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의 파수꾼, 국제옵서버
해양생태계의 파수꾼, 국제옵서버
  • 하동현 작가
  • 승인 2019.11.05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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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사랑하는 젊은이가 도전할만한 직업

[현대해양] 관광객을 태운 여객선이 아닌 다음에야 배, 바다에 올라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고유 업무를 가진 전문가(Specialist)들이다. 예를 들어 냉동운반선 감독관은, 국적이 다른 어선들로부터 어획물을 넘겨받을 때의 언어소통과, 목적지 별 하역 플랜에 따른 적재 계획을 수립하고, 안전한 보관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경제적 항해까지를 관할하는 특이한 직군이다. 본선 선장을 포함한 승무원(Crew)이 아닌 탑승객(Passenger) 신분의 감독관.

이 같이 범위를 배와 바다에만 국한하더라도 여럿 특수한 직군들이 있다. 현재 몇 선후배들이 현직으로 활약하고 있는 ‘국제옵서버(Obsever)’, 이 생소한 직군에 대해 그 기능과 역할, 현황을 정리해본다. 바다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스페셜 잡(Special job)’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음을 밝혀둔다.

 

제도의 필요성

1994년 UN해양법 발효에 근거하여, 공해를 관리하는 국제지역수산기구들은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유지와 이용을 위해 매년 자원 조사를 시행하여 어획량을 산정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별 보존조치 이행결과와 조업실적, 과학적 기여도 등을 고려해 회원국에 어획배당량(쿼터)을 할당한다. 동 기구들을 통한 국제협력이 제도화되고, 그에 필요한 조치로 자원관리를 위한 규제조치준수여부 및 필요한 생물학적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국제옵서버의 승선을 의무화했다.

각 원양어업국의 자료를 취합해야하는 대상어종의 연구를 위해서는, 선박자체 선원들을 통한 자료수집에는 객관성이 결여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2002년부터 한국에서도 공동해양자원관리를 위한 국제옵서버를 자발적으로 양성해 원양어선에 승선시키는 시스템을 운영하게 된다.

고도로 훈련된 국제옵서버를 통한 자료를 취합해 공동분석, 평가를 거쳐 해역별, 대상어종별 어획쿼터를 산정하고, 자원보호를 위한 금어기, 금어구역 설정 등에 기초자료로 이용하게 되므로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원양어업을 위해서도 중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제 3국인 옵서버 승선시의 거부감이나 예민한 의사소통과 선내생활의 불편을 방지해 보다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조사를 위한다는 의미도 있다.

국제옵서버가 기록한 원양어선원들의 어로 모습

임무와 역할

관련법령으로는 원양산업발전법 시행령 제19조(권한의 위임), 원양산업발전법 제21조(해외수산자원조사 및 연구의 촉진)에 근거하고, 시행령 일부 개정으로, 국제옵서버의 과학적 조사 부분은 국립수산과학원, 그외 운영에 대한 업무는 한국수산자원공단이 관할한다.

국제옵서버는 원양어선에 승선하여, 조업실태, 어획정보와 통계, 해양수산관련 생물학적 자료 및 보호어종 관찰, 수산자원 조사를 위한 시료를 수집하고, 국제수산기구의 관할수역 및 공해에서 자원관리를 위한 보존조치와 국제법상의 규제 준수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응모자격으로는, 만 21세 이상의 국민으로, 2년제 대학 이상의 수산 및 관련학문 전공자, 수산계 고등학교 졸업자로 수산관련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 또는 1년 이상 어업활동 종사자가 지원가능하며, 영어 의사소통 능력과 선박승선에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

자격증 취득 후 프리랜서(자유계약자) 형태로 승선한다. 1회 승선기간은 어장상황에 따라 3~5개월이다. 연 2회 정도의 승선이 가능한 것이다. 원양어선의 조업 특성상 낮밤 구분이 없는 근로조건이지만, 트롤선의 그물 투망, 양망과 예망 시간, 참치선의 투승, 양승에 소요되는 시간과 기상을 감안한다면 상황에 따라 1일 근로시간은 5~12시간 정도로 볼 수 있고, 승선 시부터 하선 때까지 미화 210달러의 임금체계다. 처우개선과 국제적인 지위향상을 위한 움직임도 있으며 상세한 세부 모집요강에 대한 문의처는 한국수산자원공단 TAC관리팀이다.

 

운영현황

2019년 9월 18일자 해수부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48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수산기구의 계획조치에 따라 우리 조업선에 일정 일수만큼 의무 승선해 과학조사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8명을 선발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7명 이상을 선발할 예정으로, 현재 하반기 선발과 교육과정이 진행 중에 있다.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교육대상자를 선정해 통지한 후, 2주간의 양성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최종 역량평가를 실시해 선발한다.

최근 주요 국제수산기구들의 옵서버 의무승선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원양산업 발전을 위해 국제옵서버를 적극 육성할 계획이며, 향후 2019년까지 최소 64명, 2022년까지 110명의 옵서버 인력이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수부의 국제옵서버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에는 우리 원양어선의 조업활동을 지원하고, 해양수산 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한국원양산업협회도 최근 국제옵서버 승선 시 해당 선박에서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선장 및 선원들과의 상호 권리보호 및 의무사항을 교육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설명 자료를 4개 언어(한국어, 영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로 작성해 관계기관과 선사, 선박들에 배부했다.

