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과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과제
  • 이창수 수협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3.11.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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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위한 보존가치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이용가치 최대화해야

 


인류의 기원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었다. 농경이 정착되기 전까지 인류의 식량 확보는 주로 수렵, 채취, 어로와 같은 활동에 의해서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산업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이 점은 수산업이 인류의 성장 발전에 매우 큰 역할을 해 왔으며, 향후 이러한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방한한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브라이언 페이건은 더 나아가 수산물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물고기가 없었으면 서양의 역사는 달라졌다”고 말하면서 네덜란드는 ‘청어’, 포르투갈과 노르웨이는 ‘대구’를 생산함으로써 경제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학자들의 주장은 바다의 중요성, 특히 바다가 가지고 있는 식량자원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인류는 생존과 번영에 대한 지속성의 근거를 바다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의 수산업은 또 다른 의미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겨우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였다. 전쟁으로 인해 국토의 대부분이 파괴됐고, 산업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정부는 국가의 성장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식했지만 제반여건의 부족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수산업을 장려하고 육성함으로써 외화를 획득하게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가발전을 꾀하고자 했다. 196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 90%를 수산물이 담당했던 점만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수산업은 본원적 가치인 식량산업이라는 것 외에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가치를 추가적으로 갖는다고 할 것이다.

바다, 수산업은 인류와 영원 같이하는 가치

최근 수산업에서는 지속 가능(sustainable)이라는 개념과 이를 위해 어떠한 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수산자원의 유한성은 결국 얼마나 지혜롭게 그것을 이용하느냐 하는 것이 인류의 번영과 발전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지속 가능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수산자원을 주로 이용하는 연근해어업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 등을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산업에서 ‘지속 가능’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익숙하다. 1940년대 이미 최대지속 가능어획량(MSY: Maximum Sustainable Yield)이라는 개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후 임업에서 ‘최대 벌채 가능량’이라는 개념이 도입됐고, 1980년대 후반 환경과 발전을 포괄하는 형태로 지속 가능이라는 개념이 발전했다. 지속 가능의 개념이 세계적인 패러다임으로 확산된 것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 발표 된 브른트란트 보고서에 의해서다.

이 보고서에서 ‘우리들의 공동의 미래’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구해야 한다고 기술돼 있는데, 여기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필요충족 능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발전’을 의미한다. 이 후 이 개념은 점점 발전해 1992년 브라질의 리오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현재 및 미래 세대의 발전적 필요와 환경적 필요가 동등하게 충족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 회의에서는 행동강령으로 ‘의제 21(Agenda 21)’이 채택됐으며 이행상황 점검을 위해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지속 가능개발위원회(UNCSD)'가 설치됐다.

이러한 개념들을 살펴볼 때 수산업에서 의미하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은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보존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이용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 가능 수산업을 위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바로 수산자원 관리다. 수산자원이 풍족하게 유지됐을 때, 효율적인 자원이용과 미래세대를 위한 수산자원의 보존가치도 이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산자원관리의 기본은 수산자원의 크기 즉, 자원량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자원량이 얼마인지를 알고 어느 수준이 효율적인 이용수준인지를 계산한 후 관리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효과적인 어업관리수단을 통해 적절한 자원수준에서 어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자원량에 대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어업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병행됐을 때 비로소 수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몇몇 어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연근해 자원량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에 대한 모니터링체계 역시 완벽하게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수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갖추기 위해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자원량 먼저 파악

앞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전제조건을 살펴봤다면 이제부터는 실제적인 이행부문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제반여건이 조성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행부문에서의 문제를 크게 정부부문과 어업경영부문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부문에서 우선 총허용어획량(TAC)제도와 관련해 보면 1999년 최초 시행된 이후 그 대상 어종이 점차 확대돼 현재 11개 어종에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어획상한선을 정해 그 이내에서 어획하도록 하는 것으로 언뜻 보면 매우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경쟁적 조업에 대한 취약성을 가지는데, 잡을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업자 간 경쟁적으로 조업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TAC제도를 개별 어선에 쿼터를 균등하게 할당해 시행하고 있는데(개별어선할당, IVQ: Individual Vessel Quotas), 이는 개별 어선어업경영자 측면에서 어선 및 경영능력과는 별개로 쿼터의 소진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비효율성을 낳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어선의 고장 등으로 인해 조업이 불가능할 때 미소진 쿼터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갖지 못하고 소멸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할당된 쿼터에 양도성을 부여하는 양도성개별할당량(ITQ: Individual Transferable Quotas)제도다. 이 제도는 개별적으로 부여받은 할당량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해 개별 어업경영체의 조업능력에 부합하는 만큼 조업하고 나머지 쿼터는 다른 어업인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더 많은 조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어업경영체의 경우 타인으로부터 쿼터를 양도받아 추가적인 조업이 가능하다. 기존 제도가 자원량만을 감안해 어업활동을 했다면, 이 제도 하에서는 어업비용까지 고려해 어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수준에서 조업이 이뤄지게 된다. 즉 기존 조업활동 수준이 최대지속생산량(MSY: Maximum Sustainable Yield)이었다면 이 제도 하에서는 최대경제적생산량(MEY: Maximum Economic Yield)수준에서 조업활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 제도는 현행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에 비해 자원관리 효과가 크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제도가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 적용에 따른 법적 장치, 기존 어업자 간 갈등, 쿼터의 양도성에 대한 이해부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우리나라 모든 어업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개별어업의 특성에 맞춰 시행가능하다는 점에서 조속히 시행될 필요가 있다.

