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왜 양식업에 몰두하나
北, 왜 양식업에 몰두하나
  • 정상원 기자
  • 승인 2019.12.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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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조업권 팔고 본격적으로 양식업에 집중?

[현대해양] 계속해서 급감하는 어획량으로 골머리를 앓던 북한이 본격적으로 양식기술에 눈을 돌렸다. 북한이 군 전투력과 동일시 해가면서 수산양식 개발을 강조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에게 수산업은 어떤 의미?

2011년 12월 조선중앙TV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 전날 “평양시민들에게 물고기를 공급하라”라는 유언을 남겼고, 이에 아버지의 유언을 따른 김정은 위원장은 동해에서 평양으로의 특별열차를 편성해 귀한 식량인 물고기를 공급했다는 것이 인민사랑에 대한 기록으로 남겨졌다고 전했다.

북한에게 생선은 식량과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자원이다. 지난 8월 24일 방영된 MBC 통일전망대에 출연한 조충희(탈북민, 농축산 관리사 출신)씨는 “생선을 구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300일 어로사업’을 펼치고 있다”라며, “365일 중 300일은 바다에 나가 사활을 걸고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은 어업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공식 집권 이후 신년사에서 수산물 생산량 증대를 강조해왔다. 2014년 신년사에서는 ‘과학적 방법으로 물고기잡이 전투를 전개할 것’, ‘바닷가 양식을 대대적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어업’과 ‘양식’을 언급했다.

그러나 올해의 신년사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물고기 잡이와 양어, 양식을 과학화하고 수산자원을 보호, 증식시켜 수산업 발전의 새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며 양식기술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북한의 낙후된 어선 (사진: 동해어업관리단)
북한의 낙후된 어선 <사진: 동해어업관리단>

 

담수어, 자라, 새우 등 다양한 어종 양식 중인 북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장영태) 월간동향 6월호의 2019년 5월의 노동신문 분석 결과, 해양수산 관련기사 중 양식과 관련된 보도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한동안 50% 이상을 차지했던 어로어업 관련 기사의 비중은 확연히 감소하고, 수산양식과 관련된 보도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것. 대부분의 기사는 전국 각지 양어장 개발 및 생산성과에 대한 홍보기사였지만 이러한 기사가 지난 10월까지도 보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 북한은 양식산업에 점차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홍성걸 전 KMI 남북협력팀장은 “남북의 양식에 대해 논하기 앞서 남한과 북한의 양식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한은 활어회를 즐기기 위한 소비자와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양식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생존을 위한 양식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양식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처음으로 양식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던 계기에 대해 엄선희 동해수산연구소장은 “북·중 양식어업 부문의 협력은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며 “당시 중국은 양식어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품종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 1959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북미주 산 무지개송어알 5만 개와 치어 6,000마리를 기증받고 중국은 북한에 양식기술을 전수하며 양국의 양식어업 협력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인주 KMI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1990년대에 중국과 맺었던 양식기술협력에서는 중국수산과학원이 북한 국가과학원과 수산과학분원 등을 방문하고 역으로 초청해가며 기술교류를 이어갔다. 당시 기술교류되던 품목으로는 다시마, 담수어, 해삼, 패류, 자라 등 다양했으며,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합작 양식투자를 이어갔다고 한다. 2000년대 합작 양식투자로는 해삼, 전복 등을 양식하는 ‘조선승리성룡합작회사’, 새우 양식을 하는 ‘흑도진수산총공사’ 등이 있으며, 2010년 초에는 해삼양식을 비롯해 냉동저장, 수산가공, 어망가공까지 투자유치한 조선해양경제개발유한공사가 있다.

윤 부연구위원은 양어를 위한 사료 또한 주로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다며 수산양식 사료첨가제를 생산하는 중국과의 협력 회사인 ‘은풍합영회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서양연어는 노르웨이를 통해 사료까지 직수입해서 양식을 진행 중이며, 그럼에도 양식을 위한 사료 생산량의 원활한 공급에는 어려움이 있어 상대적으로 사료 및 원가가 적게 드는 내수면 가두리양식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경제전문가 곽인옥 교수(숙명여대, ICT융합연구소)또한 지난 8월 방영된 MBC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의 양식기술이 향상되긴 했지만, 큰 물고기를 양식하는데에는 기술과 배합사료 시설에 한계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즉, 양식을 위한 충분한 전력과 사료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왜 양식으로 눈을 돌리게 됐나?

