命分과 實利
命分과 實利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9.05.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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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1856~1950)의 묘비에 새겨져 있는 비문이다. 그가 생전에 적어둔 이 비문(碑文)은 근 60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고 있다. 인생에 대한 경구(警句)를 단 13마디의 단어로 절묘하게 풀어낸 대문호(大文豪)의 재치와 해학(諧謔)과 문학적 깊이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조지 버나드 쇼는 아일랜드 더블린태생으로 192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천재적인 극작가였다. 그는 94년의 생애를 마감하면서 이 세상 사람들에게 꼭 남겨주고 싶은 한마디 이야기를 이렇게 적어놓은 것이다. 이 말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않다. 그 만큼 명쾌하고, 그만큼 깊고, 그만큼 영적(靈的)인 감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말에 어떠한, 설명을 갖다 붙이더라도 그것은 그야말로 사족(蛇足)에 지나지않을 것이다.

 선(善)과 악(惡), 진실과 거짓, 명분과 실리가 뱀의 두갈래 혓바닥처럼 혼재해 있는 이 혼돈의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지, 그 해답을 이 비문 속에서 찾고 싶을 따름이다. 같은 고향인 더블린에서 버나드 쇼 보다 2년 먼저 탄생한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인간이 꾸며내는 거짓말의 역사에 대해 한마디 재미 있는 얘기를 남겼다.

 그는 인류 최초의 거짓말쟁이는 구석기시대의 맘모스사냥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사냥하러나가지도 않았으면서 해질녘 동굴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에게 자신이 1대1로 격투를 벌여 거대한 맘모스를 때려눕힌 과정을 실감나게 거짓말을 했던 원시인이 있었을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재치 있고 독창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동물적 본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구석기시대의 인간은 집단의 우두머리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자랑을 했을 터이니 그 정도의 거짓말 쯤은 다반사(茶飯事)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거짓말도 잘만 하면 약이 되고, 오려논(올벼를 심어 놓은 논) 닷 마지기 보다 낫다는 속담만 보더라도 거짓말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질기고 오래된 생활의 방편이라는 생각마저든다. 그러나 선의(善意)의 거짓말은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할 수도 있지만 악의(惡意)에 찬 거짓말은 인륜과 도덕률을 허물어뜨릴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경우는 선의든 악의든 간에 국민을 상대로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지도자의 언행에 거짓이 깃들면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어버린 채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릴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된다. 박연차게이트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로 도덕성의 화신처럼 군림했던 노무현세력들이 끝없이 추락하는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서글프고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한다.

 세계대공황과 맞먹는 사상초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모든 국민들이 피눈물을 쏟고 있는 이 마당에 전직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추악한 부정비리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으니 어찌 참담하고 비통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한시 바삐 거짓과 진실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 세움으로써 흩어진 민심과 국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지금은 이명박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성공을 기원해야 할 때다.

 이명박정부의 실패가 경제파탄과 국난(國難)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가 좋고 싫음은 위기를 극복한 다음에 논해도 늦지않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옳고 그름’과 ‘좋고 싫음’의 혼돈에서 벗어나 이성적 안목으로 국가의 장래를 바라보는 지혜로움을 가져주기를 당부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허언(虛言)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지난 4월16일 국회 농림수산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농협법개정안을 여야합의로 의결했다. 논의의 쟁점이 되어왔던 조합원의 조합선택범위가 시·군·구로 확대되고 중앙회장선출을 간선 · 단임제로 확정함으로써 조합 간의 경쟁체제가 확립되고 농협운영에 있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수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제는 수협 차례다. 수협법 개정안도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정부 원안대로 국회에서 의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 새롭게 출범하게 될 수협의 미래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상임 단임제 회장의 위상과 리더쉽이 어떻게 작동할지, 경제사업,지도사업의 통합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그리고 그동안 알력과 반목을 빚어왔던 신용사업, 지도사업간의 방화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조정해나갈 것인지, 많은 해양수산인들과 수협인들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추후의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90년 8월 수협중앙회는 관치(官治)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수협중앙회를 수협인의 품으로 온전하게 되돌려 놓은 대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중앙회장 선거에서 약관 45세의 이름없는 삼천포수협조합장을 회장으로 선출하리라고는 그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와 맞붙은 상대가 당시 수산계 전체의 존경과 신뢰를 한몸에 맡아왔던 최익성 수산청차장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당선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각본없는, 기적과도 같은 드라마가 일어나고 말았다. 선거에 참여했던 조합장들은 최익성차장이 가져다 줄 실리(實利)보다는 수협조직이 갈구해왔던 자율과 독립이라는 명분(命分)을 과감하게 선택했던 것이다.

 18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수협조합장들은 또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지난 달 9일 신용사업부문 대표이사로 수협출신의 강명석(48세)후보 대신에 예금보헙공사 부사장 이주형후보를 선출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8년 전 실리보다는 명분을 택했던 조합장들이 이번에는 수협의 정체성 회복이라는 명분을 버리고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이 가져다줄 실리를 택한 것은 수협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또다른 기대를 던져준 한편의 스릴넘치는 드라마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제 수협은 수협법개정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알에서 깨어나 창공으로 날아갈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수협의 숨통을 조여왔던 공적자금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수협을 수협인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나선 이주형신용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어야할 때가 되었다.

 가까스로 선출된 당시의 상황을 빌미로 삼아 개인의 영향력과 실리를 챙기는 기회로 삼으려는 어떠한 의도로 배척되어야 한다. 뿐만아니라 자율과 독립이라는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선택한 수협지도자들의 판단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허언(虛言)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말고 수협의 중흥을 위해, 더 나나가서는 한국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동단결해나가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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