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태 KMI 원장, “2020년 물류혁신 전환점”
장영태 KMI 원장, “2020년 물류혁신 전환점”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1.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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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산업 육성 본연 역할 강화할 것

[현대해양]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해양수산산업 육성을 위한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하지만 지난 십수년간 주요 국제공인학술지순위평가에서 KMI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부진한 전문성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영 신통치 않다는 업계 반응에 이러다가 KMI가 ‘Think Tank’가 아닌 ‘Sinking Tank’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후문도 들려온다.

이 가운데 KMI의 학문적 수월성과 실용적 응용성을 회복하기 위해 4차산업혁명 기반의 기술을 접목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지난 10월 취임한 제10대 원장의 뚝심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부산 영도구 출신인 장영태 원장은 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연세대에서 경영학석사, 스웨덴 세계해사대 해운항만관리학 석사,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KAIST 해양연구소 연구원, 한국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KMI에서 해양산업연구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겨 한국항만경제학회 회장, 녹색성장해양포럼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다.

영도 친정으로 돌아온 그가 어떻게 냉소적인 해양수산 산업계의 관심을 되돌리며 산업이 처한 난제들을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 <현대해양>이 들었다.

 

물류에 대한 이론과 실무에 능한 전문가다. 우리나라의 물류업계를 진단하고, 혁신을 위한 방안은?

우리나라 물류업계는 글로벌 물류기업에 비해 여러 부문에서 낙후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비전과 정책에 의해 인천공항과 부산항을 비롯한 인프라 개발에는 세계적 수준을 보이나 물류기업의 역량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제대로 된 글로벌 3PL 기업이 출현하지 못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대기업 화주 중심의 2자 물류체계, 전통 물류기업의 영세성, 비혁신 마인드 등 다양한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물류업계의 핵심 추진사항인 녹색물류, 공급사슬망 위험관리, 스마트 물류 체계 등에 대부분 기업들이 소홀히 하거나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아마존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이 올바른 방향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물류혁신을 재촉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단하는가?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은 자연히 물류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온라인 기업인 아마존의 성공과 오프라인 기업인 시어스의 몰락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때 미국 최대 유통업체였던 시어스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좌시함에 따라 설립 126년 만인 2018년에 파산신청을 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물류분야까지 넓히고, 직접 화물 항공기와 컨테이너 선박을 운영하는 등 직접적으로 물류에 관여해 온 결과 2019년 세계 최대 물류기업인 DHL을 제치고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우리나라도 오프라인 중심기업인 이마트 등 대형유통기업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부흥과 맞물려 더 새롭고 혁신적인 물류서비스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향후 수년 내 전자상거래로 인한 유통물류 분야의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시어스의 몰락을 반면교사 삼아 물류혁신에 동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세계 해운사들도 복합물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사들이 복합물류서비스를 강화하는 행보에 대한 이유는 자명합니다. 이는 고객인 화주기업들의 글로벌 공급사슬(Supply Chain) 정보를 보다 빨리 정확하게 파악하여 ‘Door to Door’ 구간의 차별화된 SCM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확보 및 부가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세계 굴지의 선사인 머스크라인이 자회사 ‘Maersk Logistics’(2002)를, CMA-CGM이 유사한 물류회사(2001)를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설립했으며, 2010년대 초반에 들어 세계 20대 선사들의 약 60%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우리 해운기업들도 산·학·연 차원의 적절한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글로벌 해운기업이 복합물류서비스를 내재화 또는 강화하는 근본 이유가 ‘단순 물량 확보’를 넘어 ‘화주의 공급사슬 정보 확보’ 및 ‘차별화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해상물류의 디지털화 현황과 방향은 무엇인가?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화 전략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복합물류서비스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더욱 재촉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올해 1월 머스크는 컨테이너 통관·내륙수송 서비스 등 육상물류를 담당하는 계열 물류기업인 DAMCO를 합병했으며, CMA-CGM도 2월에 세계 13위(2018년 기준) 3PL 기업인 ‘CEVA Logistics’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확보한 태세입니다.

