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조사원, 국민 생활에 스며든 해양정보플랫폼
국립해양조사원, 국민 생활에 스며든 해양정보플랫폼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2.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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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SNS 노출 확대

[현대해양] 근대사 시절 난립한 강대국들이 무작위로 측량조사 하도록 우리바다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한국은 해방 후 70여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수로조사 분야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선도국으로 우뚝 섰다. 이와 같이 해양조사 강대국으로 진전하게 한 주역은 비교적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국립해양조사원이다. 이제 무대 앞으로 나와 국민들과 스킨십을 높이겠다는 해양조사원을 찾아 전략을 들어 봤다.

허룡 국립해양조사원 해양예보과장이 바다로드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룡 국립해양조사원 해양예보과장이 바다로드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양조사 강국까지 70년

그 지역의 산업이 일궈지려면 고정밀 공간정보가 기본 전제가 돼야 하듯 바다공간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변화무쌍한 바다는 공간의 특성을 감안해 세심하고 지속적인 피드백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해양산업의 기초단계인 공간조사를 위해 우리나라에는 해양수산부 산하 1차 소속기관인 해양조사원이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해양조사, 해양관측 자료 수집분석 평가 및 해양예보, △수로측량, 해도 등 항해안전 관련 업무, △해양영토 획정을 위한 과학조사 및 동해 등 해양지명 업무, △기후변화 대응, 해양재난 대책 및 해양에너지 개발 지원 업무, △해군작전 지원 및 해양레저 이용 인프라 구축, △국가해양관측망 설치·운영관리를 통한 해양과학조사자료관리 업무, △해양위성 개발·운영관리 및 위성자료 보급 등이 주요 업무내용이다.

홍래형 원장은 “해양조사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는 근 70년 만에 세계 최선두에 위치했다”며, “앞으로 해양의 정치적, 경제적 가치가 커질수록 해양산업 발전의 초석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해양조사’도 크게 부각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 홍래형 원장
▲ 홍래형 원장

변변한 조사선박, 측량장비도 없이 70년 전 해군본부 내 ‘수로과’로 출발한 해양조사원은 지난 1963년 국방부에서 교통부 외국수로국으로 이관, 1996년에는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으로 조직명칭이 변경됐다. 지난 2012년 12월 인천에서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로 본원을 이전해 현재 운영지원과, 해양관측과, 해양예보과, 수로측량과, 해도수로과 5개과와 국가해양위성센터, 해양과학조사연구실, 남해·동해·서해에 조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구성은 원장 포함 254명이다.

해양조사원은 조사업무를 위한 조사선 8척을 보유하고 있다. 최신 심해용 멀티빔 장비가 탑재된 ‘해양2000호’의 경우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도 심해 데이터의 원활한 확보, 전방위 모니터링 조사가 가능하다. 최근 독도헬기 추락사고 수색자 탐색에도 즉각 투입되기도 했다. 앞으로 천해용멀티빔, 중력계, 자력계, 지층탐사기 등을 고성능 장비들을 탑재하여 고차원, 고정밀 해양데이터를 축적할 예정이다.

또한, 해양조사원은 통신회사, 해군, 연구기관 등이 다양한 해양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134개의 해양관측망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이어도 등에 배치된 3개의 해양과학기지를 관리·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의 통신해양기상위성인 ‘천리안 위성’을 통해 확보한 한반도 전역의 해양관측데이터를 가공·생산하고 있다.

