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5] “국가·지자체에 충실히 따르면 무조건 손해가 없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5] “국가·지자체에 충실히 따르면 무조건 손해가 없을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19.12.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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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양식업 행정지도 사건

<다섯 번째 여행의 시작>

흔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어떤 ‘지시’를 하면 그에 무조건 따라야 할 것만 같습니다. 또 그러한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면 혹시나 손해가 나더라도 국가나 지자체가 모두 보상해 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지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면 ‘권유’에 불과하여 그에 따랐던 사람만 손해를 보게 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행정절차법’에서는, 공무원이 하는 말이지만, ‘지시’가 아니어서 꼭 따를 필요는 없는 ‘권유’에 대해 ‘행정지도’라는 용어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행정지도는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행정지도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게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제48조 제1항), “행정기관은 행정지도의 상대방이 행정지도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항)].

그런데, 문제는 ‘행정지도’를 하면서 행정지도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지시’와 ‘권유’ 내지 ‘행정지도’는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결국 그 애매함에서 붉어진 피해는 국민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A는 1993. 5. 19. 지방자치단체인 B군으로부터 ‘어장위치 및 면적 : ○○군 ○○면 ○○리 지선(지선) 75,000㎡, 양식물 종류 숭어, 어업기간 : 1993. 5. 19.부터 2003. 5. 18.까지’로 정하여 수산업법 제8조에 의한 제2종 축제식 양식어업면허를 받은 후, 1993. 10.경 양식장 시설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B군으로부터 A의 위 양식어업면허 지역이 공유수면매립사업지구 내에 편입되었음을 이유로 ‘공사중단의 요구’와 ‘적절한 보상약속’을 받자, A는 B군의 위 행정지도를 신뢰하여 그에 따라 공사를 중단하고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B군으로부터 다시 양식장시설공사 재개 요구를 받고, 그에 따라 양식장 시설공사를 재개하여 진행하였는데, 그 진행 도중에 다시 양식장 시설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A가 B군의 위와 같은 행정지도에 더 이상 따르지 아니한 채 계속 공사를 진행하자, B군이 1995. 1. 3.경 A에게, A가 B군의 공사 중단 행정지도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에는 불이익한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기까지 하였습니다.

과연 A는 오락가락하는 B군의 행정지도로 입은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쟁점>

행정지도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행정기관이 손해배상책임을 질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다18228 판결 >

1995. 1. 3. 이전의 B의 행정지도가 강제성을 띠지 않은 비권력적 작용으로서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A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B는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그러나 1995. 1. 3. 행한 행정지도는 그에 따를 의사가 없는 A에게 이를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서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정지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B는 1995. 1. 3.부터 A가 B로부터 “A의 어업권은 유효하고 향후 어장시설공사를 재개할 수 있으나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은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은 1998. 4. 30.까지 A가 실질적으로 어업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결의 의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이 B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고, 대법원 역시 이를 그대로 인정하였습니다.

“B군이 1995. 1. 3. 이전에 행한 위 각 행정지도는 A의 임의적 협력을 얻어 행정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비권력적 작용으로서 강제성을 띤 것이 아니다.

그러나, 1995. 1. 3.에 행한 행정지도는 그에 따를 의사가 없는 A에게 이를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서 행정절차법 제48조 소정의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정지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B군은 위 1995. 1. 3.부터 A가 B군으로부터 A의 어업권은 현재 유효하고 향후 어장시설공사를 재개할 수 있으나 어업권 및 시설보상은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은 1998. 4. 30.까지 실질적으로 어업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즉, B군이 A에게 공사를 ‘멈춰라, 다시 해라, 또 멈춰라’라고 하는 행위들은 모두 강제성이 없는 행정지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A가 B군의 지시에 따르고, 그에 따라 A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B군에게 어떠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B군은 1995. 1. 3.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사 중단 행정지도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에는 불이익한 조치를 할 수도 있다’라고 하여 일종의 불이익 경고를 하였습니다. 이 상황이 바로 행정절차법 제48조가 금지하고 있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게 강요’하거나 ‘행정지도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행정기관이 위법한 행정지도로 국민에게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혔다면 그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누구라도 A의 입장이 된다면, B가 한 공사중지, 재개 또 새로운 중지의 ‘지시’에 대해 거부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도, 법적으로 본다면, B가 한 행위들은 ‘행정지도’로서 단순한 ‘권유’ 정도에 불과한 것이므로, A가 그에 따르다가 손해를 보더라도 이는 온전히 A의 손해로 결론나게 됩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떠한 ‘지시’를 하는 경우, 조금 어렵지만 이것이 ‘행정지도’인지 진짜 ‘지시’인지를 확인하여야 손해가 없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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