서해 공동관리 시급


둘째, 공동어업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북한, 일본, 중국과 함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설정돼 있어 자원관리 및 어업질서 확립을 위한 다국적 협력이 요구된다. 특히 서해는 중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북한이 공동으로 해역을 이용하고, 자원의 이용 강도가 매우 높아 공동관리가 시급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삼국의 경제상황, 자원에 대한 인식의 차이, 정치적 문제 등으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어업공동관리가 어느 한 국가에 의해 이뤄질 수는 없겠지만 어업질서의 확립과 지속적인 어업자원의 이용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이다.

셋째, 모니터링의 문제다. 아무리 제도가 잘 시행되더라도 이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되지 못한다면 제도 시행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출항, 조업위치, 어획량, 양륙양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작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어업강도의 조절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기 힘들다. 2,000여 개가 넘는 전국의 항·포구를 모두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인력과 비용이 크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결국 어업인들의 자발적인 어획보고 등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 어획량 보고와 실제 양륙양 간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아직 어획보고에 대한 성숙한 인식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작성의 어려움은 결국 통계의 신뢰도에 문제를 발생시키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정책의 시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정확한 보고를 위해 어업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든지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기존 체제의 보완 또는 부가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이 바람직 한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통 모니터링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어획된 수산물은 어떤 항·포구든지 양륙을 해야 하고, 유통이 되어야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따라서 양륙항을 중심으로 양륙양과 유통량에 대한 정보수집이 체계화 된다면 통계수집의 문제를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협의 위판시스템이 정착돼 있고, 이를 통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즉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갖춰진 체계를 보완하면 되기 때문이다.

유통모니터링 시스템은 기존 수협의 위판시스템과 유통인들 간 신고체계를 묶어 체계화하는 방향으로 구축된다면 통계 작성의 투명성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통계의 신뢰성 확보 및 식품안전성과 같은 문제 발생 시 이의 원인을 조기에 파악해 대응할 수 있으며, 정부에서 추진 중인 원산지 표시제, 이력 추적제 등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산자원 조성은 가장 적극적인 자원관리

마지막으로 수산자원조성사업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수산자원조성사업은 가장 적극적인 자원관리 활동으로 지난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1990년대부터는 인공어초 투입, 해중림 조성, 바다목장화 등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효과는 아직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타당성은 이미 확보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몇몇 문제점을 보이는데, 일부 어종에 집중돼 사업이 시행된다든지, 방류되는 종묘의 질 문제, 전체적 방류량, 방류량 통계 수집, 방류해역의 자원 및 환경조사의 미비 등이 그것이다. 특히 방류해역의 자원 및 환경조사의 미비는 매우 큰 문제로 오히려 이 사업으로 인해 바다생태계를 교란,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방류를 많이 하면 좋다는 인식이 오히려 바다생태계에는 하나의 독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자연에 대한 인위적인 활동은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방류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집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정확한 통계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다생태계를 교란,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시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민간부분 즉 어업경영부문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살펴보자. 우선 우리의 어업경영에 지급되고 있는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 문제다. 정부는 어업경영을 위해 영어자금, 면세유 지원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어업부문의 보조금을 축소해가는 추세인데다, 특히 자원을 감소시키고 무역을 왜곡하는 보조금은 금지보조금으로 가까운 시일 내 철폐하고자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선어업 현실을 보면 영어자금, 면세유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특히 면세유의 경우 그 혜택범위를 더 넓혀달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데, 보조금 철폐 시 우리나라 어업의 경쟁력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단순히 어업의 경쟁력 약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업경영체의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어업경영체의 대규모 도산은 우리나라 수산업의 기반이 자칫 붕괴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낮추면서 어업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연안어업에서는 어업활동이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그 규모가 소규모라는 점에서 어업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비용이 감소하고 어획량은 증가시킬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어촌계 단위에서 공동 어로를 통해 어업을 규모화한다면 개별어업활동에 의한 소득보다 더 많은 소득창출이 가능해 보인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선규모에 대한 제한과 연안과 근해어업간 조업구역의 획정문제가 당장의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연안어업에서의 협동은 연안어업의 미래를 위해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다.

수산자원에 대한 인식과 어업자간 협동 필요

▲ 이창수 수협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8월 말 수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수산업을 미래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협중앙회와 ICA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 인류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 등이 심도 깊게 논의되었는데, 결국 인간이 이 모든 것을 실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즉 현재 어업을 영위하는 주체가 바로 사람이며, 수산업을 통한 혜택을 누리는 것 또한 사람이다. 수산업의 가치를 보전하고, 영구히 이용하는 데는 인간의 현명한 이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 글을 통해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에 저해되는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문제점은 나열된 것보다 많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점들에 대해 접근했고, 결론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원관리가 우선시됨을 인식할 수 있었다. 수산자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어업자 간 협동, 수산업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개선하고,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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