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선조선, “중소조선 R&D가 희망이다”
(주)대선조선, “중소조선 R&D가 희망이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1.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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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파고 견딘 저력

[현대해양] 역경을 버텨낸 이들의 숨은 스토리는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고 동시에 귀감이 되는 이정표를 제시해준다. 지난 수년 내 중소조선소들이 하나둘 쓰러져갈 때 대선조선은 불황의 고비고비를 넘으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떠한 태세로 이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는지 그 저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대포 야드 건조중인 실습선 ‘백경호’
다대포 야드 건조중인 실습선 ‘백경호’

 

중소조선 뛰게 하는 심장, 설계실

대선조선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영도에 둥지를 튼 ‘대선철공소’가 그 시작이다. 1963년 ‘대선조선’으로 상호 변경되는 등 75년의 역사의 이 조선소는 컨테이너선, 탱커선, 벌크선, 가스선, 여타 600여척을 건조했다. 대선조선에는 협력업체 포함 1,500여명(본사 300여명)의 임직원들은 600톤 크레인 2기를 보유한 다대포 야드에서 선수부분(Fore)와 선미부분(Atf)을 각각 건조하고 영도야드에서 결합해 시운전하는 수순으로 선주들에게 선박을 인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미포현대중공업에서 선형개발, 성능보장 등 기술개발에 전념해 온 이수근 사장은 지난해 4월 기술본부장에서 대표이사로 승격한 이후 R&D가 조선소의 향배를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줄 곧 강조해 왔다. 그는 “조선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호경기, 불경기 등락이 심한 조선업을 투자로 보야 한다”며, “중소규모여서 자체 기술력 없이 남의 도면으로만 건조해서는 안 된다. 리스크를 지더라도 기본도, 상세도, 생산도 등 독자적으로 마련하면 책임있게 건조를 진행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설계 역량을 쌓아 생존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중소조선소이지만 대형조선소 못지않은 선형개발, 추진기개발, 구조해석, 진동소음해석, 3D 모델링 등 다방면으로 R&D 역량을 갖췄다.

대선조선도 여느 중소조선소와 마찬가지로 유동성 위기로 국책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다. 채권단인 수출입은행의 강도 높은 경영 방침에 인력이 우수수 떨어져 나갈 때도 인력의 1/3을 차지하는 100여명의 설계부서가 여전히 견고하게 남아있다.

대선조선은 최근 차세대 친환경 추진체인 ‘LNG Dual-Fuel Engine’ 국책과제를 맡고 있다. 앞으로 대외적으로 선주들의 친환경선박 수요가 증가할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자체 LNG연료추진기술 보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통산 연간 10여척 내외 수주를 하는 대선조선은 지난해 탱커 1척, 컨테이너 3척, 특수선 1척에 그치는 최저 실적에도 신입사원 15명을 채용해 화제다. 이수근 사장은 “장기간 우리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뼈대가 점차 없어지는 격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정이 뛰어난 인재들이 우리 조선소의 근간을 이어가도록 백년지계를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한국형 대형 카페리 여객선 건조 ‘쾌거’

이수근 사장의 업무 컴퓨터 모니터 바탕화면에는 여객선이 전시돼 있다. 자신이 건조한 선박 중 가장 애지중지한다는 이 선박은 지난 2018년 인도된 ‘실버클라우드’라고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 신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정부는 안전을 담보한 한국형 여객선 신조를 주문해 왔다. 그간 연안여객 업계는 영세한 규모, 수익성 악화 등으로 몇 백억원에 달하는 건조비를 부담하기 버거워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일본 중고선을 도입해 왔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도 주로 상선 위주의 건조가 이루어져 수주물량이 적은 여객선 건조기술은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었다.

실버클라우드호
실버클라우드호

이 가운데 산업부 주도, 해수부 지원, ㈜한일고속이 발주하는 한국형 여객선 건조 프로젝트에 대선조선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험도 없이 대선조선이 선 듯 나선 건은 이수근 사장의 강당있는 판단에서였다. 이 사장은 “세월호 이후 여객선을 바라보는 엄격해진 시선 하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된 연안여객선 건조에 대해 주변의 시선은 비관적이었다. 여객선 건조 실적도 없었는데 다들 못 짓는다는 반응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와 같은 우려 섞인 시선도 이 사장은 곧바로 T/F를 꾸렸다.

