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 '컨테이너박스 리스지원'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
해양진흥공사 '컨테이너박스 리스지원'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1.15 0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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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재건 취지와 궤를 같이 해야
부산항 북항 컨테이너부두(사진 BPA)
부산항 북항 컨테이너부두(사진 BPA)

[현대해양]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컨테이너박스(컨박스) 금융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시작부터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양상이다.

 

공사 컨박스 지원 시동

내년 상반기부터 국적 원양선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대거 인도되는 등 해운재건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가운데 실질적으로 화물을 실을 컨박스 금융지원에도 정부가 팔을 걷어 부쳤다.

해양진흥공사가 해양수산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자료에 근거해 추정한 2022년(해운재건 5년째 되는 해) 컨박스 수요량은 290만TEU(원양 195만TEU, 연근해 95만TEU)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컨박스 수량이 140만TEU(원양 80만TEU, 연근해 60만TEU)인 것을 감안할때 앞으로 150만TEU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해양진흥공사는 살얼음판을 걸으며 경영을 이어가는 국적선사들의 사정을 감안한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해 업계의 시름을 덜겠다는 입장이다. 일반 선박금융의 경우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금융자금을 조달 후 선사는 10% 정도의 자기자본으로도 고가의 선박건조가 가능하다. 이와 같이 컨박스 금융에도 SPC를 세우고 선순위(Senior Lender, 30~40%), 중순위(Mezzanine Lender, 30~50%)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선사들은 후순위 10~30% 자기자본으로도 컨박스를 조달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통상적으로 컨박스는 리징컴퍼니(임대사, Leasing Company)를 통한 운영리스, 직접 구매하는 금융리스를 활용해 확보되는데 해양진흥공사는 두가지를 모두 활용하여 선사별로 적합한 금융방식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선주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COA(Container Owners Association, 컨테이너 소유자 협회) 한국총회에서 김정균 한국해양진흥공사 정책지원사업부 팀장은 “선사의 신용도가 좋다면 금융리스로, 열악하다면 운용리스 방식으로 선순위투자자의 재량에 따라 리스방식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앞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컨박스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취합한 내용을 토대로 리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양진흥공사의 컨박스 금융구조 구상도
해양진흥공사의 컨박스 금융지원 구조도

 

세상에 없던 방식 불안감 고조

해양진흥공사의 리스지원에 그야말로 뜨거운 관심이 쏠린 만큼 업계의 실망 섞인 반응 또한 크다. 전병진 COA 한국대표는 “컨박스 리스분야에서 이와 같은 복잡한 금융구조를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Triton, Textainer, CAI 등 글로벌 리징컴퍼니들은 직접적으로 리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비해 해양진흥공사가 구상하는 이와 같은 금융 구조는 복잡한 만큼 요율도 높아질 소지가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해양진흥공사는 우리 선사들의 열악한 컨박스 리스 시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담보를 요구하는 경향이 큰 상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컨박스에 대한 담보가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담보가치가 없으면 컨박스를 발주하는 선사의 신뢰도라도 높아야 금융이 이뤄질텐데 신뢰도가 낮은 대부분의 국적선사들이 컨박스 금융지원에서 밀려날 우려가 파다한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김정균 팀장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선사들에 대한 신용도가 좋지 않은 실정이다. 선박금융은 고사하고 금융기관들이 컨박스에 대한 금융을 선듯 추진하지 않는다”며, “국내 금융사들을 우선적으로 선순위 저당권자를 모집하려고 했지만 진전되지 못하고 결국 국내 해외 금융사 선순위권자로 유치했다”고 언급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사태 이후 컨박스 회수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을 목격한 금융사들은 컨박스 대출을 더욱 기피하는 실정에서 해양진흥공사가 지속 경주하여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도 컨박스금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현재까지는 선순위 투자자에 해외금융사만 컨박스 리스에 참여한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는 컨박스 금융 시행초기단계부터 해외금융사의 입김이 세지다보면 글로벌 리징컴퍼니의 판단에 계속적으로 휘둘릴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의 리징컴퍼니 경쟁력 제고를 애초에 외면하는 꼴이라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에서 일부분 보증을 해준다면 국내 금융사도 충분히 경쟁력있는 금융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보증이 부족하다면 해양진흥공사가 주도로 국내 보증사들을 참여하는 보증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해양진흥공사의 화력을 아쉬워했다.

COA 한국총회 장면
COA 한국총회 장면

한편, 이와 같이 해외금융사들의 입김이 커진데다 컨박스 관리를 주관할 관리사(Box Manager)도 해외운영사가 가져갈 판이어서 해양진흥공사는 업계의 핀잔을 피하기 더욱 어려워 보인다.

해양진흥공사는 관리사를 글로벌 리징컴퍼니로 배정하는데 대해서도 선순위 저당권자인 해외금융사들의 요구이기 때문에 별다른 묘책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정균 팀장은 “공사가 컨박스 관리, 처리, 리스크 대응 등을 전담할 조직이 없어 SPC에 전담조직을 선임하게 됐고, 그간 한국은 컨박스 리스의 불모지로서 세계가 인정하는 리징컴퍼니가 없었기 때문에 선순위권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해외 리징컴퍼니를 배정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는 리징컴퍼니에 대해 0.1% 요율을 부여하기 때문에 시장경쟁력을 상실할 만큼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도 아닌 이익 극대화가 목적인 글로벌 리징컴퍼니가 한국해운업계의 사정을 반영해 컨박스 제조에서부터 저렴하게 구매하고 팔때는 비싸게 파는 적극적인 태도나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의지를 갖추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국내 실정에 맞게 판을 짜야

저렴한 비용으로 국적선사들의 컨박스확보를 지원하자는 취지가 높은 요율이 예상되면서 오히려 시장보다 낮은 경쟁력을 갖게 돼 실효성 없는 지원책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리징컴퍼니 BECON의 방병석 한국지사장은 “사실상 시장에서 현대상선을 제외한 국적선사 특히, 중견선사들이 매년 필요로 하는 4~5만TEU의 컨박스 금융은 전혀 문제가 없다. 이와 같은 복잡한 메카니즘으로는 오히려 시장보다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신조 초대형컨테이너선박을 인도받는 현대상선이 컨박스만 수십만TEU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이와 같은 금융 메커니즘은 신용 문제로 금융해결이 어려운 현대상선 실정 때문에 나온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컨박스 금융이 절실한 현대상선 지원전략을 별도로 마련하고 보편적인 한국형 리징컴퍼니 구축을 달리하는 투트렉 전략을 펼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정균 팀장은 “시장의 실패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목적에서 공사가 개입하는 것이다. 반드시 이 금융지원제도를 이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 제도가 유리하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시장이 유리하면 시장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며, “처음 시도하는 지원책이다보니 수정,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계속적인 조언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국적선사들이 진정 반색할 만한 컨박스 금융지원책이 나올 수 있을지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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