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종 퇴치가 능사 아니다
생태계 교란종 퇴치가 능사 아니다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1.13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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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으로 2차 피해 막는 것이 급선무

[현대해양] 악성 외래종들이 우리나라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응책 없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생태계 교란종 공포 확산

지난해 11월, 새로운 생태계 교란종으로 미국가재(학명:Procambarus clarkii)가 지정됐다.

이 미국가재는 토종어류를 잡아먹는 상위포식자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악성 외래종’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EU 또한 2016년 ‘위해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IUCN에 따르면 미국가재는 담수 뿐 아니라 염도가 있는 물에서도 잘 적응한다. 또한 이들의 굴을 파는 습성이 침전물 영양염류 변화를 일으킨다. 이에 환경부는 미국가재가 수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으며, 현재 이들은 강한 생존력과 적응력으로 영산강 일대를 점령해 토종물고기까지 위협하고 있다.

 

단기처방에 그친 1차 계획

새로운 교란종의 등장은 환경부가 실시해온 외래생물 퇴치작업의 허점을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했다.

환경부는 2014년 ‘제1차 외래생물 관리계획(2014~2018년)’을 발표하며 총 예산을 613억 원으로 지정하였다. 그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부분은 ‘유입 외래생물 관리(282억 원, 46%)’와 ‘체계적 관리 인프라 구축(196억 원, 32%)’이었다.

그러던 지난해 9월 환경부는 외래생물이 계속해서 국내에 유입되어 그 수가 연평균 20% 이상 증가(894종(2009)→1,109종(2011)→2,160종(2018))추세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는 1차 계획 중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이 배정된 ‘체계적 관리 인프라 구축’의 부실함을 나타냈으며, 사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음을 설명했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유입 외래생물 관리’의 결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환경부는 2009년부터 생태계교란 생물 확산 차단 및 퇴치사업을 전개했다. 그 중 집중 퇴치사업으로 추진됐던 뉴트리아와 배스의 경우, 뉴트리아의 개체 수는 2014년도 대비 절반으로 감소하였으나 배스의 개체수는 2014년도 대비 2배정도 증가했다. 이에 대해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육상 동물과 달리 수생에서 산란하는 어류의 경우, 단순 퇴치작업만으로는 개체 수 감소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퇴치는 커녕 배스의 개체 수는 2배로 늘어났지만, 교란종 퇴치를 위한 예산은 계속 투입되고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병)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생태계교란 생물 퇴치사업 투입 예산’ 자료에 따르면 퇴치사업에 투입된 총 규모는 51억 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 지자체 생태계교란 생물 포획 수매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사업에 투자된 총 예산은 86억 원이었다.

이는 그 동안 수생태계 교란종 퇴치에 사용된 국민의 세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로운 교란종의 등장은 또 한번의 예산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패 평가를 받은 1차 평가에 이어 진행된 지난해 9월 ‘제2차 외래생물 관리계획’(2019~2023)의 주요 내용은 ‘제1차 외래생물 관리계획’과 거의 흡사하다. 이에 앞으로의 계획은 이미 토착화된 생물의 퇴치보다는 ‘모니터링’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완옥 상지대학교 외래교수(전 중앙내수면연구소 박사)는 외래종 유입이 토착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높아지는 수온’을 들었다. 이 교수는 “온난화와 더불어 하천 처리수 및 공장 냉각수의 유입으로 겨울철에도 하천이 높은 온도를 유지해 겨울철에도 열대어들이 국내 하천에 서식하고 있다”라며 경기도의 죽당천이 ‘구피천’으로 변해버린 사례를 설명했다.

미국의 다트머스대와 위스콘신대 공동연구팀은 토종 플랑크톤과 외래 침입종 플랑크톤의 실험을 통해 지구온난화가 토종보다 외래 침입종의 생존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외래종이 전국 각지에 토착화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뒷받침했다.

이 교수는 새롭게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미국가재에 대해 “토착화가 이루어진 현재 상황에서는 모니터링을 통해 확실한 분포도 및 현황조사가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미국가재의 분포현황은 신문으로만 보도됐을 뿐 구체적 자료가 조사되지 않았다. 또한 영산강 유역 환경청 관계자는 미국가재는 비교적 최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올해 지정되는 예산을 통해 추가 조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가재에 내성이 강한 가재패스트 균(Aphan-omyces astaci)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구체적 조사가 보다 빨리 진행되어야한다는 주장이다.

‘민물 새우에 대한 가재패스트 균 감염’을 다룬 외국논문에 따르면 가재패스트 균은 민물 게에 감염되며, 새우의 경우 감염에 대한 추가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확실한 분포지역 조사 후, 채포된 가재의 균 보유 여부를 파악해 서식지가 겹칠 수 있는 참게와 동남참게 및 큰징거미새우 양식장으로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관리계획은 단순퇴치에 앞서 구체적 모니터링을 통한 2차 피해를 막는데 집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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