특히, 해양조사원의 조사활동 영역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극지개발을 위해 전세계 국가들이 앞다퉈 자국 선박을 북·남극으로 배치하고 있는 가운데 해양조사원도 자국 선박의 항해안전 확보를 위해 나섰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개시된 남극 장보고기지 인근 해역 수로조사를 올해 7월에 완료, 국제해도를 간행하는 단계이며 또한, 남극 세종기지 인근해역 수로조사도 올해부터 착수, 오는 2020년 5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바다로드뷰 장면

기술원조국으로 부상

1957년 국제수로기구(IHO)에 가입 이후 수십년간 목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내던 해양조사원은 지금은 IHO의 이사국으로서 투표권 6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입김이 세졌다. 그간 양자회의, 국제회의 등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회원국 및 사무국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한 해양조사원은 올해도 30여건의 IHO 산하 위원회·실무그룹 회의에 참석했으며 특히, 10여건의 국제회의를 해양조사원이 주관했다. 지난해 2월 IHO와 해양조사원이 기술협약을 맺으면서 회원사들은 해저지명관리, 회의등록체계 등에 있어 우리나라의 업무체계를 접목 혹은 개선해 차용하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의 위상은 높아졌다.

아울러, 해양조사원은 개발도상 연안국의 해양조사역량 배양과의 협력체계 강화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를 추진하고 있다. 스리랑카, 조지아 등과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해수면상승으로 이미 국토유실 위협에 처한 피지의 수로측량, 해도제작, 해양조사선(65톤급) 건조 공여 및 현지 전수식에 협력하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홍래형 원장은 “제국주의 시대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침략을 위해 해양조사를 활용했지만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들에 해양조사 기술이전, 개발원조 등을 지원하면서 전세계 귀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선박에 탑재될 차세대 전자해도 표준화

해도는 육지의 네비게이션과 같이 디지털로의 대전환 시기에 있다. 정부는 2021년부터 해상장비에 ICT를 접목한 ‘e-네비게이션’을 실현해 우리 해역의 어선을 포함한 전 선박의 안전항해와 사고대응 역량을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해양조사원의 핵심업무 중 하나인 해도는 현장에서 이미 통신시스템과 결합돼 서서히 전자해도로 탈바꿈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도는 공식적으로 국제수로기구(IHO)에서 표준화를 주관한다. 20여년전까지만해도 역량 부족으로 해양조사원은 국제 전자해도 표준화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당시까지는 자체기술력을 쌓는 기회조차 없었다고.

그 와중에 해양조사원이 지난 2004년부터 국부적으로나마 국제 전자해도 기술회의, 협력사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지난 2013년 정식적으로 차세대 수로정보(IHO S-100) 기술개발 시험운영국으로서 미국, 영국과 함께 표준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나올 전자해도(S-101), 해저지형표면(S-102) 제작사업, 해양보호구역(S-122), 전파서비스(S-123), 교통관리(s-127), 항해간행물(S-128) 제작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 8월 그간 구축한 데스트베드를 부산, 거제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시범운영했으며, 10월 IHO회의에서 공식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5G를 개통한 정보통신강국이라는 아성과 함께 글로벌 미래 전자해도의 선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온바다 제작 장면
▲온바다 제작 장면

국민과 스킨십 높인다

해양레저 이용객이 늘고 낚시가 국민취미로 등극한 낚시 인기가 식지 않고 있을 만큼 바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유용한 정보를 망라하고 있는 해양조사원을 활용하겠다는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이에 해양조사원은 비축한 전문적이고 딱딱한 해양조사데이터를 국민들이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개방하여 국민생활 속으로 스며들게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양예보방송 ‘온바다’ 서비스를 대중방송, 포털사이트, SNS, 유투브 등 대중매체를 통해 노출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문자서비스(SMS)를 이용하여 그간 조석예보, 낚시정보뿐만아니라 올해부터 실미도, 제부도, 소매물도 등 전국 14개소의 바다갈라짐 예측시간 정보, 뱃멀미, 해수욕지수 등 생활예보지수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고화질, 파라노마 방식으로 개선한 ‘바다로드뷰’를 통해 직접 바다에 가지 않고도 사전에 실감있게 바다경관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해양조사원은 주요 항만을 대상으로 선박 안전운항과 효율적인 항만관리 지원을 위해 ‘바다누리 해양정보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는 조위, 수온, 염분, 파고, 기온, 기압, 풍향 등을 실시간 측정하며 해양관측 및 예측정보를 격자체계로 구축하고 단순한 구역선택만으로 필요한 해양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유용한 해양정보로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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