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峰의 새이야기 ㉘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
淸峰의 새이야기 ㉘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
  • 淸峰 송영한
  • 승인 2019.12.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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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저어새과’의 조류로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가 있다. 노랑부리저어새(영명 : Eurasian Spoonbill, 학명 : Platalea leucorodia)는 유라시아지역의 북부지역, 습지에서 하절기에 번식하고 아프리카, 인도남부, 중국남부, 한국, 일본 등지로 월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9월부터 3월까지 관찰되는 ‘겨울철새’이다. 저어새(영명 : Black-faced Spoonbil, 학명 : Platalea minor)는 갯벌지역이 발달하여 먹이가 풍부한 한반도 서해 혹은 새끼를 낳고 키우기에 안전한 남북한의 접경지역의 무인도 등지에서 하절기에 번식, 동절기에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지로 월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관찰되는 ‘여름철새’이다.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는 순백색의 깃털에 독특한 생김새의 부리(주걱모양)가 특징이다. 이 새들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부리의 모습이 농기구인 ‘가래’를 닮았다 하여 ‘가리새’라고 등재돼 있다.

현재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멸종위기종(EN)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968년에 천연기념물 제205-1호, 제205-2호로 각각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9월 하순, 금강하구에서 출생지와 활동 계절이 확연히 다른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들이 함께 먹이활동 중인 장면이 필자에게 포착됐다.

어떻게 출생지가 다른 두 종의 저어새가 동시대에 멸종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일까?

그들은 종족번식과 개체생존을 위한 독특한 먹이활동 방식을 개발하여 진화 발전시켰다. 대부분의 조류들이 뾰쪽한 부리로 수직으로 내리꽂으며(세로파기) 먹이사냥을 하는데 비해,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는 빠른 걸음으로 주걱부리를 가로로 휘~ 휘~ 저어서 사냥을 한다. 대부분 조류들의 사업수단(세로파기)으로 인해 남겨진 틈새시장(남겨진 먹이)에 특화된 가로파기로 연명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습지의 서식지가 매립 및 개발로 급격히 훼손되면서 먹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틈새시장마저 위축되어 이 새들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유라시아 북부 극지방 출신인 노랑부리저어새는 생존을 위해 동절기에는 북아프리카, 유럽 남부, 인도 중남부, 중국 중남부, 한반도 및 일본 등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바로 국제화(Globalization)하는 방향으로 생존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반면 저어새는 한반도의 남북접경지역의 무인도에서 하절기에 나고 자라 동절기에 대만, 필리핀 및 베트남 등의 동남아 지역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반도의 남쪽에서 월동하는 개체도 부분적으로 발견되는데, 필자는 이를 지구의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저어새의 지방화(Localization) 전략에 따른 현상이라고 불러본다.

이처럼 지구상의 생물들은 생태환경 변화의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인간들도 이에 힘을 보태 동식물들의 힘겨운 생존전략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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