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한국자율관리연합회 회장, “자율관리어업 제2의 중흥기 이뤄낼 것”
이기진 한국자율관리연합회 회장, “자율관리어업 제2의 중흥기 이뤄낼 것”
  • 송영택 발행인
  • 승인 2019.11.0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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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정, 예산확대, 자원관리채취선 도입에 최선

[현대해양] 우리나라에 자율관리어업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가 18년이 지났다. 2001년 63개로 시작한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는 2018년 말 현재 1,108개로 늘어났다. 참여 어업인 회원만도 6만4,000명에 이르며 어촌의 새로운 주체로 떠올랐다.

한 때 해양수산부 수산분야 최대 성과로 인정받은 바다판 새마을운동인 자율관리어업. 일부에서 돈 따먹기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관리가 부실하다는 질타도 받았다. 또 내부갈등의 홍역도 치뤘다. 그러나 어업인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 바다와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자율관리어업의 이념은 버릴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지난 4월 제8대 회장으로 당선되어 자율관리어업 제2의 중흥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기진 회장을 만나보았다.

 

회장 취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저의 본 직업은 어업인입니다. 통영 욕지도에서 소형어선으로 어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율관리어업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활동이 필요할 때는 육지에 나와 해양수산부나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국회 등 여러 관계요로로 뛰어다니며 자율관리어업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매달 15일 정도는 육지에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지난달 29일 통영에서 개최된 ‘제9회 경상남도 자율관리어업 한마음 대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회장을 맡게 된 경위가 어떻게 됩니까?

-2015년 경남연합회장직을 맡고 있을 때였습니다. 모대학 교수가 신문에 칼럼을 써 자율관리어업제도 문제점을 지적하여 사회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냥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회장단들과 해수부 등 관계 기관으로 뛰어다녔지만 결국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지원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말았습니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격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실행과정에서는 문제점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를 슬기롭게 잘 정비해 나가야 더욱 크게 발전하는 것인데 예산부터 깎아 버렸으니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이를 계기로 자율관리어업제도를 보호할 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후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여러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법제정의 필요성을 설득하였습니다. 마침내 2017년 2월 13일 ‘자율관리어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당시 이군현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제가 회장단으로 지속적으로 관여를 했기 때문에 8대 회장으로 마무리를 짓고자 나서게 되었습니다.

경남 자율관리어업 한마음대회
회장 이·취임식에서 김호연 전 회장과 함께 한 이기진 회장

법 제정이 어디까지 가 있나요?

현재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검토 중에 있으며 이후 소위원회를 거쳐 올해 내에 법제사법위원회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양수산부에서도 적극 찬성하고 있으며 입법조사처 전문위원도 용어 몇 몇 정도만 수정을 지적하고 있어 법 자체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저희 자율관리어업연합회는 법 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예산이 예전보다는 많이 삭감되었는데...

예 맞습니다. 예전에는 정부지원 예산이 100억 대까지 갔는데 지금은 60억 원 대 수준입니다. 정부 지원예산이 줄어들면서 공동체 활동도 힘이 많이 빠진 상태인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2015년 이전 규모의 예산 확보와 공동체 의식고취 등 자율관리어업의 제2의 중흥기를 도모해야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업인 스스로가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바다와 수산자원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보여집니다.

저는 그동안 일련의 과정이 자율관리어업제도가 정착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문제점들을 하나 하나 찬찬히 개선해 나가려고 합니다. 어업인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모아지면 예산도 저절로 늘어나리라 믿고 있습니다. 연합회 차원에서 예산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경남 자율관리어업 한마음대회
경남 자율관리어업 한마음대회

 

자원관리채취선이 필요하다는 말이 많은데...

지난 20년간 자율관리어업사업은 수산자원의 관리와 증식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자원을 이용한 수익모델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2017년 9월 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 마을어장 내 조성된 수산자원을 스킨스쿠버로 채취하는 시범조업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만 채취기간 부족과 다이버들의 경험부족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연합회의 입장은 다이버를 이용한 자윈 채취보다는 자원관리채취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관리 중인 마을어장 내(수심 100m 이내)에서 운영할 수 있는 자원관리채취선 허가를 해수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법제처에서도 법 개정 없이 해수부 훈령으로도 가능하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속히 시행되었으면 합니다.

대부분의 공동체에서는 매년 6,000만원~1억 원 정도를 자원조성사업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 중 10%는 공동체 자부담입니다. 매년 이렇게 투자되다보니 공동체 입장에서는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동체의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수산자원의 직접 채취가 필요합니다.

 

공동체 부실화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최근 부실한 200개 공동체를 정리하였습니다. 그래도 부실 운영이 우려되는 곳이 꽤 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동안 일부 공동체에서 예산을 받기 위한 사업으로 자율관리어업사업에 뛰어들다보니 예산이 중단되자 부실 운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지요. 또 너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장애물을 만나 좌초한 경우도 있고 내부분열도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바다를 지킨다는 자율관리공동체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원금은 더불어 오는 것이지요. 저희 연합회도 공동체 부실화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습니다.

 

연합회 운영 내실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현재 연합회는 일부 행사 진행비 등은 정부보조를 받지만 운영은 순수 회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규모화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제정 중인 법에 지역센터(또는 거점센터)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많은 사업을 주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도 자체 수익 사업이 필요합니다. 자율관리 공동체내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즘은 지원사업을 추진하려면 자부담이 있어야 하는데 자부담을 확보하고 있는 공동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타 수산조직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지구별 수협은 어촌지역의 중심조직입니다. 그래서 자율관리어업공동체 평가 시에도 15점의 평가점수를 가지고 있지요. 일선 공동체와 지역 수협과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율관리어업 제도의 성공에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한국수산회는 그동안 자율관리어업 평가관리, 컨설팅 지원 등 관리기구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습니다. 자율관리어업 취지에 맞게 평가관리도 연합회에서 스스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까지는 저희가 그런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한국수산회에서 많은 지도와 지원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의식 개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무엇보다 어업인간 상호존중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저도 어업인 교육을 할 때가 있는데 그 때 성경 마테복음 7장 12절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구절을 인용합니다. 어업인들이 역지사지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공동체 내 갈등을 많이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또 공동체의 자율성 회복이 시급합니다.

자율관리어업이라는 자체가 어업인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고 바다와 자원을 관리하는 것이지 사업비를 받아내기 위해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번 법 제정 시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공동체 어업인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도 강화해야 합니다. 연합회 차원에서도 공동체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전국 대회 준비는 잘 되어가십니까?

2020년 자율관리어업전국대회는 6월에 경남 창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전국에서 5,000여명의 어업인 회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업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힘을 과시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방송·언론 등과도 협력하고 있으며 자율관리어업사업을 지원해 줄 유력인사를 불러올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또 예년과 다르게 학술대회도 개최하며 명실상부한 수산인 최대 행사가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율관리어업은 기존 정부주도의 어업관리에서 벗어나 어업인 스스로 자원과 어장을 관리해 지속가능한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어업인 의식개혁과 새어촌 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에 따라 도입된 제도입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렇다고 멈추어서는 안되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이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는데 기초를 닦을 수 있다면 제 인생에 큰 보람이 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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