’ 등으로 저간의 사정을 전한 언론보도와 극지 관계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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