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핵심 R&D사업 ‘꼴찌’
해양수산부 핵심 R&D사업 ‘꼴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11.0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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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R&D사업 중 13개 사업 일몰 위기

[현대해양]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가 추진하던 중장기 R&D(연구·개발) 핵심 사업들이 정부부처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둬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업들은 결국 상당수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중도에 강제 종료되거나 강제 일몰 위기에 처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 유영민)는 관행적으로 이어져오던 계속사업을 정비하기 위해 계속 추진이 어려운 R&D 사업을 종료시키는 ‘일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몰제도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운영되는 한시적 제도로 종료시점을 정하지 않은 관행적 계속사업은 정비하고, 이후 새롭게 편성되는 신규 사업들은 총 사업기간과 사업비를 정해 추진하고 있다.

 

관행적 계속사업 정비

과기부는 장기계속사업 중 사업목적과 특성을 고려해 총 204개 사업을 일몰대상사업으로 선정(2015)했다. 일몰연도는 2016~2020년까지 5년 범위 내에서 잠정 설정하고, 일몰예정연도 2년 전에, 일몰시점 적정성 검토를 통해 △일몰확정 △기간연장 △계속지원형 재분류 등으로 최종 일몰연도를 확정하고 있다.

그간 204개의 일몰대상사업 중 172개 사업의 적정성 검토를 완료했으며(2016~2019년 일몰대상사업까지 완료), 올해 남은 32개 2020년도 일몰대상사업의 일몰시점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적정성 검토는 2020년도 일몰대상사업(32개) 중 소관부처에서 ‘사업기간 연장’ 또는 ‘계속지원형 재분류’를 요청한 사업에 한해 실시한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기술분야별 전문위원 중심의 자문단을 구성·운영해 사업기간 연장 및 계속지원 재분류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계부처 의견수렴 등을 거쳐 12월까지 검토결과를 확정한다.

‘사업기간 연장’은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 기간연장(최대 1년 원칙)이 필요한 사업을, ‘계속지원 재분류’는 개인 기초연구, 출연기관 운영지원 등 사업기간 설정에 실익이 없는 사업에 한해 가능하며 그 외는 당초 설정한 2020년도로 일몰 시점을 확정하게 된다.

과기부는 최근 이 제도에 따라 지난해 8월까지 총 204개 사업의 종료시점을 확정했다. 해수부와 과기부가 서삼석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2019년 국가 R&D 일몰대상 사업 현황’ 자료에 의하면 정부부처 전체 922개 사업 중 18.2%인 168개 사업이 종료되며 예산액 기준으로 2019년 R&D예산 20조 5,328억 원의 28.2%인 5조 7,962억 원에 해당된다.

 

2조 6,500억 들인 사업 ‘강제종료’

해수부 소관사업으로는 2019년 기준 6,362억 원 규모의 50개 대상 사업 중 2,196억 원에 해당하는 13개 사업이 종료대상으로 선정됐다. 사업수 기준으로는 26%, 예산 기준으로는 34.5% 사업들이 강제종료 되는 것이다. 이는 부처 전체 일몰 사업수 평균 18.2%와 전체 예산 평균 28.2%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13개 사업에 시작 시점부터 일몰되기까지 투입된 총 예산은 2조 6,514억 원으로 해수부 1년 예산(2018년 5만4,370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종료되는 해수부 R&D사업들을 보면 △미래해양자원기술개발사업(1994년~) △첨단항만물류기술개발(1998년~) △해양안전 및 해양교통시설 기술개발(2010년~) △수산실용화 기술개발사업(1994년~) △해양수산 환경기술개발(2010년~) △미래해양산업 기술개발사업(2008년~) △미래해양자원 기술개발(1994년~) △해양장비개발 및 인프라구축(2000년~) △해양청정에너지 기술개발(2000년~) △해양수산기술 지역특성화(2000년~) △극지 및 대양과학연구(2011년~) △해양과학조사 및 예보기술개발(1994년~) △해양과학 국제연구사업(2008년~) 등 중장기 과제들이다.

