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정의당 의원,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예산전액 삭감 규탄
김종대 정의당 의원,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예산전액 삭감 규탄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2.21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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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김종대(정의당 비례, 국방위원회)의원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가족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월,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 중 선원의 유해를 발견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수습하지 못했다. 따라서 2차 심해수색의 필요성을 인정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의견을 모아 지난 11월 7일 1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허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 허영주 씨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느낌”이라며 “1,000일이 다 되도록 동생의 사망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차가운 바다속에 있는 유해가 누구든, 하루빨리 국가가 가족들 곁으로 데리고 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의 유일한 희망인 2차 심해수색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은 정치가 실종된 탓”이라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결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1,000일 지나도록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인 만큼, 정부가 이를 회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가족 호소문 ]

- 1,000일의 통곡 -

저는 스텔라데이지호 이등항해사 허재용의 누나, 허영주입니다.

하늘이 무너진다, 땅이 꺼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직접 겪어 보신 적 있습니까? 지난 12월 10일 밤이 저희에게 그런 날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본회의가 종료되기 전날 밤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을 하며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예산안 100억원이 통과되기만을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2차 심해수색 예산 0원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야 모든 의원님들은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아 100억원의 예산안을 예결위로 보냈고, 해외재난사고의 주무부처인 외교부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 규명과 유해수습이 국가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 가해자인 선사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논리로 예산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저희는 심해수색 예산안에 반대한 기획재정부의 변명이 정말 의아합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을 밝히고 국민의 유해를 수습해오는 일이 왜 국가가 책임질 일이 아닙니까?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개조노후선박이 돈 벌게 승인해주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고, 국가가 승인해 준 개조노후선이 침몰되면 가해자의 책임입니까?

어제 스텔라데이지호 가해자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김완중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선원 22명의 생명이 하루아침에 없어져도 선사는 겨우 4년밖에 안 되는 구형을 받고 보험금 400억을 받을 수 있다니 우리는 억울한 마음에 울부짖으며 법정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63빌딩보다 더 큰 선박입니다. 이렇게 유조선을 개조하여 화물선으로 운항한 선박이 전세계 52척, 한국에만 총 30척이 있었습니다. 이 개조노후선 52척 중 첫 침몰사고가 스텔라데이지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선박 개조를 승인해주고 선령을 연장해주어 돈벌기 위해 운항하다가 침몰된 선박이 스텔라데이지호입니다.

어떻게 기획재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를 민간에서 해결할 단순한 교통사고인 것처럼 취급할 수 있습니까?

가해자인 선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현 정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가가 먼저 나서서 침몰원인을 조사하여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잘못을 한 자에게 구상권 등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 성탄절은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지 1,000일이 되는 날입니다. 딸 셋, 아들 하나의 장녀로서 연말이면 가족들과 모여 밥 한 끼 먹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저와 여기 계신 부모님들은 천일동안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침몰된 지 1,000일이나 되었지만, 아직까지 침몰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지난 2월, 1차 심해수색 중 발견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의 유해는 10개월이 지나도록 수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침몰 이후 천일동안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 칠순이 넘는 부모님들은 매일 광화문광장에서 침몰원인 규명과 유해수습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나는 세월호 가족들과 저희 가족들은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내가 이런 일을 당해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제 남동생이 탄 배가 침몰되기 전까지는 이런 재난 참사가 저와 제 가족에게 생기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재난사고는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었고, 누구라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피해자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도 버거운 삶입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심해수색 촉구 서명을 받는 칠순 노모들은 불한당들의 폭언과 폭행에 심신이 멍들고 있습니다. 가해자인 폴라리스쉬핑의 직원들은 인터넷에 악성 게시글과 댓글을 여기저기에 올리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선박안전법 위반 공판이 끝난 직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폴라리스쉬핑 임원이 제 동생 허경주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저희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해도 모자란데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을 폭행하고도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는 것이 지금 저희 피해자 가족들이 버텨내야 하는 현실입니다.

이런 가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오로지 2차 심해수색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1차 수색때 발견한 선원의 유해를 차디찬 바다 속에 두고 온 것도 예산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유해를 수습하고 국가가 가해자를 처벌해줄 수 있는 단서를 찾아오겠지...’ 라는 희망으로 버텼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루하루 버텼던 재난참사 피해자들에게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국가는 빠지겠다고 합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들은 죽었으니 더 이상 국민이 아닌겁니까?

저희는 1,000일이 다되도록 제 동생 재용이의 사망신고도 하지 못했습니다. 재용이는 강원도 춘천시민으로서 지금까지 세금도 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저희 어머니가 면허시험장에 가서 재용이의 운전면허증을 대신 갱신했습니다. 비록 실종된 지 1,000일이 되었지만 재용이도 아직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제발 재용이가 왜 이런 참혹한 재난참사의 피해자가 되었는지 국가가 침몰원인을 밝혀주십시오. 그리고 그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 유해가 누구이던 간에 하루빨리 국가가 가족들 곁으로 데리고 와주십시오.

국가가 저희같이 힘없는 국민에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십시오.

지금 국민이 울부짖는 천일의 통곡을 국가는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2019.12.19.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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