1990년 중반 북한은 최악의 식량난을 겪으며 ‘고난의 행군’을 겪게 된다.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와 전세계적 사회주의 체제 붕괴로 겪은 경제적 고립상황 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식량난으로 발생한 인민들의 영양부족 및 질병은 전염병까지 낳는다. 또한 어로장비의 낙후와, 에너지 부족 등으로 북한은 연근해 어업을 이어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지게 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82년 100만 톤에 달했던 북한의 잡는 어업량은 2017년 20만 8,000 톤으로 감소했다. 김영희 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박사, 탈북민)은 “어업을 위한 물질적 자본이 계속 감소하고 북한의 기름사정도 점차 악화되었기 때문에 배를 타고 어업을 하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졌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양식 및 양어사업은 식량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북한은 과거부터 성장발육에 필수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수산물을 강조했다”며 따라서 지금까지도 양어사업을 계속 진행하여 식량을 공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계속된 물질적 한계는 필수단백질원인 수산물 생산량의 급감, 그리고 결국 북한의 조업권의 판매로 이어지게 됐다. 2016년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3,000만 달러(한화 약 354억 원)를 받고 중국에 서해 조업권을 판매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에 북방한계선의 북쪽 해상 조업까지 판매했다고 전하며 조업권 판매대금이 820억 원에 달할 것이라 예상했다. 어업의 기술적 한계와 자본부족의 현실에 부딪혀 중국에 조업권을 판매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조선중앙TV는 ‘아무리 무진장한 수산자원도 보호증식하지 않고 너도나도 계속 잡아내기만 한다면 줄어들게 되고, 자어는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라고 보도하며 어자원 감소의 문제점에 대해 강력하게 언급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성걸 박사는 “패류양식과정에서 종패를 방류하며 양식을 하는 남한과는 달리 방류할 종패 자원이 없는 북한의 여건 상 어자원은 계속해서 고갈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계속된 어자원의 고갈 때문일까.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달 4일 함경북도 간부소식통은 당이 수산자원보호원칙을 정하고 양식장 건설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앙의 지시에 따라 기관, 기업소, 주민들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새로 제정한 수산법과 관련한 강연회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른바 수산자원조성원칙, 수산물생산가공원칙, 수산자원보호원칙이란 것을 정해 놓고 양어장과 양식장의 대대적 건설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한정된 수산자원에 머무를 게 아니라 양어장과 양식장 등을 지속적으로 건설해 수산자원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각 기관, 기업소들에서 양어장과 양식장 건설계획을 수립하도록 강요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어민들의 어로활동을 사실상 제한시키고 중국으로의 조업권의 판매와 양식산업을 통해 통치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어선과의 경쟁에 결국 어민만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신창 양어장 현지지도 <사진: 조선중앙통신>

결국 보여주기식 양식?

2010년 12월, 노동신문에는 ‘철갑상어는 바다로, 조선을 세계로’라는 글이 크게 실리며 북한이 철갑상어 양식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렇게 양식 된 철갑상어는 3차 남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만찬과 남한예술단으로 북한을 방문한 국내 예술인들에게 활어로 제공되기도 했었다. 고위급 간부와 평양의 부유층들에게 회요리로 제공되는 철갑상어는 북한 양식업의 발달과 냉동설비 유통망 발달 또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했다. 그간 설비 부족으로 바닷가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이상 수산물을 접하기 어려웠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현저한 발전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지난해 북한은 평양의 신흥명물로 꼽히는 대동강수산물식당을 완공했다. 1층은 철갑상어와 연어가 있는 대형 수조를, 2층에는 수산물과 식재료를 판매하는 마트와 1,500석의 식당규모까지 갖추며 수산업의 발전을 당당하게 뽐내게 됐다.

고부가가치 어종의 양식개발에 대해 윤인주 KMI 부연구위원은 “연어와 철갑상어의 경우 전체 양식 생산량 중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전시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FAO에 따르면 북한의 전체 양식 생산량 230만 6,000톤 중 연어가 포함되는 회유성어류의 양식량은 50톤, 철갑상어가 포함되는 해수어의 양식량은 95톤으로 나타났다.

한편, FAO 지난 10월 발표한 ‘식량안보와 농업에 관한 조기 경보’ 4분기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월 한반도를 강타한 제13호 태풍 ‘링링’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발병의 악재가 겹쳐 고(高)위기 9개 중 하나로 포함시킨 것. 또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제 식량정책 연구기관(IFRI)는 북한 주민 10명 중 5명이 영양실조 상태라고 추정했다. 이는 양식기술의 발전에도 식량난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수자원 고갈과 조업권판매에 대한 최선책으로 내놓은 북한의 양식산업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희소식으로 다가갈 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북한은 수산물 양식에 ‘집중’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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