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사양산업 아닌 미래의 식량산업…어민 육성 지원책 마련해야”
“수산업, 사양산업 아닌 미래의 식량산업…어민 육성 지원책 마련해야”
  • 취재부
  • 승인 2013.11.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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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선망업계 레전드 정기석 어로장

최고 고등어잡이로 프로야구 감독처럼 선원관리, 경영자 입장에서 선단 지휘

▲ 정기석 어로장
“가장 큰 선단조업을 하는 대형선망업계 최고의 어로장이라는 영예가 오히려 부담이 됐지만 이젠 홀가분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대형선망업계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최고의 고등어잡이 정기석(71) 어로장이 바다를 떠나 뭍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한 일성이다. 정 어로장은 1960년대 스무 살 때부터 생계 수단으로 배를 타기 시작해 39년 동안 대형선망선 어로장이라는 직업으로 살았다.

최근 대형선망선의 어로장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고소득 직업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 어로장은 알려진 것보다 어로장의 실제 소득은 적다고 말한다. 이는 1개 선단(본선, 등선, 운반선)이 6척으로 구성돼 있으며, 선장과 기관장 등 소위 엘리트 선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 많이 들어가고 이를 모두 어로장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정 어로장은 “어로장이라는 직업은 프로야구 감독과 같은 역할이며, 1개 선단 50~60명의 선원을 총괄 지휘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유능한 어로장의 첫째 요건으로 ‘선주의 입장에서 선단을 경영할 수 있는 어로장’을 꼽는다. 이는 1개 선단이 한번 출어하는데 드는 비용이 10억 원 이상이 되다보니 고기를 많이 잡는 것은 물론, 여기에 각 어선의 유류비, 인건비 등 제반경비까지 고려하는 어로장이야말로 이른바 ‘특A급’ 어로장이라는 것이다.

어로장은 프로야구 감독의 역할

정 어로장은 어로장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부단한 자기계발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하면 오래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39년 동안 대형선망선 어로장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획량이 적을 때 받는 스트레스보다 가장으로서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가장이 돈 많이 벌어 식구들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돈보다 가족애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기 중에는 조업을 최우선시 했기 때문에 가장의 역할을 못한 것이 제일 아쉽다”고.

정 어로장은 “40년 가까이 어로장을 했다면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돈을 번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 때 건강보험료를 월 수천만 원까지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20년 전 선주로 변신을 시도하다 실패의 쓴맛을 본 뒤 어로장을 그만 두지 못하고 지난 5월까지 하게 됐다고.

정 어로장은 “은퇴 직전까지 신의를 지켜준 우양수산 조효식 회장과의 인연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는 선망업계에서 ‘특A급’ 어로장에 속한다. 그래서 경쟁적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지만 아무리 보수를 많이 준다고 해도 우양수산은 떠날 수 없었다고. 서로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할 때 손을 내밀어 주고 음으로 양으로 도와줬기 때문이다.

‘신의’가 매우 중요

그가 전설적인 어로장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선주의 믿음 속에서 많은 어획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운보다는 남들보다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선망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또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조업 시에는 선원간 팀워크를 기반으로 냉정한 승부사의 기질을 발휘했다는 것이 주변의 공통된 평가다.

▲ 우양호

정 어로장은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어탐기와 소나(sonar)만 잘 봐도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다 기상, 수온, 어군의 이동경로(회유)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헤매지 않고 안정적인 조업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인류가 생존하는 한 수산업은 없어질 수 없는 산업이기에 이 분야 종사자들이 수산식량화의 첨병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하며, 정부도 어선원의 권익과 복지향상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어로장은 선망업이 존속하려면 정부의 정책지원에 의한 선박건조와 자동화로 선원 감원의 효율적인 관리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는 또 선망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보다 업계의 발전을 위해 지킬 것은 확실하게 지키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 어로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서 제기되고 있는 어린고기 마구잡이 포획으로 고등어도 씨가 말라 갈수록 어획량이 줄고 있기에 어린고기는 성어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은 잘 안다. 그래도 언젠가는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애써 모른척하는 것은 하루 속히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아울러 정부도 어선원에 대해 고급 기술인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젊은피 수혈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 어로장은 “지금 선망 어선 대다수 어선원이 60세를 넘는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데다 외국인 선원들이 없으면 당장 배가 출항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하며 “현실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국내 선원 양성에 ‘당근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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