 

이름만으론 비슷비슷한 사업 많아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연구 개발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다수이고, 이름이 비슷비슷해서 R&D별 차별성도 떨어진다. 일몰 사유별로 보면 「첨단항만물류기술개발」은 ‘사업목표 달성 근거부족’으로 「해양안전 및 해양교통시설기술개발」은 ‘사업 추진의 효과가 저조해서’ 2017년 각각 종료됐다. 「해양수산 환경기술개발」은 ‘목표 달성 여부 근거 및 완결성 부족’으로, 「미래해양산업 기술개발」은 ‘연계성이 부족해서’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종료된다. 이처럼 사업목표 달성 근거가 부족하거나 사업효과의 사업 간 연계성과 사업 효과가 확보되지 않은 막연한 추진, 사업 의지 부족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수부에서 적정성 검토를 아예 신청조차하지 않아 일몰되는 사업도 △해양장비개발 및 인프라 구축 △해양청정에너지기술개발 △해양수산기술지역특성화 △극지 및 대양과학연구 △해양과학조사 및 예보기술개발 △해양과학국제연구 등 6건이나 된다.

해수부가 밝힌 일몰 R&D사업에 대한 과기부 검토내역을 보면 일몰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먼저, △미래해양자원기술개발사업의 경우 해양수자원 이용기술개발사업 중 해양용존자원 추출기술개발이 현 사업체계 내에서 목표달성 가능성이 낮고, 해양심층수기술개발은 업계 매출액 등의 성과가 정체되어 연구개발 결과가 국내 심층수 산업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인으로 판단하기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 해양광물자원 탐사 및 이용기술개발은 이미 확보한 해양광구의 소실을 방지하고, 해양광구 유지관리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 인정해 일몰일을 2년 연장했다.

목표 달성 근거부족

△첨단항만물류기술개발은 현 사업체계 내에서는 세부과제 추진을 통한 사업목표 달성 가능성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고, 향후 계획 중인 세부과제 중 일부는 기존 사업의 성과목표와는 연계성이 낮거나 별도의 타당성 조사가 필요한 대규모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해양안전 및 해양교통시설기술개발은 현 사업 추진의 효과가 저조하고, 세부과제별로 당초 기획된 연구내용의 일부만 수행하거나 투자의 우선순위 없이 산발적으로 과제를 추진하는 등 당초 목표한 성과의 달성 가능성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수산실용화 기술개발사업 중 수산생물실용화 등 4개 내역사업은 지난해 일몰됐는데, 다양한 목적의 내역사업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어 오면서 수산 전반을 포괄하게 된 사업으로 전체를 포괄하는 구체적 목표 없이 산업현장 문제해결, 생산성 제고 등 정성적 목표 하에 운영됐다는 것이다.

△해양수산 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은 해양수산바이오신소재 개발 등 3개 내역사업이 2018년 일몰됐는데 해양바이오 분야 전반의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내역사업의 목표에서 벗어나거나 타 내역사업과 중첩되는 과제를 포함하고 있어 사업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추진형태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양수산환경기술개발은 사업목표를 각 내역사업에 따라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목표 달성 기준과 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달성 여부 확인을 위한 근거가 부족하고, 개별 과제 중심의 사업 추진으로 사업 최종 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내용의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해양산업기술개발은 일몰 연장을 신청했으나 신규과제 추진계획의 구체성 및 이미 추진 중인 세부과제와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강제일몰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오행록 해수부 해양수산과학기술정책과장은 “일몰제도는 기술분야 기초연구, 인력양성사업, 기관 지원사업, 시설장비 운영사업만 제외하고 무조건 일몰을 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부(해수부)에 인력양성사업이 있지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기초연구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기 때문에 그 비율이 높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오 과장은 적정성 검토를 신청하지 않은 일몰 대상 사업에 대해서는 “결국 언젠가 끝나는 사업인데 새롭게 기획해서 신규사업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적정성 검토를 신청하지 않은 사업이 많다”고 해명했다.

“R&D사업 관리체계 재점검해야”

반면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의원은 “해수부 R&D사업의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서 관행적 예산편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질타했다. 서 의원은 또 “관행적으로 이어오던 계속사업을 정비하고 어촌 고령화, 수산자원 감소 등 당면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시급한 R&D 과제발굴과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과기부는 올해가 일몰제도 운영 마지막임에 따라 제도종료 후, 개선·보완 필요사항 등도 함께 점검해 연말까지 후속 조치방안을 강구하고, 일몰제도 종료 후에도 일몰후속 신규 사업이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예산심의 전 매년 3~4월 사업기획방향을 검토·자문하는 ‘찾아가는 기획컨설팅’ 등을 정례적으로 운영하는 등 일몰 및 후속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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