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18
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18
  • 향파 이주홍
  • 승인 2019.11.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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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일상에 부대끼는 인간상

[현대해양] 향파는 1906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작고하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해방전후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6.25 이전에 부산으로 옮겨와 1949년부터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학)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본격적으로 부산문학의 터를 닦는 작업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의 문학활동은 초기에는 아동문학에 기울어지는 듯 했지만, 1956년 첫 단편집 『조춘』을 펴냄으로써 본격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어 『해변』(1971), 『풍마』(1973), 『어머니』(1979), 『아버지』(1982), 『깃발이 가는 곳을 향하여』(1984) 등을 펴냈다.

향파의 초창기 소설은 그의 첫 소설집 『조춘』에서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일상적 삶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집단의 삶이나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작품보다는 개인사나 가족사적 삶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개인사나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모두 그 자체를 일상성을 다루는 작품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향파의 초창기 작품에는 역사성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개인사나 가족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 작품 중 한 편이 『완구상』(1937)이다.

이 작품은 젊은 부부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장난감 장사를 시작했다가 그 일이 잘 운영되지 않아 장사를 포기하고 또 다른 곳으로 떠나는 내용이다. 사실 이들의 장난감 장사는 처음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 그의 성격으로 보아 장사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운동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 이상론자였기 때문이다.

- 무엇을 할까.

그러나 눈 앞엔 역시 자기의 힘으로서는 어찌할 도리도 없는 가시밭길이 가로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 어찌해볼꼬? 하여간에 덤벼보자

치밀한 계획도 없이 그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따지고 보면 이런 무계획성의 저돌은 자포자기의 성질과도 유사한 것이었지만, 하여간 그가 처음으로 시작해본 것이 곧 이 지금의 장난감 장사였던 것이다.

이렇게 무계획으로 시작한 장난감 장사가 신통할 수 없었던 것은 자본의 영세성에도 있었지만, 그는 장사를 장사로 인식하지 않고, 어린애들을 상대하는 이 생활을 예술생활의 실천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 어린이를 상대하는 장난감 장사가 성공하려면, 그 상품을 사러 오는 대상을 수요자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인공의 생각은 그렇지 못했다. 그에게는 그의 상점을 찾아오는 어린애들이 상품을 사러오는 단순한 수요자를 넘어 서 있었다.

그와 어린애들과의 교섭은 곧 예술생활의 실천이었다. 장사와 예술 이 두 가지가 병행하는 생활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어린애들은 경제적 관련을 갖는 고객 이상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남편의 생활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자가 그의 부인이다. 그녀는 남편보다는 생활의 현실감을 직접적으로 감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부인의 입장은 장사의 수입을 통해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직접적인 당사자이기에 남편과는 현실적 인식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쪼달리는 가정 형편 때문에 그도 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독한 마음을 먹고 철저한 생활인이 되어보려고 몸부림치지만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그래서 도매상과의 거래가 끊어지고 주인집의 전세는 현재 상품의 재고량을 훨씬 넘어서서 빚은 늘어만 가는 상황이다. 결국 이 두 부부는 완구상을 정리하고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그 당시의 소자본에 의해 힘들게 살아가야 했던 서민들의 생활상을 읽어낼 수 있다. 여기서 그라는 한 인물을 통해 한 가정의 삶을 제대로 주체해 나가지 못하고 현실적 삶에 패배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즉 주어진 삶의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세계와의 갈등을 넘어서는 인물이라기보다는 그 환경에 지배당하는 비극적 인간상을 보게 된다.

이러한 인물상은 『조춘』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짐노인은 짐장군, 반미치기 등의 별칭을 가지고 남의 집 머슴살이로 평생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힘들게 얻었던 부인도 아들도 다 떠나보내고 동네사람들의 노리개감이 되어 홀홀단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이러한 삶 속에서도 아버지를 배신하고 떠난 아들을 찾아 현실을 극복해보려는 삶보다는 그 현실의 삶을 저항없이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도 “자식도 갖고 싶고 살림도 자존심도 갖고 싶지만” 이를 소유하기 위해 악착같이 몸부림치는 갈등상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타인들의 삶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자신이 스스로 짊어지고 가는 삶을 모습을 보인다.

이런 짐노인이기에 그의 삶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성공적인 삶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이 점에서 『완구상』에서의 그와 『조춘』의 짐노인은 서로 상통하는 인물상이 되고 있다. 즉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완구상』에서의 그와 가정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삶의 모습을 보인 『조춘』에서의 짐노인상은 일상적 삶도 제대로 꾸려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이다.

향파 선생은 이렇게 일상적 삶에 부대끼는 자들을 소설의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삶의 환경으로부터 소외되어 힘들게 살아가는 불우한 인간상을 부각시킴으로써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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