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멸망(滅亡)과 한국의 여름이야기
로마의 멸망(滅亡)과 한국의 여름이야기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3.09.12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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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올여름 더위는 정말 유난했습니다. 폭염(暴炎)에 전기사정 마저 문제가 겹쳐 체감 더위는 더 심했습니다. 아직 여름이 지난 것은 아니므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직 안심하기에 이릅니다.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워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도 확실히 아열대 기후에 편입된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만 있었던 야자나무가 남해안에 상륙한지 오래 되었고 귤나무도 옮겨 심어 잘 자라고 있으며, 특히 일부 지방에서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가능했던 벼농사 이모작(二毛作)에 성공하였습니다. 기후 변화는 이렇게 자연환경은 물론 우리 생활마저 바꿔 버립니다. 때론 약간 때로는 엄청나게.

고대 로마의 멸망이 기후변화가 그 근본원인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역사상 대표적인 인구이동인 게르만족의 이동, 이로 인하여 결국 로마가 멸망하였습니다. 게르만족은 유럽의 북쪽 발트 해 근처에 살고 있는 유목민이었습니다. 기원후 3C경 게르만의 일부인 서고트와 동고트족이 흉노족의 일파인 훈족의 공격을 받아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게르만족의 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4C경이 되자 이들의 이동은 더욱 진행되어 로마의 영역에 들어가 소작(小作)을 하거나 용병(傭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훈족은 왜 이동하면서 게르만족을 공격하고 급기야 세계사를 변하게 만들었을까요.

인구의 이동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인구의 증가, 전쟁 및 수도의 이동 등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는 장기적이고 대폭적인 이동을 초래합니다. 지난 20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이렇습니다(자료: 기후를 통해 본 중국의 흥망사). 2세기경에는 현재보다 추웠고, 5세기경부터 상승하여 6세기경에는 현재와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7세기경엔 지금보다 한참 높았고 이후 서서히 하락하다가 11세기경에 급격히 추워졌습니다. 11세기부터 18세기경까지는 현재보다 기온이 낮았습니다.

게르만 유목민과 중국의 북방 유목민들이 본격적으로 남하한 것은 4세기경이었습니다. 이 시기는 지금보다 기온이 1.7도가량 낮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3세기에서 6세기 사이에 기후가 한랭했습니다. 이 무렵 중국 화북지방에서는 5호 16국 시대가 열렸습니다. 위, 촉, 오의 삼국 쟁투 결과 조조의 위나라는 사마중달 후손의 진(晉)나라에 의해 통일이 되었지만 기후 변화로 남하한 선비, 흉노 등의 북방민족에 밀려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5개의 북방 유목민들은 화북을 점령하고 16개 국가가 난립(亂立)하였습니다. 위도가 높은 곳에 사는 유목민들이 기후 변동에 더 민감한 것은 불문가지, 무엇보다 목초(牧草)가 추위에 살지 못하니 초지(草地)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기후 변화가 중국의 왕조사를 크게 바꾼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한반도 주변의 상황도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이 시기 고구려는 남하정책을 펼쳤고, 고조선 자리에 설치되어 있던 낙랑과 대방을 멸망시켰습니다. 313년에 낙랑을 313년에, 314년에는 대방군을 정복하고 영토로 삼았습니다.

또 고구려는 427년 장수왕 시절에 평양으로 수도를 옮깁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피해 만주벌판의 국내성을 떠나 남쪽으로 올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고구려는 평양천도 이후 남쪽 평야지대에 관심을 가져 한강유역에 진출합니다. 475년 고구려의 장수왕은 백제의 한성을 함락시키고 한강유역의 평야지대를 차지한 것입니다. 그 결과 백제는 한성에서 웅진(공주)으로 도읍을 옮기게 되는데 웅진이 방어에 유리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고구려의 평양천도는 남쪽에 인접해 있던 백제, 신라에게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백제는 웅진으로 수도를 옮겨 국력을 다소 회복하게 되었고, 이후 평야지대인 사비(부여)로 다시 천도(遷都)를 하게 됩니다. 이어 백제와 신라는 동맹을 맺어 고구려에 대항하게 되면서 삼국의 대립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유럽과 아시아에서 인구이동을 불러왔고 인구이동은 세계 역사의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기후변화는 그 동안 인류에게 더위보다 추위가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위로 인한 목초지와 농경지 축소가 경제적 이해를 크게 다투게 했을 테니까요. 문명이 발달한 현대에 기후변화는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요. 더위와 추위, 무엇이 더 생활에 영향을 미칠까요. 예전처럼 인구의 이동이 일어날까요?

기후 변화의 요소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대표적인 조짐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요소들이 일시에 터져 나오는 경우 급격한 기온변화와 함께 우리는 엄청난 자연재해에 직면하게 되겠지요. 그 결과 인류는 어떤 역사적 경험을 하게 될까요. 어떤 세계사적 변화가 준비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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