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여성 해양경찰관
당당한 여성 해양경찰관
  • 박경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장(총경)
  • 승인 2020.01.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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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그 눈이 부시도록 푸른 동해바다는 늘 나의 가슴 속에 출렁인다. 그 푸른 바다를 지키며 울진해양경찰서장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온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총경으로 승진하자 최초의 여성 총경이라고, 서장으로 부임하자 또 최초의 여성 해양경찰서장이라고 언론에 회자되었던 지난날들. 돌이켜보면 33년 8개월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1986년 5월 해양경찰 최초로 여성 경찰관 2명이 근무하기 시작하여 2019년 12월 현재 796명이 경찰서, 파출소, 경비함정, 항공단, VTS 등 다양한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1990년대 초기 여성경찰관은 민원실 위주의 단순 업무에서 이제는 다양한 부서에서 맹활약 중이다. 경감 때 청장님께 경비함정 근무를 건의드려 부함장(부장)으로 근무한 1년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인 것 같다. 좀 더 일찍 함정 근무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아있다.

태안해양경찰서 1507함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직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시간은 정말 소중하기만 하다. 우리 영해를 침범해 오는 불법외국어선을 퇴거하고 단속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높은 파도에 직원들의 안위를 알지 못해 애태우며 가슴 졸였던 시간들. 직원들과 한마음 되어 꾸준히 함정훈련을 하여 전국 28척 대형함정 중 해상훈련종합 1위를 했을 때의 기쁨.

처음 하는 일은 누구나 어렵다. 그러나 준비하고 꼼꼼하게 대비를 한다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이 내가 이제껏 살면서 얻은 결론이다. 굳이 ‘최초’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당당한 해양경찰의 일원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나간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에게 감히 조언한다. ‘매일 꿈을 꾸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거친 파도가 밀려오더라도 해양경찰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한다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더욱 기억할 일은 남과 같이 한다면 남과 똑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 삶은 더욱 값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바다에 가면/내 잊혀졌던 유년의 꿈도/찾을 수 있고//그 바다에 가면/만나지 못해 애태우던/당신을 만날 수 있고//그 바다에 가면/흩어지는 생각/모을 수 있고//그 바다에 가면/내 존재의 이유도/깨달을 수 있고//그 바다에 가면/내가 살릴 수 있는/귀중한 생명이 있다//그 바다에 가면/나는 또 다른 내가 되어/다시 태어난다’

(박경순 詩 「그 바다에 가면」 전문)

그 바다에서 나는 해양경찰관으로서 퇴직하는 날까지 당당하게 근무할 것이며 하얀 눈 속에 난 발자국처럼 함부로 길을 걷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후배들도 그리 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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