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조합법인 인성수산식품 ‘꼬시래기’ 하나로 만든 어촌 활력
영어조합법인 인성수산식품 ‘꼬시래기’ 하나로 만든 어촌 활력
  • 정상원 기자
  • 승인 2019.12.08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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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과 함께 잘 사는 수산업 이어나갈 것”

[현대해양] 코 끝을 찡하게 하는 초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공장 안에서는 살짝 땀이 날 정도로 직원들이 해조류 포장에 여념이 없다. 바로 남도바다의 맛을 전하는 전남 장흥군 회진면에 위치한 영어조합법인 ‘인성수산식품’ 내부 모습이다.

결혼 이후 수산업에 뛰어든 정희순 대표는 바다에서 40년을 보낸 ‘해조류 베테랑’이다. 현재 꼬시래기, 쇠미역, 다시마, 무산김, 돌자반, 톳, 매생이뿐만 아니라 각종 해조류를 모두 섭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력 제품은 단연 ‘꼬시래기’다.

“3월에서 6월 사이에 오셔야지 수확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꼬시래기 포장공장은 숨가쁘게 돌아가며 활기를 띄는 듯 했다.

 

국내 최초 꼬시래기 양식재배법 개발

정희순 대표
정희순 대표

정 대표는 20년전 처음 꼬시래기를 발견했다. “바다에서 처음보는 신기한게 보이는 거예요, 국수처럼 길기도 하고...처음에는 뭔가 했죠.”

꼬시래기는 홍조류의 일종으로 주로 전남 장흥, 완도, 해남, 진도 앞바다에서 발견되는 해초다. 잎이 가늘고 긴 모양으로 국수나 냉면면발을 떠올리게 하는 꼬시래기는 따뜻한 지역의 바다에서 서식하며 최고 5m까지 자란다.

1990년대 후반, 모두에게 낯설었던 꼬시래기는 식품이 아니었다. 당시 어민들의 주 관심사는 어패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낯선 해초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초에 관심이 컸던 정대표는 꼬시래기를 보고 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봤다고.

“가져와서 초고추장에 국수처럼 비벼먹으니 맛이 좋았어요. 상품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로 결심하고 성분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정 대표는 국립수산과학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하여 얻은 결과를 토대로 2007년 꼬시래기 특허를 낼 수 있었다.

“당시 자연산 꼬시래기가 발견되니까 어가의 4부락은 모두 꼬시래기를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꼬시래기가 kg당 800원 정도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됐는데 미역이나 다시마보다 4~5배 높은 가격이었죠. 꼬시래기 덕에 당시 어민들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꼬시래기를 식품으로 만들어낸 정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1년 가량 연구개발 끝에 양식재배법을 개발했다. 그동안의 생산은 해황에 따라 종묘수급의 변동이 심했고, 이에 따라 자연산 꼬시래기의 생산량만으로는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었다.

“양식기술을 개발 한 뒤 양식산 꼬시래기를 맛보니 자연산보다 맛이 더 부드럽더라고요. 더욱 맛좋은 꼬시래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양식기술개발 성공 후에는 가락시장과 현대백화점 업체 등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후 정 대표는 꼬시래기 양식에 관심 있는 어민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양식기술을 전수했다. 어민들 소득이 높아져야 어촌에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이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꼬시래기 1인자, 좋은 품질로 경쟁력 확보

제품 선별라인
제품 선별라인

새로 개척된 국내 꼬시래기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김·미역·다시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꼬시래기는 고혈압과 당뇨예방에 효과가 있다. 또한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은 낮은 반면 식이섬유, 칼슘, 철분 함유량은 풍부한 특징으로 메스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5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어식백세 수산물로도 선정된 바 있는 꼬시래기는 영양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고 있는 인기 해조류로 부상했다.

꼬시래기 생산과정은 △생초 세척 △세척 생초 데치기 △1차 냉각 △세척 △염장 △자숙(24시간) △이물질 제거 및 제품 선별 △2차 냉각 △소분 후 완제품 포장 순으로 진행된다.

소분 및 포장라인
소분 및 포장라인

인성수산의 제1공장에서는 생초의 세척부터 염장까지의 과정이, 2공장에서는 건조와 냉각 과정이, 그리고 3공장에서는 포장과정이 이루어진다.

바다에서만 40년을 활동해 온 정 대표는 꼬시래기 제품에 자부심을 보였다. 꼬시래기 양식법을 직접 개발한 만큼 어떤 제품이 상품 가치가 높은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꼬시래기는 키울 때부터 국수나 냉면 면발같이 일자로 쭉 뻗을 수 있게 재배해야 돼요. 옆가지가 많으면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수온과 수확시기를 제대로 맞춰 가장 맛이 좋을 때 수확해 내는 것도 하나의 노하우죠.”

정 대표는 꼬시래기 조리 방법까지 알려주며 상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꼬시래기는 쉽게 변질되는 특성 때문에 뜨거운 물에 데치고 염장 처리되서 판매되요. 그러니까 먹기 전에는 물에 담궈둬서 소금기를 빼고 조리하면 됩니다. 초고추장만 살짝 얹어 초무침 해 먹어도 새콤달콤하니 꼬들꼬들하니 별미식품이 되죠.”

골뱅이, 돼지고기, 생선회, 비빔밥의 재료 등 다양한 식품과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꼬시래기는 사시사철 소비자들의 입맛을 돋우며 우리 식탁에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좋은 상품성을 가진 꼬시래기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경주하는 정 대표의 얼굴에서 여유있는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꼬시래기로 모두 함께 잘 사는 것

인성수산식품은 한번 맺은 거래처와의 몇 년째 거래 관계를 유지 중인 만큼 생산과정과 제품품질에 있어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저는 도매업자들이 높은 가격에 꼬시래기를 전량 수매하겠다고 해도 한번도 실행한 적이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제품을 믿어주는 거래처와의 지속적인 신뢰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급격히 변하는 바다 수온이 해초 생산 굴곡에 영향을 끼쳐 해마다 생산량이 요동치고 단가 역시 변동이 심해지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거래처에게 가격을 높게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생산이 부진할 때 단가를 높여 이득을 취할 수도 있지만 초기에 측정한 가격으로 계속 거래를 해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저희가 공급하는 제품에도 늘 만족하시다 보니 거래처 사장님들이 다른 식당 사장님들께 알아서 저희 제품 홍보를 해주시더라고요.”

한편, 정 대표는 꼬시래기 시장의 해외진출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해외로는 주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에 수출하고 있어요. 일본과 중국은 그 나라 자체에서도 해조류를 생산하기 때문에 수출하는데 큰 메리트가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에도 수출하고 싶지만 식생활이 아예 다르니까 김 말고는 전혀 수출이 안되더라고요.”

해외시장 개척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의 최종목표는 모두 함께 잘 사는 어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한 어민들, 우리 직원들 그리고 우리 제품을 믿어주는 거래처와 모두 어우러져 잘 사는 어촌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 대표의 신념과 최종목표에는 어촌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졌다.

인성수산의 진정한 가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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