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희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국가 10% 먹거리산업 소생시킬 것”
도덕희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국가 10% 먹거리산업 소생시킬 것”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1.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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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R&D 구심점 역할에 방점

[현대해양] 바다의 UN이라 불리는 IMO(국제해사기구)의 사무총장, 해양수산부 장관, 여타 해양수산분야 공공기관장 및 CEO를 배출한 대학. 한국해양대학교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사분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역할을 했다는데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장기간 침체 늪에 빠진 조선·해운업계 분위기가 대학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더욱이 지난 대학평가에서 부실대학이라는 낙인까지 찍히면서 공고했던 대학의 입지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가운데 산업과 대학 모두 소생시키기 위해 대학 본연의 역할인 연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새 총장의 소신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도덕희 제 8대 총장(기계공학부 교수)은 한국해양대학교 기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기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일본 도쿄(東京)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자이다. 1995년 한국해양대 교수로 임용, 2015년~2017년 공과대학장을 지냈고 오션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일했다. 또한, 한국가시화정보학회 회장, 대한기계학회 논문집 편집장, 코마린컨퍼런스 조직운영위원장, 대한민국해양연맹 해양아카데미 원장 등 대외적으로도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해양>이 도 총장을 만나 R&D 역량강화가 곧 해사 산업의 발전으로 귀결된다는 그의 혜안을 들었다.

 

R&D 사업 유치로 대학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입장인데 이미 R&D를 유치하겠다는 해양관련 기관이 많지 않은가?

우리 대학의 대외 지원금은 장학금 성격의 목적성 지원이 대부분으로 독자적인 산학협력 R&D 등 재정 여건이 약화돼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교수님들이 다수 계시지만 적은 연구비 내에서 각자 도생하다시피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시고 이러한 불충분한 연구수행들이 사기를 저하하고, 소통 부재의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봅니다.

이에 산학협력 R&D 활성화에 필요한 초기자금 조기확보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 해양수산 R&D 예산은 6,600억원 정도, 각종 경비를 뺀 2,000억원이 전국 해양연구기관에 배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비 걱정 없는 환경조성을 위해선 한정된 해양수산분야 정부예산을 넘어 타분야 및 민간 R&D 유치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R&D펀드 조성, △연구전담교수 확대,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혁신센터 구축, △디지털 트윈기반 친환경 스마트선박 종합지원센터 구축, △수소에너지항만 기획 및 확보 추진, △드론 전용비행 시험장 구축, △단대 별 연구소 특화센터 활성화 등 ‘선순환형 산합협력 R&D’ 여건을 조성하고 아울러 △신북방남방 정책과 공조사업 진출, △IMO, WMU, IAMU 등과 협력 체계 공고화 등 ‘특화분야 혁신적 R&D’ 여건 조성에 지속 경주할 방침입니다.

 

구체적으로 R&D가 산업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해양수산업은 연간 수출액 6,000억 달러 중 약 560억 달러 즉, 10% 비중을 차지합니다. 해양수산분야에서 다수의 고부가가치 제품들이 수출되고 있지만 그 제품의 핵심부품이 여전히 경쟁국에서 수급해 온 경우가 많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껍데기만 만들게 되니 기업의 생산성과 매출이 날이 갈수록 저하되고 기업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경영악화는 기업주가 핵심기술개발 보다는 당장 기업 생존과 관련된 단기 투자에 더욱 매몰되게 하고 이러한 계속적인 단순 제조는 기술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해양수산 산업의 심장인 R&D가 제대로 뛰지 않고 있으니 혈액이 순환되지 못하고 몸은 맥없이 무너지는 형국입니다.

최근 R&D 지원정책 자금으로 생존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중소기업도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만 원천 핵심기술과 거리가 먼 것들이 많습니다. 해양수산업체의 95%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R&D 기술 여력이 없는 현실입니다

이에 산업의 심장을 소생시기키는 역할을 우리 대학이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R&D 조합’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해운, 조선, 해양플랜트 등 글로벌 해사 공급기지를 확보한 동남권벨트에 풍부한 연구진들을 배치하고 관심 있는 기업들도 들어와 효과적으로 R&D를 진행할 수 있게 유도할 방침입니다.

당장 세계 에너지 소모가 지속해서 늘어나는데 환경규제도 가세하면서 특수선박 R&D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싱가포르가 주도하는 선박수리업, 북방물류업 활성화를 위한 R&D에도 영향력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연구교수를 확대하는 등 원천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을 진단한다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 1980년대 기초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없이 짧은 시간에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서 원천 핵심기술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수도권 최상위 대학 일부 연구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구실은 연구수행에 있어 최소 인력 확보도 쉽지 않고 불가피하게 1년~3년 단기연구과제만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중에 정부가 중복과제지원을 배제하고 있어 장기간 연구가 필요한 원천 핵심기술개발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 전 분야에서 원천기술개발 연구를 위한 시스템지원과 인프라구축이 진전되지 못했고 결국 연구개발의 질적 성장은 한계에 봉착한 것입니다.

더욱이 바다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는 타 분야보다 더 많은 노고가 요구됩니다. 해수는 공기 무게의 1,000배입니다. 물리적 현상이 어마어마하지요. 이러한 자연에 과학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수집해야 하는 데이터량도 방대하여 단기간에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습니다. 아직 해상풍력, 해양바이오, 해양자원 등이 완벽한 모습을 갖춘 사례가 없다는 사실이 이것을 반증합니다.

 

해양수산 브레인이 모인 영도 동삼혁신지구에서 해양대학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해양클러스터 문화교류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부산시 등 지자체 특화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겠습니다. 아울러, 해양글로벌스쿨, 오션아카데미 산합협력 강화, 해양특화 융복합과정 신설 등을 통해해양분야 글로벌화 및 네트워크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한, 취임 이후 부산시 관계자, 영도구청장 등과 직접 만나는 등 협력을 다지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한편, 대학 앞 동산동 폐총이 해양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는 후문이 들려옵니다. 동산동 폐총이 간직한 하리 어촌, 해녀 문화 등과 연계하여 주변 해양문화 유산을 살리는데 일조하는 등 지역사회 상생형 캠퍼스로서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선원의 요람이었던 대학의 앞으로 선원교육 방향은?

최근에는 고물가, 고임금으로 육상에서 근무해도 해상근로자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보니 해기사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선박의 자동화가 진전되면 선사들의 경영방침도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해기사의 요람이었던 우리 대학도 전환기로에 섰습니다. 고부가가치 선박 운영자 육성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해양레저, 양식기술, 안보 등 고급인력 육성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얼어붙은 청년 실업률이 한국해양대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최근 청년 실업율이 9% 수준인 것으로 나오지만 마땅한 직장이 없는 청년들이 주변에 많이 보여 체감실업률을 훨씬 커 보입니다. 설사 직장을 가졌다고 해도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 직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청년실업 문제와 같은 고질적 사회문제는 몇 가지만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위해 종합적인 시각과 서로의 공감을 통한 협력이 요구됩니다.

대학의 교직원은 합심하여 전생애주기 관리형 교육기반 구축, 학사제도에 혁신, 특성화 계약학과 신설·확대 등을 통해 학생들이 부담없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전략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공학자의 길을 걸어온 이유는...

가난했던 집안형편으로 해양대학교에 진학하고 탱커선과 실습선에서 근무했습니다. 의미없어 보이는 싸움을 계속하며 분열된 이유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국가 여건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적은 자원으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해양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를 집중해 왔습니다. 여전히 해양수산업계가 왜 부가가치가 적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를 바로잡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국민 먹거리 10% 산업 제대로 담당하도록 대학이 앞장서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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