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어선 ‘근해용’통신기 설치 정책에 불만 고조
연안어선 ‘근해용’통신기 설치 정책에 불만 고조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2.16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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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미연 방지책 vs 불필요한·불공정 정책

[현대해양] 소규모 연안어선에 과분한 통신장비 설치를 강요하는 정책에 대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어업인들의 비난이 거세다.

 

4배 비싼 장비 탑재해야

근해어선은 주로 동해, 서해, 남해를 포함해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나가 조업을 할 수 있는 10톤에서 300톤 사이의 중대형 규모의 어선이며 연안어선은 주로 10톤 미만의 규모로 등록된 지자체 관리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이다. 이 가운데 앞으로 연안어선이든 근해어선이든 불문하고 근해용 통신장비를 탑재해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개정에 대해 연안어업인들의 불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어선설비기준 시행규칙(제72조 무선설비)에 따라 5톤 이상 모든 어선에는 근거리 통신을 위한 초단파대무선설비(VHF무전기, 150Mhz내외)와 장거리 통신을 위한 중단파대무선전화(SSB무전기, 2, 4, 8Mhz대)가 설치돼야 한다. 허나 그간 24m 미만에 한해서는 SSB무전기 대신 27Mhz대무선전화를 대체할 수 있었는데 지난 6월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앞으로 5톤 이상의 모든 신조어선에 SSB무전기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70~80km까지 통신이 유효한 27Mhz대무선전화에 비해 SSB무전기는 1,500km까지 즉, 인접한 중국, 일본 해역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문제는 27Mhz에 비해 4배 가까이 가격이 비싸(300~350여만원) 영세한 어업인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27Mhz대무전기, VHF무전기, V-PASS, 레이다, AIS, GPS플로타, 어망감시기 등이 장비들이 빼곡이 들어선 연안어선 선교
▲27Mhz대무전기, VHF무전기, V-PASS, 레이다, AIS, GPS플로타, 어망감시기 등이 장비들이 빼곡이 들어선 연안어선 선교

이정훈 모슬포선주협회 부회장은 ”고작 20~30Km 해역을 오가는 선박에 굳이 이런 과도한 통신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특정 업체 배불리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27Mhz대문전기도 자선 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선장들이 태반이었던 것이 현장의 실태었던 만큼 장거리 통신을 위한 무전기 설치가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이다.

또한, 신조선에만 설치하게 되면 해상에서 누구는 적용되고 누구는 제외돼 어업인 간 불편한 심기를 조장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전사고 대응 위해 불가피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최근 근해 먼바다까지 나가는 연안어선의 안전사고 대응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해수부 어업정책팀 관계자는 “수산물 고갈이 위험수준에 이르면서 연안어선도 먼바다까지 나가 조업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올해에도 육지에서 100km 떨어진 해상에서 조업하는 연안어선이 수십척 포착됐다”고 밝혔다.

해수부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최적의 방안이라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지자체 사이의 해상도계에 대한 엄정한 단속만 가능할뿐이지 10해리(약18km)를 넘어가면 당국에서 경고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낚시어선과 같은 법·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고 대책을 세워달라는 어업인들의 불만은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6만여척에 이르는 연안어선 중 고작 몇 십척의 선박들 때문에 모든 어선들이 부담이 가중돼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근해까지 작업하하면 선주 스스로  그에 맞는 장거리 장비를 구축한다.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장비가 계속적으로 들어서다 보니 좁은 선실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안어선에는 현재 27Mhz대무전기, VHF무전기, V-PASS, 레이다, AIS, GPS플로타, 어망감시기 등이 빼곡이 들어서 있고 협소한 선교윗부분에는 각각 5~6M에 이르는 볼성사나운 안테나들도 쭉쭉 뻗어 있다.

▲선교 윗부분 안테나들
▲선교 윗부분 배치된 안테나들

국내선박통신장비 업체에서 17년간 근무한 한 임원은 “고주파는 화재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크고 레이다, 기타 통신기기에 잡음을 일으키는 등 중단파대무전기 설치 조건이 더 까다로운데 협소한 연안어선에서 제출력을 낼 수 있기 위해 충분한 안테나 사이 공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GPS 등 여타 장비에도 비상신호가 존재하는데 사고 발생시 항해통신기기의 비상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신호가 전파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현장의 선박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연안어업인들의 반응을 방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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