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연환계(連環計), 그리고 장점과 ‘숨은’ 약점
삼국지의 연환계(連環計), 그리고 장점과 ‘숨은’ 약점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3.11.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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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삼국지연의’ 소위 ‘삼국지’는 인물도 인물이지만 전략전술의 엑스포 전시장이라 할 만합니다. 미인계(美人計)는 그 축에도 들지 못합니다. 첩자(諜者)를 속여 역이용하는 반간계(反間計), 적을 속이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는 고육계(苦肉計)가 있고, 무방비 상태인 것처럼 보여 공격을 모면하는 공성계(空城計)도 있습니다. 또 난이도 높은 것으로 연환계(連環計)가 있습니다.

적벽대전에서의 연환계는 유명합니다. 조조는 유비의 첩자 방통의 계략에 말려들어 전선(戰船)들을 쇠사슬로 엮습니다. 수전(水戰)에 익숙하지 못한 병사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유가 준비된 화공(火攻)을 펼치자 조조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맙니다. 그 많은 수군과 병선이 도리어 연환의 고리가 된 것입니다. 잘 묶여 있던 배들은 전선이 아니라 불쏘시개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중원의 노른자 땅 형주를 공격하다 실패한 조조는 유비에게 책사 서서(徐庶)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서서를 회유하기로 하고 계략을 씁니다. 서서의 노모를 찾아 허도로 데려온 뒤 노모의 필체를 모방하여 거짓편지로 서서를 부른 것입니다. 효성이 지극한 서서는 노모의 말을 좇아 유비를 떠나 노모가 있는 조조에게로 갑니다. 서서의 효심을 고리로 한 조조의 연환계에 결국 유비가 당한 것입니다.

연환계의 결정판에는 동탁과 여포가 등장합니다. 절세미녀 초선(貂蟬)은 그 가운데서 고리 역할을 합니다. 초선은 당시인 후한(後漢)의 사도(司徒) 왕윤(王允)의 집 가기(歌妓)였습니다. 사도(司徒)란 태자의 스승이자 최고위 대신인 삼공(三公)의 하나, 왕윤은 아리따운 초선(貂蟬)을 동탁에게 바치고 또 여포에게도 보낼 것을 약속합니다. 동탁과 여포사이를 이간시키는 왕윤의 계략을 초선은 기꺼이 그리고 아주 잘 수행합니다. 서시, 왕소군, 양귀비와 함께 중국 4대 미인의 하나로, 달마저 수줍어하여 구름 뒤에 숨을 정도였던 초선의 미모에 혼을 빼앗겨 애간장이 녹은 여포가 결국 동탁을 제거합니다. 충직한 여포가 연환계의 고리가 된 것이죠.

연환(連環)이란 '고리를 잇는'다는 뜻입니다. 우선 적의 ‘숨은 약점’을 포착하고 그 약점에 고리를 걸어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이렇게 무력화된 상대방을 공격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점을 찾는 것입니다. 문제는 약점이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꼭 장점 안에 숨어 있습니다. 장점 가운데에 숨어있으니 쉽게 노출되지 않으며 더구나 스스로는 인식할 수조차 없습니다. 충성스러운 여포가 그렇고 서서의 지극한 효성 또한 그러했습니다. 조조의 대규모 수군은 또 어떠했던가요. 그래서 연환계는 다른 계책과는 차원이 다른  고도의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의 정치상황에도 연환계가 작동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야당에 선거 때마다 세력을 확대하기 보다는 정당 연합 또는 세력 연합에 치중해 왔습니다. 성격이 비슷한 진보적 정당과 연합하여 상당한 의석을 확보하였습니다. 연합작전에 크게 혼이 난 여당이 야당의 연합에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아니 문제를 크게 부각해 냈습니다. 진보적 정당의 ‘종북(從北)’성향을 빌미삼은 것입니다. 여당이 여기에 고리를 걸었습니다. 야당은 더 이상 연합하게 되면 ‘종북’의 굴레를 같이 쓰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야당의 연합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정도가 아닙니다. 서로 공격하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연합해도 이기기 어려운 선거를 이제는 서로 경쟁하면서 치러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요즘 야당이 지리멸렬하고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여당의 연환계에 제대로 걸려들었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연합은 좋은 것이지만 그 한가운데에 ‘숨은 문제’가 잠복해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 문제를 포착해 내는 순간 연합은 파탄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연환계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12월 OECD에 가입하였습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러다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OECD가입 후의 외환관리에 고리를 걸고 이를 공격한 국제투기자본의 연환계는 아니었을까요. 2008년 금융위기가 다시 도래했습니다. 그러나 큰 위기는 없었습니다. 대비를 잘 했기 때문이겠지요. 한마디로 ‘숨은 문제’를 잘 관리했고 고리를 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장점 속에 ‘숨어있는’ 약점은 없는 건가요. 있다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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