또한, 독일 함부르크항,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등 글로벌 선도 항만들은 항만부분의 스마트화와 해상 및 내륙물류와 연계되는 부문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함부르크항은 도로 및 해상교통과 항만운영 정보를 통합해 공간 확장이 어려운 도심항만의 교통정체 문제 해소로 항만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는 해운, 항만, 내륙물류 상호 간에 정보의 비표준화 및 정보 단절문제뿐만 아니라 동일 영역에서의 정보공유도 원활하지 않아 여전히 운영상 비효율성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울러 정책에 따른 한시적인 운영,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의 한계, 현재 단절적인 항만물류 정보 연계 현황을 감안할 때 내실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할지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지 못하고 있어 보입니다.

 

콜드체인 기술에도 경쟁국들이 앞다퉈 기술역량 제고에 나서고 있다.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블록체인기술과 IoT를 접목한 축산물 이력시스템 시범사업을 수행 중에 있습니다만, 식품 전반의 스마트 콜드체인 구축은 미흡한 편입니다. 즉 국내 식품시장의 경우 관련 규제, 온・습도 기준 등의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법·제도 또한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식품의약안전처 등 다부처에서 산발적, 중복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콜드체인 기술이 적용될 때 산업과 국민경제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분야는 우리 수산업일 것입니다. 콜드체인 기술 적용 우수사례 기업을 발굴하여 해당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성공사례를 콜드체인 전반에 확산시키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수산업을 넘어 스마트양식 활성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요소는?

스마트양식은 경험에 의한 양식 방법을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양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과학적 양식으로의 시작점은 일관성 있는 양질의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현시대에 데이터는 금, 석유로 비교됩니다. 쓸모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일에 많은 돈이 투입되듯 데이터 자체만으로도 돈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양식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아도 잘못된 데이터를 걸러내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에 통제 가능한 상업적 규모의 실증단지를 마련하는 사업이 스마트양식클러스터 사업인데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구축하여 생명을 불어넣는 사업이 아쿠아팜 4.0 사업입니다. 첫 시작은 데이터셋을 잘 만드는 일이며, 양식 기술의 다양한 이론을 접목시키고, 수많은 비정형데이터들을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해양레저산업 활성화전략은?

최근 세계 해양레저시장 키워드는 ‘문화소비’와 ‘공유경제’입니다. 즉,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사회계층별로 해양레저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공유경제 모델을 도입하여 해양레저 시장을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트렌드에 발맞추어 국내 해양레저산업 육성을 위한 첫걸음은 국민에게 바다가 안전하고 즐거운 공간이라는 인식과 해양레저 참여 기회를 확대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특히, 직접 체험하는 해양레저와 VR, AR 등 가상현실을 통한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지역 내 요트학교, 해양레저스포츠 시설에서 방과후 교육 등을 통해 해양레저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여 친수문화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해양산업 침체가 해양문화 미흡한 인식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문화 인식 제고 방안은?

실제로 KMI 대국민 해양문화인식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의 해양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해양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높게 나옵니다. 또한 해양문화 및 문화정책 전문가들도 영국과 같은 해양문화 강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양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정보가 부족해 해양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주로 영화와 방송, 음악 등을 통해 해양문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해양문화 콘텐츠는 전체 문화콘텐츠 중 0.7%로 매우 빈약한 실정입니다. 해양문화에 대한 친숙함이 인식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양문화콘텐츠의 발굴 및 상품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편 현재 입법 추진 중인 ‘해양교육·해양문화 활성화법’은 국민의 해양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동삼혁신도시 해양클러스터에서 KMI에 대한 역할에 기대가 모이고 있는데...

13개 해양수산분야 공공기관이 해당기관들이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모여 있으나, 기관 상호간, 그리고 지역의 해양수산 업과 협업을 통한 상승효과는 기대만큼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지역기업이나 대학, 지자체와 협업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각 이전 공공기관의 고유 업무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여건 상 이전을 했더라도 인근기관과 협력이나 지역기업에 대한 지원은 부차적인 업무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삼혁신도시가 진정한 해양수산 혁신클러스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국의 주요사례처럼 클러스터 내 기관들을 연계하고, 지역의 기업과 연결하고, 사업을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민-관 협력의 촉진체계가 필요합니다.

해양수산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KMI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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