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찻잔에 닿는 한 모금 살가움과/ 가슴 뿌리째 흔드는 한마디의 피멍울/ 잔잔함과 출렁임 사이/ 생의 파도에 젖어 살아가지만/ 어떤 폭풍이 불어와도/ 바다 닮은 푸른 옷으로/ 기워 입으며 찬 바닷바람 견뎌야 한다.
(‘그래도 바다는 푸르다’ 중에서)
[현대해양] 지난해 작고한 사홍만 전 장흥군수협 조합장 유고시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조합장이자 시인으로도 잘 알려졌던 사 전 조합장은 2011년부터 2018년 3월 31일 작고 직전까지 월간 <현대해양>을 통해 자작시를 발표했다. 이 작품들을 <현대해양> 발행사인 ㈜베토가 사진과 함께 엮어 출판기념회를 열게 된 것.
사 전 조합장 유고시집 ‘그래도 바다는 푸르다’ 출판기념회는 지난달 14일 오후 2시 사 전 조합장의 고향 전남 장흥군 장흥군민회관 2층 회의실에서 장흥군수협 주최, ㈜베토·현대해양 주관, 수협중앙회와 전남문인협회 공동후원으로 열렸다. 이날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위원장, 전남도의회 의원, 장흥군의회 의원, 장흥군수협 임직원, 유형숙 여사와 유족 등 관계자 1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워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홍만 전 조합장 유고시집을 기획 편집한 현대해양 박종면 편집 부국장이 작가소개와 경과보고를 했으며, 이성배 장흥군수협 조합장이 개회사를 했다.
이성배 조합장은 개회사에서 “사 전 조합장님이 장흥군수협 제15~16대 조합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때로는 너그러움과 유순함으로 흐르는 물과 같고, 때로는 가운데 우뚝 서서 치우침이 없는 강인함을 보여주셨다”며 “사 전 조합장님이 수협인으로 살면서 녹녹할 리 없는 어업인들의 복지를 위해 일평생을 살아오신 모습들이 시를 통해 우리들 가슴 속에 고스란히 전해진다”고 말했다.
축사 순서에는 서울에서 참석한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이 축사를 했다. 황 위원장은 “고인으로부터 받은 배려, 도움은 막대했다”고 회고한 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데 뭔가 남긴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남겨진 우리는 고운 인연의 삶을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김임권 전 수협중앙회장(21세기수산희망포럼 회장)은 “친구가 무엇인가를 알게 해준 친구”라고 고인을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친구 때문에 장흥을 사랑하게 됐다”며 “바다를 끊임없이 주는 어머니에 비유했다. 바다를 희망, 도전의 시어로 승화시켜준 친구의 유고집 출간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는 사 전 조합장이 ‘기부’라는 시를 지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이끌었던 사례와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수협중앙회 창립 50주년 행사 일화를 소개했다. 정 상무는 “사 전 조합장님이 수협중앙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창작시 ‘바다여, 희망이여, 수협이여’라는 축시를 낭독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수협 조합장 중에도 시인이 있어요?’라고 당시 이종구 회장에게 물었다”며 “사 전조합장님은 힘들고 거친 일만 하는 줄 아는 수산인의 위상을 높이고 바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어 송영택 (주)베토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시를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전제한 뒤 “고인이 월간 <현대해양>에 연재한 시들을 모아 (주)베토에서 <현대해양> 창간 50주년을 맞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송 대표는 “유고시집을 내고 판매수익금을 기부하게 된 것은 고인이 생애동안 보여줬던 바다에 대한 관심과 사랑 덕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사 전 조합장의 작품을 낭독하고 감상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시 낭송 시간에는 전남시인협회 회원인 이순희·명호경 시인이 ‘어머니와 바다’, ‘그래도 바다는 푸르다’ 등 4편의 시를 낭송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판매수익금 (재)수협재단(구 어업인복지재단) 전달식이 열렸다. 이날 송영택 (주)베토는 초판 1쇄 판매수익금 300만원을 수협재단(이사장 임준택)에 기부했다. 송 대표는 “기부금이 사 전 조합장을 대신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어업인에게 귀중한 도움의 손길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