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치
주둥치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3.09.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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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둥치

주둥치는 농어목 주둥치과의 바닷물고기이다. 몸은 타원형에 가까운 나뭇잎 모양이며 옆으로 납작하다. 몸 빛깔은 은백색으로 등쪽이 푸르다. 머리 뒤와 등지느러미 가시에 뚜렷한 검은색 반점이 하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 남부, 남해안 및 제주도 근해에 많이 서식하는 난류성 물고기로 내만에 무리를 이루어 지내며 때로는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기수역이나 하천으로도 올라온다.

주둥치란 이름은 먹이를 먹을 때 들쭉날쭉 하며 신축성 있게 뻗거나 다물 수 있는 주둥이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따라서 영어권에서는‘미끄러지는 입’이란 의미의‘슬립마우스(slipmouth)’로 불린다.

주둥치는 6~7월 산란기가 되면 연안으로 몰리는데, 신축성 있는 입으로 먹이를 능수능란하게 따 먹어 복어와 함께 미끼 도둑으로 쌍벽을 이룬다. 잡혀 올라오면 위턱 앞 뼈와 이마의 뼈를 마찰시켜‘꾹꾹’소리를 내기도 하고, 코같이 찐득찐득한 점액질을 많이 분비해‘슬라이미(slimy)’또는‘코쟁이’로 불리기도 한다.

주둥치는 발광 세균이 공생해 몸에서 빛을 내는 발광어로서 복부 표면을 따라 어렴풋이 나는 빛이 있다. 이 빛은 물 위에서 내리 쬐는 햇볕으로 인해 생기는 주둥치의 검은 윤곽을 사라지게 하여 아래쪽의 포식자로부터 주둥치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주둥치는 연안의 소형 어류로서 뼈가 거칠고 가식부가 적어 그다지 인기 있는 물고기는 아니다. 낚시에서도 잡았을 때 끈끈한 점액질이 많이 나오며, 등이나 배지느러미의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기 쉬어 귀찮게 여기는 물고기이다.

그러나 소금물로 씻어 몸의 점액질을 제거하고 튀김이나 소금구이로 하면 매우 맛있는 고기이다. 

제주도 일대의 섬 지방을 비롯한 전남 남해안 일대에서는 주둥치를 원료로 해 젓갈을 담근다. 점액질이 많은 주둥치를 잘 수세한 다음 소금을 가해 15℃ 내외의 음지에서 2~3개월 정도 발효, 숙성시키면 남도의 별미인 ‘아그사리젓’이 된다.

‘아그사리젓’은 현지에서는 새끼(아그) 병어로 담근 젓이라 설명하는데, 새끼 병어가 아니고 새끼 주둥치로 담근 젓이다. 송사리, 자가사리, 빠가사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사리는 옛말에서 물고기란 뜻을 지닌 말이다. 새끼 물고기로 담근 젓이란 뜻이다.

주둥치젓은 짜고 비리다는 사람도 다소 있지만 통째로 먹어도 거칠지 않고 입안에서 녹으면서 뒤끝이 고소한 젓갈이다. 감칠맛도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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