잘 알려진 해양문학가 이윤길 선장과, 시인이자 철학자인 최희철도 베테랑 국제옵서버로 활약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반년 정도 해당선박에 올랐다 귀국해 국내에 머무를 때면, 각종 매체를 통해 바다와 해양생태계의 신비를 알리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하늘아래 ‘유일무이’한, 육지에서는 접근하기조차 힘든 진귀한 자료를 담은 사진들과, 바다의 심연을 풀어내고 있다.

최희철은 북태평양 명태 잡이 트롤어선의 경험을 회고해 수년 전 ‘북양어장 가는 길’이란 책을 펴낸데 이어, 국제옵서버로 승선했던 남미 포클랜드 어장에서의 조업 기간을 정리해 ‘포클랜드 어장 가는 길 - 부제, 남서대서양 섹터 3.1 공해해역 89일 간의 조업기록’이란 책도 발간했다. 책에는 국제옵서버로서의 활동과 어선의 어획방식부터 제품화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올려 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원양선원들과의 동거와 교감까지 망라한 글들이 실려 있다. 비단 국제옵서버를 꿈꾸거나 알고자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와 원양어업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일반인들이 읽고 소화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국제옵서버란?

국제옵서버가 어획된 물고기의 체중을 재고 있다. ⓒ이윤길
국제옵서버가 어획된 물고기의 체중을 재고 있다. ⓒ이윤길

옵서버는 원양어선에 승선하여 ‘생물학적 자료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중간적 관찰자로서 ‘착한 어업’의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이자, ‘지속가능한 어업’의 가능성을 높이는 ‘현장인’이다. 전반적인 어로행위를 관찰하는 동시에 VME(Vulnerable marine ecosystem – 취약해양생태계), 바닷새, 해양포유류 등을 관찰하고 측정하며 샘플을 모으기도 한다.

옵서버 역시 직업이나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예전에 선원으로 배를 탔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획물을 포획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원양어업과 바다생태계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옵서버의 눈으로 보니 원양어업과 바다가 다시 보였다. 인간에게 바다가 단순한 ‘자원’이 될 수 없다는 것, 바다 생명체들의 ‘먹고 사는 일’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어쨌든 옵서버는 완벽한 감시자가 아닌데 감시자로 인식되거나 생물학적 전문가가 아닌데 전문가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감시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옵서버의 주요업무는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해양생태계를 관찰, 측정하는 일이다.

 

VME, 취약해양생태계란?

그는 취약해양생태계를 바다생태계의 타자(他者)로 표현한다.

취약해양생태계는 모두 코드로 분류되고 기록된다. 산호, 해면, 조개, 해초, 강장동물 등을 말한다. 어떤 어장에서 어떤 VME가 많이 올라오는 지를 조사하고, 만약 대량으로 어획되어 폐기된다면 그런 것들 때문에 해양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VME는 바다생태계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VME가 무너지면 바다생태계도 위태롭다. 타자는 자신은 물론 우리도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 ‘타자의 발견’이다. 하지만 타자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잘 보이지 않는 게 타자의 특성이기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발견했다면 사랑해야 한다.

VME는 어업종사자들에게는 타자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간도 아니고 상품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삶과 결코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그들이 우리를 귀찮게 하는 단순한 오물들이 아님을 알게 되면, 그동안 쉽게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 중 몇몇은 그렇게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국제옵서버가 물고기의 체장을 재고 있다. ⓒ이윤길
국제옵서버가 물고기의 체장을 재고 있다. ⓒ이윤길

원양어업에 대한 소회

원양어선에서 저임금 외국선원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동조건이 점점 더 열악해지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선원들이 원양어선 승선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1차 산업에 해당하는 원양어업이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면, 이런 문제를 원양선사와 선원들에게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여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국가가 직접 나서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보조금 지급 등 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선원들이 노령화되고 그 자리를 외국 선원들이 채운다는 것은 결국 우리 원양어업이 쇠퇴해 가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원양어선의 노령화는 수익 문제를 떠나 산업재해의 위험성을 상시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의 일상 먹거리인 원양어업의 어획물들이 질 낮은 노동조건과 위험성 속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모든 주체뿐 아니라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안타까움과 불편함을 넘어 죄책감을 안겨주는 일 아닐까?

대략적으로 국제옵서버 제도를 정리하고, 현직 종사자의 입장과 소회도 소개해봤다.

해양수산부는 국제 옵서버의 해외진출 가능성 및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특례운용기관 지정, 법률체제 정비 등의 제도화문제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 옵서버를 양성하여 원양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원양어선 승선 기회를 확대하여 해외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까지 수립하고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국제옵서버란 직업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해 국제기구나 국가의 권한대행으로 원양어선에 승선하는 자부심이 있고, 바다와 해양생태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만한 매력 있는 직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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