설계부터 건조까지 자체 역량으로 해결해야 했던 차에 여객부분 하단인 화물부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섰고 문제는 여객부분인 상단과 복원성이었다고. 카페리의 주요핵심요소인 로로(Roll on-Roll off, 차량 출입로)는 실제로 항만에서 조석간만의 차를 실증하며 제작했고, 여객부분은 기존의 일본식 인테리어가 아닌 세련된 인테리어에 선상공연장 및 잔디 피크닉존을 설치하는 등 편의성을 한층 강화했다. 또한, 기존의 선박 복원성 확보에 필요했던 선박평형수 시스템을 완전 없애고 자체 기술력을 통해 복원성을 강화시켰다. 높은 파도와 빠른 조류에서도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형도 적용됐으며 진동도 감소됐다. 총 톤수 2만263톤, 길이 160m, 폭 25m, 여객 정원 1,180명과 차량 150대를 동시에 적재할 수 있는 넉넉한 규모의 대형 카페리 ‘실버클라우드’는 세월호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운전 이후 지난해 여름 제주-완도를 운행하는 이 선박에 다시 승선했다는 이수근 사장은 “여름휴가때 이 배타고 제주도를 다녀왔다. 선장이 직접 한국형 여객선이라고 방송을 하는데 듣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 벅찬 뿌듯함이 올라오더라. 화물창에 차량들도 꽉차 있었다”고 당시 감동을 표현했다. 여객선 4척을 운영하는 ㈜한일고속의 전체 중 매출 40%를 실버클라우드가 담당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실버클라우드는 지난해 연안여객선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카페리부문 우수선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첨단 참치선망선 기업 호평

현재 대선조선은 첨단 원양어선 건조 기술력에서 국내 1위다. 사실 모든 어선 선종에 있어 가격이 저렴하고 오랜 노하우를 다진 대만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어선 건조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서기는 가격 경쟁력에서나 시장 인지도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선조선은 고부가가치 어선건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나라는 성동조선이 6척, STX조선해양이 2척 인도한 전례가 있으나 현재는 꾸준히 발주가 가능한 조선소는 대선조선이 유일한 상황이다.

글로벌 원양선사들이 적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량을 갖춘 어선을 요구하고 있다. 길이 79m 규모의 첨단 원양어선의 가격은 300억원, 중대형 컨테이너선박과 맞먹는 액수이다.

대선조선은 동원산업에 지난 2016년 이와 같은 다랑어선망어선 2척을, 지난해 8월 동종선 2척을 인도하며 어선 수주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참치배 건조는 어창, 슈퍼냉동시스템, 조업시스템 등 다방면의 기술력을 요한다. 1차 프로젝트에서는 해외업체 기본 도면을 바탕으로 건조했지만 이후부터는 자체 기술력을 통해 선박을 지었다”는 이수근 사장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소나를 통해 포착한 참치 떼의 움직임에 따라 보트가 빠른속도로 그물을 쳐서 잡는 선망어선은 통상 횟감참치 보다 등급이 낮은 통조림용 다랑어를 조업한다. 하지만 이 선박은 개중에 잡히는 높은 등급의 다랑어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마련돼 있어 생산성을 높였다.

다행히 동원산업이 통크게 거금을 투자해 건조한 어선이 선단들 중 매출이 가장 높다며 제 기능을 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고. 한편, 현재 부경대학교 어업실습선을 건조 중인 대선조선은 첨담 원양어선 못지않은 기술력을 탑재 중이라고 전했다.

동원산업 참치선망선
동원산업 참치선망선

 

커지는 피터컨테이너선 시장... 떼놓은 당상

모든 것이 컨테이너 화물로 변하고 있다. 잡화, 시멘트, 차량 등 거의 대부분 화물들이 소량으로 컨테이너로 적재되고 2만TEU가 넘는 대형컨테이너선들도 늘어나면서 국부적으로 부산, 광양 등 국내 연안항으로 컨테이너를 이송하기 위한 피터컨테이너선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중 1,000TEU급은 전세계 시장 2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더컨테이너를 건조한 대선조선은 최근 1,800TEU급, 2,600TEU급 등 사이즈를 다각화하고 있다.

그간 해사 환경규제로 갈피를 못잡고 신조 발주를 쥐고 있던 선사들의 향뱡이 정해지면 수주실적이 서서히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섞인 분석도 나온다. 봄이 오길 기다리며 새순을 키워온 대선조선의 2020년이 기대된다.

이수근 대표이사
이수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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