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에 따른 피해자 보호대책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에 따른 피해자 보호대책
  • 김인현 고려대 교수(수산해양레저법정책연구회 회장)
  • 승인 2019.11.28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수산해양레저법정책연구회 회장)
▲김인현 고려대 교수(수산해양레저법정책연구회 회장)

[현대해양] 어릴적 나의 고향 경북 동해안 축산항에서 오징어는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했다. 선주는 선주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오징어로 수입을 올렸다. 특히, 주민들은 9월에 100만원을 투자해 오징어 건조작업을 하면 3월에는 300만원 정도 벌 수 있었다. 큰 몫돈이 없는 어촌주민들에게 오징어는 보배같은 존재였다. 

 

금징어 원인은 중국어선 불법조업

최근 역대급 오징어 흉년으로 동해안 어민들은 울상이다. 지금과 같이 오징어가 금징어가 된 이유는 높아진 수온이 첫 번째, 2004년부터 시작된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가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1,000여척이 넘는 중국어선들이 북한수역에서 쌍끌이 방식으로 오징어를 포획하니 회유성 어족인 오징어가 우리 동해로 남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오징어 작업이 끝날 철인데 흉작이 극심해 어민들의 생계에도 지장을 미치고 있어 지난 22일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어민들은 합심해서 대응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동해안에 오징어가 나지 않자, 그간 어민들은 대화퇴와 러시아수역으로 조업하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근해오징어잡이선박 선주들은 러시아 정부와 접촉하여 러시아 수역에서 오징어 조업이 가능하도록 총 6억원(2019년 기준)에 해당하는 입어료를 주고 어업권을 매입했다. 우리 어민들은 현재 5,000톤의 오징어를 잡을 수 있지만, 대화퇴에서 조차 대규모의 중국어선들이 비집고 들어와 우리나라 어선들이 밀려나고 있다. 올해 러시아수역으로 오징어잡이어선 70여척이 출어했지만 쿼터의 10%인 488톤 정도만 채웠을 정도로 생산량이 저조했다.

유엔해양법상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연안국은 생물자원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다(제56조 제1항). 북한과의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북한수역 입어권을 사서 조업할 수 없고, 이에 북한은 중국에 조업권을 매각하는 바, 사실상 유엔안보리 결의안(제2397호 제6호)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생존기로 어민들에게 공적자금 투입해야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어업인들이 떠앉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이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의 즉 2003년 상태로 되돌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일텐데 상실된 어장을 대체할 만한 어장이 어업인들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추진중인 러시아수역 입어가 좋은 예이다. 하지만 플랜B없이 오직 먼 해역까지 가야하는 우리 어민들을 위한 국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축산항 '수정호'의 경우에 2개월 반동안 러시아 캄챠카 수역에서 오징어 조업에 나서, 8,000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총 비용은 1억 6,000만원(입어료 2,000만원, 유류비 7,000만원, 부식 1,600만원, 선원비 4,000만원)이 지출돼 8,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북한어선 불법조업과 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어민들은 우리 수역에서 조업했을 것이고 이런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에 출어하는 어선 각 한 척당 적게는 1억원, 많게는 2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소요되는 바 이는 공적자금의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러시아에 출어하는 약 100척의 어선에 대한 경비지원으로 최대 약 200억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아울러, 오징어 씨가 마름으로써 피해를 입은 동해안 주민, 수협, 중매인, 소비자의 위치도 2003년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놓아야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수역에서 잡은 오징어를 싣고 가는 중국어선들의 오징어를 우리지역에서 매각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유의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오징어가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양도 점차 많아지는 가운데 수입 오징어의 상당수가 북한수역에서 어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어선은 동해와 남해를 돌아서 중국에 입항한 후 이를 우리나라에 다시 수출하고 있는 실정인데, 바로 우리나라에 오징어를 인도하면 제반 비용이 상당히 절감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위판되는 오징어가 많아지면 오징어 건조를 하는 주민들, 위판수수료를 벌게 되는 수협 또한, 유통하는 중도매인들 모두 만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징어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어업인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으므로 하락하는 가격에 대하여는 국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마른 오징어의 선호도가 떨어져 건조수요조차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수협 등 유관기관에서는 오징어를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올리는 방안 개발에 지속 경주해 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이러한 수입을 통하여 1마리당 1만원 이상으로 형성된 오징어가격을 떨어뜨리면 소비자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유엔결의안 위반의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강력한 태도 보여달라

한편, 중국어선 집어등은 우리 어선보다 7배정도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논란이다. 오징어를 부나방처럼 달려들게 조장해 어족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어선의 쌍끌이조업방식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지속가능한 오징어 잡이를 위하여는 채낚기가 이상적인 것이 자명하다. 이는 국제적인 문제이기에 근해 오징어잡이와 연관된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가 공동으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다자간협약을 체결해서 조업방식과 집어등 불밝기 등을 통일화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제회의가 소집돼 국제공조를 이뤄야하므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오징어는 회유성 어족이기 때문에 북한의 조업권의 제3국에 대한 매각은 인접국가인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 인접국과 상의하도록 되어 있다(유엔해양법 제63조, 64조). 우리 정부는 이점을 북한에 강하게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이 매각 규모를 축소시킨다든지 자체 휴어기를 설정하여 오징어가 남하할 여지를 남겨주어야 한다. 그리고 불법조업도 단속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한다.

북한수역에 입어하는 중국어선이 우리나라 수역을 지나면서 우리 수역에서 허가없이 불법조업을 하는 경우 우리나라 해경이 단속, 처벌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 영해내에서 어로작업없이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통과하는 무해통항(제17조), EEZ 및 공해에서는 항해의 자유의 원칙(제87조)에 따라 우리 해경이 개입할 권한이 사실상 없다. 만에 하나 허가가 없거나 입어권이 없음에도 출어하여 북한수역에서 수산자원을 싹쓸이하는 경우에 관할권을 가진 중국 해경이 반드시 단속해야 한다.(제92조) 우리 정부가 강하게 중국 정부에 항의할 사항이다.

아울러, 동해안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너무 많아서 어족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감척이 이루어져야한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척시 선박과 면허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책정돼야할 것이다.

어민들을 절벽으로 내모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행태를 정부, 어민단체,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실질적으로 대항해 나가길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